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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키즈·믹스나인·더유닛, 오디션 프로와 배틀그라운드의 인기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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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키즈·믹스나인·더유닛, 오디션 프로와 배틀그라운드의 인기비결

스트레이 키즈 방예담과 믹스나인 최현석이 2018년 YG 그룹 데뷔조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출처=Mnet, JTBC이미지 확대보기
스트레이 키즈 방예담과 믹스나인 최현석이 2018년 YG 그룹 데뷔조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출처=Mnet, JTBC
[글로벌이코노믹 서창완 기자]
22일 한 매체는 YG가 '믹스나인'의 최현석과 '스트레이 키즈'의 방예담, 최래성을 데뷔조로 한 남자 아이돌 그룹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데뷔도 전에 경쟁 장면을 노출하고 대중의 평가를 확인하는 건 양현석과 박진영의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투자다. 그들은 최소한의 비용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스트레이 키즈', '믹스나인', '더 유닛'. 현재 방송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시청률은 얼마되지 않지만 화제성은 확실하다. '슈퍼스타K'로 대표되던 일반인 상대 오디션 프로그램은 진화를 거듭했다. 지난해 '프로듀스 101'로 연습생 101명 중 순위를 매기는 독특한 현태가 등장하더니 오디션 프로그램의 무대는 아이돌 연습생 대상으로 옮겨 갔다.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라는 부제가 달린 KBS2 '더 유닛'은 이미 한 번 데뷔한 사람들이 실력을 겨룬다. '스트레이 키즈'는 JYP 엔터테인먼트 박진영이 새로운 남자 아이돌을 준비하는 과정을 다룬 프로그램이다. '믹스나인'은 YG의 양현석이 기획사들을 돌며 뛰어난 재목들을 선발한 뒤 겨루게 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최근 유행하는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떠올리게 한다. 피씨방 점유율 2위인 이 게임은 100명의 참가자가 한 섬에 떨어져 생존하는 방식이다. 팀도 구성한다. 좁혀져 오는 자기장에 닿으면 체력이 떨어진다. 팀을 제외한 적들을 마추지면 싸워야 한다. 얼마나 빠른 시간에 공격, 방어, 치료 등의 도구를 차지하느냐가 중요하다. 자기장과 상대의 공격을 피해 살아 남는 자가 최후의 승자가 된다.

오디션이란 치열한 과정을 거친 아이돌도 비슷하다. 경쟁에 살아남지 못해 1년 만에 소리 없이 사라지는 아이돌 그룹이 세기도 벅찰 정도로 많다는 건 '더 유닛'만 봐도 알 수 있다. 처음부터 눈에 띄지 않는 한 오래 살아남기는 힘들다. 저렇게 많은 팀들이 데뷔했나 싶을 정도다.

더 유닛 참가자들이 모두 출연해 꾸민 무대는 웅장하기까지 하다. 출처=KBS2이미지 확대보기
더 유닛 참가자들이 모두 출연해 꾸민 무대는 웅장하기까지 하다. 출처=KBS2

'믹스나인'도 경쟁은 심하다. 이미 출중한 외모에 노래와 춤 실력은 갖춘 그들 사이에서도 데뷔조 버스를 타는 인원은 소수다. 대다수는 연습조 버스를 타고, 그 외 더 많은 수의 연습생들이 탈락한다. '스트레이 키즈'의 박진영은 가족‧친구들과 만날 시간도 없이 성실하게 연습해야 할 것을 강조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말하는 경쟁‧성실‧성공 등의 가치는 대한민국 사회 그 자체다. 심사위원석에 앉은 양현석이 "그 나이에 여기서 뭘 하고 있냐"고 말을 해도 그 앞에 선 참가자는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참가자들은 선택을 받는 을의 입장이고, 자신이 마음에 들지 못하는 순간 옆 사람이 선택 받는다. 자기장 안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피해 숨죽이다 기회를 엿봐야 한다.
오디션 프로그램과 게임 배틀그라운드는 우리 사회를 축소해 놓은 듯하다.이미지 확대보기
오디션 프로그램과 게임 배틀그라운드는 우리 사회를 축소해 놓은 듯하다.

참가자들은 탈락되더라도 분노하거나 불평을 표시하지 않는다. 자신이 부족했으므로 경쟁에서 밀린 그는 탈락한다. 성실과 경쟁은 우리 사회의 미덕이다. 자기장 안에 뛰어든 건 참가자 자신이었고, 노력을 하지 않은 건 본인의 탓이다.

이 모든 것은 오디션 프로의 잘못이 아닌 숙명이다. 오디션 프로에 출연하는 수많은 아이돌 예비군들은 이 땅에 존재하는 산업예비군들과 다르지 않다. 사회는 성실을 최선의 가치로 내세우고, 탈락한 자들에게 노력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산업예비군들은 그 가치를 받아들인다. 생각할 겨를은 없다. 자기장은 계속 조여오고 있다. 사람은 너무나 많고, 재화는 한정돼 있다.

배틀그라운드와 오디션 프로가 인기를 끄는 건 그 때문이다. 우리가 경쟁 과정을 눈으로 소비하고, 직접 게임으로 즐기는 것은 현실의 고통보다는 그 편이 낫기 때문이다. 배틀그라운드와 오디션 프로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또 있다. 배틀그라운드에서는 3~4명이 스쿼드를 짜 협력을 통해 경쟁을 헤처나간다. 오디션 프로 역시 참가자들끼리 힘을 합쳐 경쟁하고, 탈락자들을 위해 눈물을 흘린다.

경쟁을 내건 오디션 프로그램과 게임이 형태를 바꿔 반복되는 건 그 안에 현실보다는 나은 끈끈한 협력이 존재해서는 아닐까.


서창완 기자 seotiv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