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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대우건설 매각 셈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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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대우건설 매각 셈법은?

주가 7500원 수준에 경영권 프리미엄 30% 인정해도 1조1219억원 손실… 최순실씨 국정농단 ‘흔적’ 없애는 효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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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혜림 디자이너
[글로벌이코노믹 김대성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국정감사에서 대우건설을 기필코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이 지분을 갖고 있는 것보다 새로 인수할 사람이 대우건설을 잘 경영하면 국가 경제에 더 낫다”면서 “매각가에 구애받지 않고 장기적인 경쟁력 차원에서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이 손해를 보더라도 분명히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셈이다.

이 회장은 또 “투명한 절차를 거쳐서 잡음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우건설은 사장 낙하산 인사로 정치권에서도 계속 물고 늘어지고 있다.

지난 8월 사퇴한 박창민 전 사장은 ‘최순실씨 국정농단’과 관련해 낙하산 논란에 휩싸여 취임 1년만에 회사를 떠났다.

특검팀은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의 휴대전화에서 지난해 7월 최순실씨와 오고 간 문자메시지에서 이 전 본부장이 박 전 사장을 추천한 것으로 봤고 한 달여 뒤 박 전 사장이 대우건설 사장으로 취임했다.

현재의 송문선 사장은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지난 1월 대우건설 부사장에 취임했다. 지난 8월 박창민 전 사장이 중도 사퇴하자 대표이사에 올라 낙하산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이동걸 회장으로서는 산업은행에서 최순실씨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서는 대우건설 매각이 절실하기도 하다.

문제는 대우건설을 당장 매각할 경우 얼마나 손실을 입을 수 있는가라는 계산이다.

대우건설을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1조1052억원, 영업이익 -4672억원, 당기순이익 -754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6월 말 현재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이 5조7542억원, 영업이익 4669억원, 당기순이익 3226억원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매각공고를 내고 11월 13일까지 예비입찰제안서를 받는다.

산업은행은 이번 매각에서 보유하고 있는 대우건설 지분 50.75%(2억1093만1209주)를 전량 넘기겠다는 복안이다.

산업은행이 그동안 사모펀드를 조성해 사들인 대우건설 주식은 지난 2010년 1주당 1만1123원에 1조원, 2011년 1주당 1만8000원에 2조1785억원 등 총 3조1785억원 상당에 이른다. 주당 평균 취득단가는 1만5068원 수준이다.

대우건설의 현재 주가는 7500원을 오르내리고 있어 산업은행이 사들인 가격의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M&A(인수합병) 업계에서는 최대주주가 갖고 있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약 20~30% 인정해주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보였지만 올해에는 실적이 급속히 향상되고 있어 경영권 프리미엄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30%로 가정하면 약 주당 9750원으로 산정된다. 여기에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건설 주식 수를 곱하면 약 2조566억원 상당으로 추정된다.

대우건설 주가가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고 산업은행이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요구한다면 산업은행은 매입가 3조1785억원과 매도가 2조566억원의 차액인 1조1219억원의 손실을 감내해야만 한다.

대우건설 예비입찰을 실시하고 본격 매각이 되기 전까지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 산업은행은 손실을 어느정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손해가 더욱 커지게 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대우건설 M&A 시 매각가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것은 예상되는 양도차손에도 불구하고 최순실씨의 ‘흔적’을 하루속히 지우고 싶어하는 희망사항도 담겨져 있는 듯 하다.


김대성 기자 kim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