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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의 세금이야기] 홍종학 장관 후보자의 ‘쪼개기 증여’가 남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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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의 세금이야기] 홍종학 장관 후보자의 ‘쪼개기 증여’가 남긴 교훈

공직 희망자는 외가·친가의 쪼개기 증여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책임져야… 증여세제 일대 변혁해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서류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서류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김대성 기자]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쪼개기 증여’로 10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곤혹을 치뤘다.

홍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쪼개기 증여’는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떠나 앞으로 공직자와 공직 후보자 뿐만 아니라 재계에 만연된 ‘쪼개기 증여’ 현실에도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쪼개기 증여는 야당의원들로부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된다는 집중격인 포격을 당했고 이제는 공직자가 되려면 누구도 쪼개기 증여가 ‘내로남불’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쪼개기 증여는 세법상으로 허용되어 있고 부유층에서는 거의 일반화된 절세방법이나 이번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향후 쪼개기 증여가 제도적이나 금전적으로 상당한 불이익을 초래하게 된다면 ‘부의 대물림’을 바꿀 수 있는 결정적인 호기를 맞게 된 셈이다.

홍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자녀의 격세증여를 통한 절세 논란에 대해 “증여는 전적으로 어머님(장모)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공직자나 공직을 꿈꾸는 사람들은 친가 또는 외가에서 이뤄지는 쪼개기 증여와 격세증여에 대해서는 사실상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으로부터 ‘내로남불’로 비난받게 된다.

홍 후보자는 “증여 당시 현직에 있을 때여서 회계법인에 증여세를 더 내도 좋으니 최대한 법에 따라 처리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홍 후보자는 또 “어머니께서 결정하셨지만 미성년자가 현금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청년이 된 후 권리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처리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홍 후보자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쪼개기 증여가 이뤄진 정황은 어느정도 윤곽이 드러난다.

홍 후보자가 의뢰한 회계법인은 현행 세법에 맞춰 홍 후보자의 장모가 손녀에게 가장 적합한 증여 구도를 짜놓으려는 흔적이 엿보인다.

국회에서는 홍 후보의 장모가 손녀인 홍 후보의 딸에게 증여한 8억원 상당의 재산이 ‘증여세 쪼개기’ 라는 지적과 함께 홍 후보자 부인과 중학생 딸과의 금전소비대차계약서가 집중적으로 포격을 당했다.

홍 후보의 딸에 대한 8억원 상당의 상가 지분 증여는 2015년 11월 이뤄졌다. 홍 후보자 부인이 중학생 딸과 체결한 2억2000만원의 금전소비대차계약서는 증여세 1차 납부일인 2016년 2월 29일에 작성됐다.

증여세는 2016년 2월 총액의 50% 이상을 자진 신고·납부했고 잔액은 그해 5월 분납했다. 상가 임대 소득은 장녀가 참여하는 공동사업자 계정으로 개설한 통장으로 관리되고 있다.

세법상 증여금액 5억원 초과에서 10억원 이하에서의 증여세율은 30%를 적용한다. 누진공제액은 6000만원이다.

홍 후보자의 장모가 손녀에게 8억원 상당의 상가 지분을 증여했을 경우 양도세는 8억원에 대한 세율 30%에서 누진공제세액 6000만원을 제외한 1억8000만원 상당이 된다.

그러나 할머니에서 손녀에게 증여가 되는 세대생략할증이 적용돼 30%의 가산세가 부과된다. 할머니의 손녀가 물어야 할 증여세는 약 2억3400만원 상당이 된다.

세법상 증여세는 증여를 받는 사람인 수증자가 1차 세금 납부 의무를 지기 때문에 홍 후보자의 딸이 세금을 물어야 한다.

홍 후보의 딸은 미성년자로 소득이 없기 때문에 세법상 ‘친족간 금전차용’ 제도를 활용해 모친으로부터 돈을 빌려 증여세를 무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세법에서는 친족간 금전차용 제도는 친족간에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2억1700만원까지 무상으로 대여해도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은 면세점이 적용된다.

단 친족간 금전차용 시에는 △서면계약의 체결 △대여·상환자금의 명백한 흐름 △대여자의 계좌에 정확한 이자 지급 △차입자의 미래상환 능력 입증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홍 후보자 부인과 딸과도 이같은 친족간 금전차용 제도를 활용해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맺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증여세 구도는 회계법인에서 세무 컨설팅을 하는 사람이라면 숙지하고 있을만한 사항이며 전체적인 구도는 세법의 틀안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자는 딸의 증여세 논란에 대해 “관련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증여세를 납부했다”고 답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홍 후보자는 “이 방식이 너무 복잡해서 저희에게도 복잡하고 답답한 사정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홍 후보자는 이어 “8억여원 증여분에 대한 세금 납부를 위해 딸과 부인이 맺은 2억5000만원의 금전대차대여 계약에 대해서는 채권·채무 관계를 해소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홍 후보자가 세법상 2억1700만원까지 무상증여해도 증여세가 면세되는 현행 세법의 면세점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자가 현행 세법상 물지 않아도 되는 돈을 추가로 증여세로 내겠다는 것은 최대한 증여문제에 있어서 한터럭의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홍 후보자의 이같은 ‘쪼개기 증여’에 대한 사후 처리가 보편화된다면 증여세제에 일대 변혁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재계는 그동안 일반화되어 있는 쪼개기 증여와 친족간 금전차용이 어렵게 되면서 막대한 증여세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부의 대물림에 당장이라도 비상이 걸릴 수 있다.

홍 후보자의 쪼개기 증여에 대한 야당의원들의 집중포격이 재벌들의 부의 대물림으로까지 확산될지 세인들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김대성 기자 kim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