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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유통칼럼] 달걀대란, 축산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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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유통칼럼] 달걀대란, 축산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임실근 객원 논설위원
임실근 객원 논설위원
필자는 태어나서 줄곧 도시에서 자랐지만 어린시절 집 옆에 있었던 조그만 닭장을 잊지 못한다. 학교에 다녀오면 수탉과 암탉들이 노는 그 곳에는 병아리가 어느 듯 자라기 시작하여 중닭이 되고 제법 더 자라 따뜻한 달걀이 둥지에 낳아 있었다. 어머니께서 차리는 아침 밥상에는 언제나 달걀 한 개가 올라와 있어 따뜻한 밥에 간장과 참기름으로 비벼 먹었다. 지금도 식당에서 나오는 달걀말이와 식탁의 달걀프라이는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때를 놓치지 않고 평균적으로 하루 한두 개는 먹는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달걀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지역은 경기도다. 다음으로 경북, 경남, 전남, 충남, 부산, 인천, 강원, 전북 순이다. 달걀은 살아 숨을 쉬는 생명체산업이다. 따라서 부패와 손상의 위험도가 매우 높아 생산에서 유통·소비되는 시점(2∼6개월)까지 특수(저온·저장)시설이 필요하다. 저장방법은 저온저장(0℃)과 일반창고 저장(상온)이 있다. 유통경로는 생산자→수집상→도소매상→소매상→소비자, 생산자→행상→소비자, 생산자→축협→군납, 생산자→생산자단체→대량 수요처 등으로 다양하다.
달걀은 한국인의 식탁에 영양을 주는 매우 중요한 식품이며, 국민 건강을 위해 어떤 부족함도 없는 완전식품이다. 달걀을 하루에 1개 정도 섭취하면 성장기 어린이와 임신부는 물론, 학생들의 두뇌활동과 대사증후군 등 질환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달걀소비는 세계적 수준이다. 찜과 말이 등 음식과 카스테라, 롤케이크 등 빵 종류에도 계란이 많이 들어 있어 모두가 알게 모르게 많은 양을 먹고 있다. 가격도 1개 200원에서 1000원까지 슈퍼·마트·백화점에서 다양하게 거래되고 있다.

산란계는 병아리로부터 6개월에서 12개월이 넘기도 하며, 흰색·갈색·파란색 등 품종에 따라 색깔도 다양하다. 종류는 특란(60㎏ 이상), 대란(55∼60㎏), 중란(48∼54㎏), 소란(42∼47㎏), 경란(42㎏ 미만)으로 구분되지만 중량이 크고 가격이 싸다고 좋은 선택은 아니다. 품질도 1+등급, 1등급, 2등급, 3등급으로 분류되지만 대부분 1+등급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균기준(살모넬라균·대장균)이 미흡하고, 파란(파기란)·폐란(폐기란) 등 사용기준이 취약하므로 품질과 크기를 꼼꼼히 따지는 지혜가 필요하다.

달걀시장은 국내시장 소비의존도와 국민 식생활의 서구화 등으로 인해 제과·제빵 및 기타 달걀가공식품 등의 시장규모가 3조원 이상으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2016년 말부터 이어진 조류독감(AI) 여파로 달걀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더니 지난 번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유통이 중단되고 자영업자 경영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이러한 여파에서 하림·삼립식품·대상 등 대기업과 유통재벌, 영세중간상인들이 사재기 경쟁을 하는 가운데 미국 태국 등에서 달걀을 수입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리나라 달걀소비는 업소용(47%), 가정용(33%), 가공용(20%) 순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업소용 수요가 많다. 하지만 이번 달걀파동에서 식당·김밥집·개인빵집 등 영세업자들의 피해도 많았지만 결국 더 큰 피해를 본 것은 소비자와 국민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재기 횡포와 가격 상승 구조 등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대처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사육 방식과 사육 면적, 친환경인증 취소, 위생관리법 등 면허기준과 법적 조치에 국한하지 말고 국민 요구에 맞는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친환경 양계장은 빈 건물을 운영할 여유가 없어 평생 한 축사에서 크는 방식이다. 일명 ‘올인 올아웃(All in all out·축사에 가축을 일시에 넣고 사육하다가 일시에 출하하는 것)’ 방식으로 살균건조 작업을 한다. 따라서 지금도 소수 농장에서 DDT성분과 동물 진드기나 벼룩을 없애는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과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비펜트린이 검출되고 있다. 이제 뒤돌아서기 어려운 좁은 (케이지)통 속에서 사료를 먹고 똥을 싸고 잠을 자는 공장형태만은 마땅히 개선되어야 한다.

창고형 가두리농장 방식의 ‘친환경 유정란’ 또는 ‘시골 토종란’ 등으로 포장한 달걀을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달걀가공인증업체들이 유통한다고 전부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무농약, 자연방사 등의 용어사용은 진실과 사실에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이다. 정부와 여당, 국회와 지자체 결단과 부처별 협력체계로 산지 개발을 완화·허가하여 자연친화적 개발 사례를 보여야 한다. 화학약품의 도움을 받지 않고 어미닭의 생존모성과 자연 풀과 먹이를 먹고 자라는 자연방사 방식으로 질병대응 전략을 찾아내어 소비자 선택의 폭을 확대하고 국민건강도 적극 회복시켜야 한다.

임실근 객원 논설위원(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