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는 28일(현지시간) 자국 대형은행 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건전성 조사) 결과 2014년 심사 시작 이후 처음으로 "자본 증가 필요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이는 영국이 EU를 이탈할 경우에도 영국 주요 은행들은 대출을 축소하거나 공적 지원을 받지 않고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BOE는 강조했다.
지난해 6월 EU 이탈 결정 이후 영국에서는 파운드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되는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면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압박함으로써 올해 국내 경제는 모멘텀을 잃었다. 결국 영국 정부는 지난주 향후 몇 년간의 전망을 대폭 하향 수정했다.
예산책임국(OBR)은 2017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1.5%로 낮췄다. 이는 역사적 경향과 비교하면 거의 1% 포인트 밑도는 수준이다. 이와 함께 영국 정부는 공공 부채 상환을 위해 30억파운드(약 4조3137억원) 상당의 RBS 보유 지분을 다음 회계 연도에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조정 결과로 인해 이번 테스트에서 해먼드 재무장관을 안도시키기에 충분한 결과를 얻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BOE는 이번 테스트 결과를 통해 영국이 비록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EU로부터 이탈하더라도 금융기관 자체 능력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영국은 2019년 3월 EU를 완전히 이탈하기 전에 새로운 법률을 통과시킬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과 EU가 맺고 있는 26조파운드(약 3경7385조6600억원) 상당의 크로스보더(Cross-Border) 파생 상품 계약과 3600만 보험 계약에 혼란이 생기면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보여준 자신감은 모두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BOE는 세계 경제가 심각한 경기 후퇴에 빠지고, 영국 금융기관이 회계 상의 부정행위에 대해 더 무거운 벌금을 낼 경우, 갑작스런 EU 이탈의 영향을 금융시스템이 쉽게 대처할 수 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행 기간에 관해 '시기적절한 합의'를 맺음으로써 금융 안정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BOE 금융행정위원회(FPC)의 견해도 따랐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