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김기자의 철(鐵)렁] 달리는 현대제철 절실한 동부 동국 눈치보는 포스코

공유
1

[김기자의 철(鐵)렁] 달리는 현대제철 절실한 동부 동국 눈치보는 포스코

[글로벌이코노믹 김종혁 기자] S철강유통사가 이달 당좌거래정지에 이름을 올리며 부도 처리됐다. 올해로 40년 업력을 가진 회사다. ‘철강유통불패’라는 말이 있는 데다 철강 가격이 2년째 오르는 상황에서는 더 의아한 소식이었다.

대금을 받지 못한 업체로서는 참으로 뼈아픈 일이고 배신감도 크다. 거래 당사자들은 그렇다 해도 삼자들이 나서 ‘고의부도’ ‘잠적’ 이라는 낙인을 더 찍어대는 것이 보기 좋지는 않다.
부도 열흘이 넘어가면서 다른 이야기들이 하나 둘 전해졌다. 이 회사 대표는 부도 전 소규모 거래 업체의 물건, 결재를 챙겼다. 일부 주거래 기업들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일도 찾았다.

당시의 심정이 어땠을지 알 수는 없다. 혹자는 같은 규모의 부도가 났을 때와 비교할 때 혼란은 크지 않다고 했다.

부도자를 옹호하거나 그렇다고 비판하는 등의 가치판단을 하기 위한 담론이 아니다. 철강 메이커들의 가격 결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재확인 하는 차원이다.

시장이 버거워하는 결정은 누구에게는 피해가 되고 누구에게는 씻을 수 없는 낙인을 남기게 된다.

통상 철강메이커가 인상을 결정하면 1차 유통점인 판매 대리점에서 2차 유통점을 거쳐 최종 실수요자에게 반영된다. 하지만 거래 하부 단계로 갈수록 가격 반영은 매우 더디게 나타난다.

김종혁 기자
김종혁 기자

올해의 경우 가격 인상이 매월 장기간(1~4월, 7~11월) 이루어졌다. 유통사, 특히 2차 3차 소상인들의 매입대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가격 반영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이익은 늘지 않고 이익과 자본만 깎아 먹는 경우가 생긴다. 어느 순간 한쪽의 결제만 틀어져도 회사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S사 부도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현대제철은 11월 냉연도금재 가격 인상을 가장 먼저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S사의 주거래선은 현대제철 대리점이었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메이커들의 인상 발표는 시장 분위기를 잡기 위한 의도로도 활용된다. 실제 인상이 되느냐보다 최소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10월 인상조차 시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인상 전 가격으로 거래되는 게 일반이다. 바오산강철 등은 11월 가격을 동결했다. 중국 내수 가격은 약세 혹은 혼조세다.

우리나라 철강 메이커는 중국의 추세를 명분으로 가격을 결정한다. 이를 감안하면 11월 인상은 전략적 의도가 다분하다.

인상을 통해 실적을 높이는 것도 좋지만 시장을 기다려주는 미덕(?)을 보이는 것은 대승적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유통 하부상이 무너지면 좋을 게 뭐가 있나.

동국제강과 동부제철은 하반기 시작인 7월부터 가장 먼저 인상에 나섰다. 원가부담 해소와 실적 개선이 포스코나 현대제철보다 절실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10월과 11월 인상을 가장 먼저 치고 나갔다. 포스코는 눈치를 좀 더 보는 편이다.

결론은 어느 한쪽 다를 것이 없는 ‘인상’ 하나로 묶인다. 시기마다 좀 더 절박한 쪽이 선수를 치느냐의 차이다. 이번엔 현대제철이 좀 더 필요성을 느꼈나보다.

현재 바닥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어느 메이커건 인상 발표 대신 “고객사들과 시장 상황을 반영해 동결 혹은 인하 조정한다”는 결정을 내리면 동종업계의 배신자로 낙인이 찍힐까.


김종혁 기자 jh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