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KB국민 '진실' 게임 중… 설문 개입 확인되면 회장 연임에도 '후폭풍'

공유
6

KB국민 '진실' 게임 중… 설문 개입 확인되면 회장 연임에도 '후폭풍'

연임 찬반 설물조사에 HR본부 개입… 계속 부인하다 이제와 "조사결과 보겠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연임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에 회사 측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회사 측 관계자가 노조에 개입을 인정하며 사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미지 확대보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연임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에 회사 측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회사 측 관계자가 노조에 개입을 인정하며 사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글로벌이코노믹 석지헌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연임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에 회사 측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회사 측 관계자가 노조에 개입을 인정하며 사과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은행은 '설문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3일 오후 2시 30분경 KB국민은행의 HR본부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KB금융노동조합협의회(KB노협)는 윤 회장을 지난 9월 13일 업무방해 및 부당노동행위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KB노협은 경찰에 제출한 고소장에서 윤 회장을 중심으로 한 사측이 9월 진행한 설문조사 과정에서 17개 단말기를 이용해 4000건이 넘는 '찬성' 응답을 반복적으로 클릭, 설문조사 결과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고발인인 노조 측 인사에 대한 조사를 마친 상태로 조만간 피고발인 측을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사건이 불거질 때쯤 KB금융 측은 노조가 주장하는 설문조사 개입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KB금융은 지난 3일 "개입 사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노조가 주장하는 회사 차원의 개입사실은 없다. 문제점이 발견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월 12일 처음 조작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KB금융 측은 "회사 측의 개입 사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진실 규명을 위해 노사 공동 조사를 노조에 요구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최근 KB국민은행의 HR본부의 한 관계자가 사측의 개입을 직접 인정해 노조에 사과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회사 측의 뚜렷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KB국민은행 노조에 따르면 설문조작 의혹이 제기된 후 해당 HR본부의 한 관계자가 찾아와 "개인적 실수였다. 넘어가달라"며 사실상 개입한 것을 시인했다.

HR본부 관계자는 “노조를 곤란하게 하려고 그런 건 아니다. 어쩌다보니 실수였다”며 “너무 큰 표의 차이(찬반)가 나면 혼날까 봐 했던 개인적인 일탈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고소장에 해당 HR관계자의 발언을 첨부해 제출했다.

노조 관계자는 "설문조작에 개입된 단말기만 17개인데 개인적인 일탈이라고 보기엔 어렵다“며 ”조직적으로 일어났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냐"고 말했다.

KB국민은행 측은 “일단 수사가 진행됐으니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했으니 책임자가 나오면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경찰 조사는 윤 회장의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그간 사외이사 전원 교체, 내부감사 제도 등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앞장섰고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뱅크’ 자리를 9년 만에 되찾아오는데 성공했다.

지난 9월에는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돼 임시주주총회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노조와 갈등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조직 내 갈등을 봉합했다는 업적이 무색해지고 리더십 또한 흔들릴 공산이 크다.

지금은 금융권 수장들이 각별히 몸을 사려야하는 시기다. 개인 비리부터 채용 비리까지 전 정권에서 성장한 금융권 CEO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채용비리 논란으로 사퇴했고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금융감독원 인사청탁 의혹과 관련 검찰에 압수수색을 받았다.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에 부담을 안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전의 일이지만 지난 4월 검찰은 성세환 전 BNK금융 회장을 주가 조종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박인규 대구은행장도 비자금 조성 및 횡령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 중이다.

사법당국의 칼끝이 연임된 금융권 수장들을 향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금융권에 파다하다. 어느 때보다 수장의 리더십과 도덕성이 중요한 시점이다. 설문조작 개입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윤 회장의 입지는 심하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석지헌 기자 cak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