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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경제진단] 환율 뉴욕증시 왜 떨어지나… 트럼프 세제개혁안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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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경제진단] 환율 뉴욕증시 왜 떨어지나… 트럼프 세제개혁안 이후

미국  달러환율이 예상외의 약세기조를 이어가고있다. 그바람에 원달러환율이 하락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 달러약세의 원인과 전망  그리고 우리나라 원화 환율은 어디로? 김대호 박사의 경제진단이다. 사진은 재닛옐런 미국 연준 의장.
미국 달러환율이 예상외의 약세기조를 이어가고있다. 그바람에 원달러환율이 하락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 달러약세의 원인과 전망 그리고 우리나라 원화 환율은 어디로? 김대호 박사의 경제진단이다. 사진은 재닛옐런 미국 연준 의장.
[글로벌이코노믹 김대호 기자] 미국 달러화가 때 아닌 약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의 약세는 서울 외환시장에서 우리나라 원화의 강세로 이어져 원 달러 환율을 연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 미국은 이른바 트럼프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세제 개편 안을 앞두고 경제가 급속하게 살아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가 경제의 호황은 그 나라 통화가치를 끌어올리게 된다. 경제가 좋아지는 돈 가치도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요즈음 미국 경제는 그야말로 순풍에 돛을 단 것처럼 순항하고 있다. 성장률이 3%를 넘나들고 있다. 미국처럼 덩치가 큰 나라에서 3%의 성장률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실업률은 완정고용상태라고 할 수 있는 4% 초반까지 내려가 있다. 이런 마당에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율을 무려 12% 포인트나 낮추는 31년 만에 최대 폭의 세금감면을 추진하고 있다. 앞을 ㅗ당분간 경기는 더 호전될 것이 확실시된다. 적어도 거시경제지표 전망으로 볼 때 미국 달러화는 가치상승 즉 강세로 나아가는 것이 맞는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최근 들어 미국 달러화는 정반대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화의 국제적 가치평가는 주로 달러인덱스라는 지표를 사용한다. 달러를 제외한 선진 5개국 주요통화의 가치를 가중 평균한 뒤 이를 달러화의 가치와 비교한 것이 달러 인덱스이다. 달러 인덱스가 올라가면 달러가치가 상승했다는 의미이다.

11월 이후 달러인덱스는 줄곧 90 포인트 대 초반에서 허덕거리고 있다. 올 상반기만 해도 100선 위에서 움직였다. 달러가치가 전 세계 통화에 대해 평균 10% 이상 평가절하 된 것이다. 특히 트럼프의 세제개혁안이 본격 추진된 후 달러하락이 더욱 두드러졌다.

세제개혁안이 달러약세를 몰고 오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미국의 세율을 다른 나라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낮춤으로써 그동안 외국에 나가있던 미국기업 들을 다시 미국으로 불러들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외 기업의 미국 이전도 겨냥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의 기업들은 미국의 높은 법인세와 인건비 폭탄을 피해 해외로 빠져 나갔다. 세제개편안으로 미국의 세율이 다른 나라보다 더 낮아짐에 따라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이 다시 미국으로 대거 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무르익고 있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리쇼어링이라고 한다. 법인세율이 크게 낮아지면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은 다른 나라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보다 훨씬 더 유리해질 수 있다. 납부해야 할 세금이 줄어드는 만큼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그만큼 더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줄곧 미국을 떠났던 기업들의 귀환을 촉구하고 있다. 일자리 확대에 올인하고 있는 트럼프로서는 미국 기업들의 컴백에 목을 거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미국 기업뿐 아니라 다른 나라 기업에 대해서도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가 세율을 내리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 안을 만든 일차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의 세율을 다른 나라보다 낮추어 기업들로 하여금 미국으로 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이 같은 정책은 이미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수많은 기업들이 미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외환투자자들은 세제 개편 안이 미국의 수출을 늘리고 경기를 활성화 할 것이라는 데에 주로 초점을 맞추었다. 수출이 늘고 경기가 살아나면 미국 달러화의 가치도 상승하게 된다. 그러한 논리로 달러화를 사들였고 그 결과 달러 인덱스는 치솟았던 것이다.

하반기 들어 트럼프의 세제 개편 안이 구체화되면서 외환시장 투자자들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기업들이 가져올 달러의 양을 더 주목하기 시작했다. 미국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기업이든 새로 들어오는 외국기업이든 미국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달러도 함께 들여오게 된다. 달러 유동성이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달러화 환율이란 달러화와 다른 나라 통화간의 교환 비율이다. 외환시장에 공급이 늘어나는 통화는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진다. 외국에서 달러가 몰려들면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하락압력을 받게 되는 것이다.

트럼프의 세제개편안에서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재정의 순 지출이다. 법인세와 소득세 세율을 대폭 내리고 상속세는 아예 폐지한다는 것이 트럼프의 안이다. 세율 인하와 세금철폐로 세금이 덜 걷히면 국가가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든다. 정부의 재정지출을 줄이면 일단 수지균형을 달성할 수는 있겠지만 지출의 축소 과정에서 모든 경제주체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정부도 세출을 줄일 생각이 별로 없다.

세금 수입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종전처럼 돈을 쓰면 세출에서 세입을 뺀 재정의 순지출이 늘어나게 된다. 이는 정부가 통화량을 늘린 것과 같은 효과나 난다. 통화량이 늘면 그 나라의 환율은 올라간다. 달러의 가치가 하락압력을 받는 것이다.

달러가치를 떨어뜨리는 세 번째 요인은 트럼프의 정책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무역보복을 남발하는 것도 결국은 수지개선을 위한 것이다.

통상정책만으로는 무역수지 개선에 한계가 있다. 트럼프는 궁극적으로 미국 달러약세를 유도하여 미국의 수지를 개선하고 싶은 욕망을 지니고 있다. 그는 대통령 취임을 앞둔 올 초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달러약세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취임 후에는 각국의 환율 운영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달러약세를 유인해왔다.

트럼프는 틈만 나면 레이건 전 대통령을 추켜세운다. 역대 지도자 중에 레이건 이 가장 훌륭하다는 것이다. 경제정책에 있어서도 레이건의 경제정책노선인 이른바 레이거노믹스에 대한 강한 향수를 갖고 있다. 세율인하도 사실은 레이거노믹스에서 따온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은 1985년 일본과 독일을 압박하여 플라자합의라는 것은 도출해 냈다. 선진국들이 공조하여 달러약세를 유도한 이 플라자 합의는 꺼져가던 미국 경제를 다시 살린 전설적 처방으로 지금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트럼프도 레이건의 플라자 합의와 같은 국제연대에 의한 강력한 달러약세를 지향하고 있다. 이 같은 트럼프의 속내가 시장에 반영되면서 달러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대호 기자 yoonsk82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