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포드∙ GM, "EV선도 업체 테슬라 게 섰거라"... 픽업트럭과 SUV판매 호조로 효자노릇 '톡톡'

공유
0

포드∙ GM, "EV선도 업체 테슬라 게 섰거라"... 픽업트럭과 SUV판매 호조로 효자노릇 '톡톡'

픽업트럭과 SUV서 창출이익 'EV 자동차 개발' 적극 투자

포드∙GM 등 전통 자동차 메이커 업체들에게 픽업트럭 판매 호조가 창출하는 이익은 EV 선도 업체 테스라를 쫓을 수 있는 자금줄이 되고 있다. 사진은 포드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Super Duty'. 자료=포드이미지 확대보기
포드∙GM 등 전통 자동차 메이커 업체들에게 픽업트럭 판매 호조가 창출하는 이익은 EV 선도 업체 테스라를 쫓을 수 있는 자금줄이 되고 있다. 사진은 포드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Super Duty'. 자료=포드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전기자동차(EV) 개발에 뒤처진 포드(Ford), 제너럴모터스(GM) 등 전통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픽업트럭과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판매 호조로 창출된 이익으로 EV선도 업체 테슬라를 추격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화석연료 차량의 판매를 금지할 방침을 잇달아 내놓는 상황에서 기로에 서있는 전통 자동차 업계에게 트럭과 SUV 부문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자동차 업계에서 EV는 '돈만 갉아먹는 벌레'라는 정설이 존재한다. 대형 자동차 업체가 지금까지 개발에 엉거주춤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규제 당국이나 소비자로부터 EV의 구색에 대한 충실을 요구하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픽업트럭과 SUV에서 올리는 이익은 기존 대기업으로 하여금 전문 EV 메이커와의 경쟁에 유리한 무기가 되고 있다.

포드는 지난 26일 픽업트럭 'F 시리즈'의 3분기 평균 판매 가격이 2800달러(약 315만원) 올라 4만5400달러(약 5107만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다양한 변형을 갖는 F 시리즈는 1~9월 판매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65만8636대를 기록했으며, "트럭의 이익이 EV개발 경쟁을 위한 최고의 자금줄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GM의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CEO)는 24일 "3분기 북미 사업의 이익률이 8.3%를 기록한 것은 트럭 부문의 이익률 개선이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게다가 몇 분기 이내에 자동운전 EV를 배차 서비스 공급자용으로 투입할 계획을 밝힘으로써, GM의 주가는 올 들어 30% 가까이 상승하고 있다.

뒤늦게 EV업계에 발을 담근 전통 기업에게 유리한 점은 또 있다. 배터리의 비용이 떨어지면서 EV에서 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통해 자신감을 키우고 있으며, 그동안 모아둔 충분한 잉여 자금이 버팀목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독일 폭스바겐(VW) 산하의 아우디와 프랑스 르노도 분위기가 호전되자 잇따라 EV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GM은 올해 잉여 현금 흐름을 60억달러(약 6조75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당초 예상을 10억달러(약 1조1250억원) 하회하는 수준이지만, 2023년까지 EV를 20차종 이상 추가하여 주주에게 70억달러(약 7조8750억원)를 환원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다. 현재 GM이 이용 가능한 자금은 173억달러(약 19조4625억원)의 현금을 포함해 총 314억달러(약 35조3250억원)에 이른다.

포드 또한 EV 판매에서 GM의 뒤를 바싹 쫓고 있으며, EV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에 50억달러(약 5조6250억원)를 투자할 방침을 밝혔다. 또한 주가는 연초 대비 보합세이지만 9월말 시점의 현금 및 유가 증권 보유액은 280억달러(약 31조5000억원)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대형 기업을 맞아 최고 위치에서 싸우는 테슬라의 형세는 겉으로는 가장 앞서가는 선두주자로서 보기 좋지만 속으로는 위태하기 그지없다. 기업 가치만 클 뿐 기술개발에 들어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투자자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심지어 수중의 캐시는 2분기 말 시점에서 30억달러(약 3조3750억원)로 매우 걱정스런 수준이다.

테슬라는 올해 50만대라는 야심찬 판매 목표를 내걸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메이커라면 대부분 클리어했을만한 생산 측면의 몇 가지 문제를 떠안고, 올 상반기 결산은 6억6670만달러(약 7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애널리스트는 11월 1일에 발표하는 3분기 실적도 3억8040만달러(약 4279억원)의 적자를 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다른 모델보다 가격을 낮춘 '모델3'의 시작이 늦어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테슬라는 또 한 차례 자금 조달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애널리스트들의 우려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실제 머스크 CEO는 7월에 생산·판매망 확충 계획을 밝히면서 투자자들에게 사업 확장 자금을 끌어 모으기 위해 추가로 주식을 내놓을지 모른다고 말한 바 있다.

테슬라의 아이디어와 기술에 대해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선도 업체로서 테슬라가 최고의 EV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쫓기는 위치에서 여유 있게 추격하는 전통 업체들을 어떻게 따돌리느냐 하는 과제는 테슬라를 또 한 번 옥죄고 있는 형국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