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타고 있는 국내 업계에 전운이 감도는 것은 중국 반도체 제조기업의 성장 때문이다. 현지 반도체 업체들은 지난해 정부의 적극적 지원에 힘입어 매출이 크게 늘었다. 연간 매출액이 20%씩 성장하며 글로벌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생명선은 D램이다. 중국 반도체 굴기에 대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에서 해법을 찾으려 한다. 생산량을 늘려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이 선택은 독이 될 수 있다.
반도체 슈퍼호황이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것은 시장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공급을 늘릴 경우 D램 등의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후발주자의 진입을 막기 위한 ‘가격전쟁’은 반도체 산업의 현재 흐름을 끊을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올해 월간 D램 생산능력을 지난해 대비 20%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1위 업체인 삼성이 생산량을 늘리면 후순위 업체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일각에선 삼성 등 반도체 선도 기업들이 후발주자들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가격을 떨어뜨리는 수를 펴는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D램 가격이 오르면 이 분야 진출을 꾀하던 기업들의 진입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생산량을 늘리는 동시에 기술혁신에 박차를 가해 중국 기업과의 격차를 늘리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