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19일 연간 수출 실적이 50만 달러 이상인 514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내놓은 ‘2018년 수출기업의 경영환경 전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91.4%가 내년에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특히 이 가운데 68.2%는 0~10%의 수출 증가를 예상했다.
의료·정밀 및 광학기기, 반도체, 기계류 등의 수출 기업들은 2018년에 호조를 보일 것으로 조사된 반면 휴대폰 및 무선통신기기 부품, 전기·전자제품, 농수산물 등의 수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주춤할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수출 기업의 경영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이슈로는 응답 기업의 48.4%가 환율 변동 심화를 손꼽았다. 글로벌 경쟁 심화(25.1%)와 미국‧중국 등의 보호무역주의 강화(16.0%)가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최근의 환율 하락세가 내년도 수출 채산성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수출 기업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특히 농수산물(70.2% 응답), 섬유·의복 및 가죽제품(53.7%), 기계류(52.0%) 등의 품목에서 외환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환율 변동으로 인해 수출기업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구체적인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응답 기업의 내년도 사업계획 환율은 달러당 평균 1090원으로 조사됐다. 또한 응답 기업의 67.9%가 현재(12월 5일 기준, 1만883원/달러) 적어도 미 달러화 등 1개 이상의 결제통화에 대해 환차손을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대다수의 기업은 수출 단가 인상을 통해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환율 10% 하락에 대해 수출 단가를 몇 %p 인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5%p 이하(절반 이하)만 반영할 수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77.4%였으며, 특히 이중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기업도 27.3%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의 기업들은 환리스크를 충분히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 기업의 58.4%는 현재 환리스크를 전혀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으며 75.9%의 기업은 환헤지(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없애기 위해 현재 수준의 환율로 수출이나 수입, 투자에 따른 거래액을 고정시키는 것) 비율이 20% 미만이라고 답했다. 특히 사내에 환율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8.6%에 불과했다.
김건우 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연구원은 “최근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결정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을 대비하여 장기적인 환리스크 관리 전략을 수립함과 동시에 기업들의 자체적인 환율 전문가 육성 및 관련 컨설팅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