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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니즈에게서 카카오프렌즈의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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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니즈에게서 카카오프렌즈의 냄새가 난다

카카오 캐릭터 전략은 B급 감성으로 ‘취향저격’

카카오가 신규 캐릭터 '니니즈(NINIZ)'를 선보였다. 가상의 세계 스노우타운이 배경이다. 5년 전 출시됐던 '카카오프렌즈'가 외부 제작을 통해 탄생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순수 카카오 제작이다. 이미지 확대보기
카카오가 신규 캐릭터 '니니즈(NINIZ)'를 선보였다. 가상의 세계 스노우타운이 배경이다. 5년 전 출시됐던 '카카오프렌즈'가 외부 제작을 통해 탄생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순수 카카오 제작이다.
[글로벌이코노믹 신진섭 기자] 이번에도 범상치 않다. 카카오의 새로운 캐릭터 IP(지적재산권)인 ‘니니즈(NINIZ)’ 이야기다.

카카오가 카카오프렌즈 출시 5년 만에 선보인 니니즈는 동물을 모티브로 한 친숙하고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배경 이야기는 그야말로 ‘반전’이다. 복수를 꿈꾸는 외계인, 취준생 공룡, 추위를 싫어하는 펭귄까지. 마냥 밝고 행복해 보이는 아동용 캐릭터들과는 다르다. 평범을 거부하고 상처를 안고 있는 캐릭터들의 배경이야기에서는 카카오프렌즈의 냄새가 난다.

◇귀여운 외모에 빠지고, 배경 이야기에 놀라고


복수심에 불타는 랫서팬더 '팬다'.이미지 확대보기
복수심에 불타는 랫서팬더 '팬다'.

‘팬다’는 겉으로는 귀여운 랫서팬더지만 속내는 비장하다. 북극곰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아 돌아가신 부모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육식토끼 스카피. 이미지 확대보기
육식토끼 스카피.

분홍 토끼 스파키의 정체는 사실 북극곰. 마녀의 애완 펭귄을 잡아먹고 저주를 받아 토끼로 변했다. 스카피의 취미는 옛날 북극곰이었을 때를 회상하는 것이다.

골칫덩어리 펭귄 '케로베로니'. 이미지 확대보기
골칫덩어리 펭귄 '케로베로니'.

케로와 베로니는 남극으로 입양 갔던 슬픈 상처가 있다. 그래서 펭귄이지만 추운 곳을 질색한다.

'경력단절 공룡' 죠르디. 한국 사회 경력단절과 취업장수생 문제를 뒤섞어 놓은 듯한 설정이다. 이미지 확대보기
'경력단절 공룡' 죠르디. 한국 사회 경력단절과 취업장수생 문제를 뒤섞어 놓은 듯한 설정이다.

조르니는 ‘취업준비생’ 공룡이다. 오랫동안 화석으로 살아온 탓에 경력이 단절돼 자격증 공부에 매진중이다.

게으른 하프물범 앙몬드.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좀 더 격하게 쉬고 싶다'는 유행어가 떠오르는 캐릭터다.이미지 확대보기
게으른 하프물범 앙몬드.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좀 더 격하게 쉬고 싶다'는 유행어가 떠오르는 캐릭터다.

하프물범 앙몬드는 평소에는 한없이 게으르지만 먹을 것 앞에서만 한 없이 빨라진다. 튜브가 없으면 수영도 안하겠다는 포부가 인상적이다.

콥과 빠냐. 꿈은 있지만 능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이미지 확대보기
콥과 빠냐. 꿈은 있지만 능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콥과 빠냐는 자칭 탐정이지만 바보 같은 성격 탓에 사건을 해결하진 못한다. 그저 스릴러와 추리물을 즐겨 시청할 뿐이다.

◇이상한, 그래서 친숙한 ‘니니즈’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이미지 확대보기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

니니즈의 상처받고 어딘가에서 ‘이탈해온’ 캐릭터라는 설정은 카카오프렌즈를 떠올리게 한다.

‘프로도’는 부잣집 도시개지만 잡종견이라는 태생적 콤플렉스를 지녔다. 단발머리 가발로 자신감을 충전하는 고양이 ‘네오’, 자웅동체 복숭아 ‘어피치’, 작은 발이 콤플렉스여서 큰 오리발을 착용하는 ‘튜브’까지 모두 사연 있는 캐릭터들이다. 지난해 1월 등장한 막내 라이언은 곰처럼 보이지만 사실 갈기가 없는 소녀감성 사자라는 설정이다. 귀여움과 잘남으로 무장한 캐릭터들과 달리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은 각자의 사연과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어딘가 삐뚤어지고, 뒤틀리고, 부족한 카카오 캐릭터들의 뒷이야기는 카카오 캐릭터 사업의 타깃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아동용 캐릭터의 성격은 캐릭터들이 단선적이고 행복한 성향을 지니기 마련이다. 꿈과 용기를 불어넣는 캐릭터 설정은 아이는 물론 실제적으로 캐릭터 상품을 구매하는 학부모들에게도 소구한다. 어떤 역경이 있더라도 헤쳐 나가며 결국에는 해피엔딩에 이르는 ‘디즈니’의 캐릭터들이 대표적이다.

반면 카카오의 캐릭터 설정은 성인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세상이 마냥 행복하지 않다는 것, 좌절을 피할 수 없다는 냉혹함을 경험한 직장인들의 취향을 저격한다. 니니즈 캐릭터들의 대사에서도 이를 감지할 수 있다. “난 쓰레기야”, “사라져”, “안 본 눈 삽니다” 등 세상에 대한 조금 음울한 정서를 읊는다. ‘다 잘 될 거야’ 식의 막연한 긍정주의나 ‘착하게 살라’는 교훈조 말투는 없다.

‘콩쥐팥쥐’, ‘헨젤과 그레텔’ 등 동화의 원형을 찾아가다 보면 의외의 잔혹성에 놀라게 된다. 당시 사회의 모순을 담고 있던 설화가 시간을 거치며 아동용으로 각색을 거쳐 현재의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가 됐다. 그런 면에서 카카오 캐릭터는 그림형제의 ‘잔혹동화’를 떠올리게 한다. 외형은 아름답지만 속내는 비판적이고 우울하다. 이는 사회의 주류 문화를 거부하는 ‘B급 정서’ 콘텐츠의 공통분모이기도 하다.

◇니니즈,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영향력 고려해 다듬어 나가야

'가까이 가지 말라'는 말처럼 니니즈캐릭터들의 설정에는 '날'이 서있다.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순화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이미지 확대보기
'가까이 가지 말라'는 말처럼 니니즈캐릭터들의 설정에는 '날'이 서있다.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순화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니니즈 캐릭터들의 말과 행동이 카카오톡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시 버전에서 니니즈 캐릭터들은 머리가 폭발하는 등의 이모티콘 애니메이션, ‘X졌으면’이라는 대사를 달고 나왔다. 청소년에게 부적합하다는 비판이 튀어나왔다.

이에 카카오측은 출시 하루 만인 지난 15일 대사와 애니메이션 효과를 다소 순화하는 등 보완 작업에 나섰다. 카카오 관계자는 “미스테리하고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캐릭터라는 원래 방향에 이용자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고 전했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주요 메신저의 총 사용시간 중 카카오톡의 사용시간이 95%를 차지했다. 10대에서도 카카오톡의 사용시간 점유율은 90%에 달했다.

카카오톡이 남녀노소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니니즈 출시 버전은 다소 과격했던 것이 사실이다. 독특한 ‘B급 정서’를 유지하면서 학부모들의 우려를 줄일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니니즈의 향후 과제가 될 듯하다.


신진섭 기자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