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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몸집키우기…급하면 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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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몸집키우기…급하면 체한다?

자료=유안타증권
자료=유안타증권
[글로벌이코노믹 최성해 기자] 증권사가 앞다퉈 몸집키우기에 나서며 자기자본 수익성제고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당국의 대형화 정책에 맞춰 대거 덩치를 키워 자기자본 4조원의 초대형IB요건에 충족했다. 하지만 여기에 부여되는 발행어음의 라이선스획득에 제동이 걸리며 자본 효율성제고에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발행어음 인가한 곳도 예상보다 높은 발행어음 금리를 제시하며 역마진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덩치키우기로 초대형IB 인가…발행어음 심사 깜깜무소식


덩치가 중요할까? 체력이 먼저일까? 최근 증권사의 화두는 대형화다. 당국이 몸집별로 인센티브를 주며 증권사들도 덩치키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미 증자 등을 통해 삼성, KB증권 등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초대형IB로 자기자본을 키운 상황. 그 덕에 이들 증권사를 포함,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 NH투자증권 등 5개사는 초대형 IB로 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아직 샴페인을 터트리기에 이르다. 덩치를 늘렸으나 커진 몸집만큼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인센티브를 아직 확보하지 못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 예가 발행어음이다. 최근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에서 KB증권의 인가가 무산됐다.

앞서 삼성증권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유력후보인 미래에셋대우도 최근 공정위 내부거래조사로 당국으로부터 인가심사가 보류됐다. 이에 따라 유일하게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만이 발행어음업무를 독점적으로 영위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최근 메가톤급 유상증자를 단행, 초스피드 로 몸집불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15일 우선주 1억3084만주에 대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확정배당금 지급조건인 참가형‧누적형 의결권 우선주다.

이번 증자로 조달자금 규모는 7000억원에 달한다. 방식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형식으로 12월 중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고 내년 1월말 신주배정, 3월중 신주가 상장될 예정이다. 우선주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현재 7조300억에서 8조원으로 뛰게 된다.

문제는 슈퍼울트라급으로 덩치를 키웠으나 규제불활실성도 따라온다는 사실이다. 특히 그 규모에 맞게 인센티브 부여를 약속한 당국이 말을 바꿀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행 규정상 자기자본 8조원 증권사에게 IMA계좌의 혜택이 부여된다. IMA계좌는 종합금융투자계좌로 운용성과에 따라 은행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할 수 있다. 발행한도의 제한이 없으며 증권사가 원금보장을 하는 것도 매력이다.

개인의 은행자금이 증권사로 이동하는 머니무브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은행계좌에 대한 대항마로 평가받는다.

발행어음과 달리 IMA는 금융당국의 특별한 인가가 필요없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단계를 뛰어넘는 업무인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다. 그 전단계인 발행어음인가없이 IMA계좌업무를 영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자기자본 단계별로 관련업무를 인가를 하며 최종적으로 IMA를 지정하는 구조”라며 “중간단계를 뛰어 넘어 IMA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기자본 8조원시대가 열리더라도 규제의 불확실성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시너지 위해 비슷한 사업포트폴리오 구조적 개선 필요


발행어음 단독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도 맘이 편한 것은 아니다. 지난달 27일 첫 판매를 시작한 퍼스트 발행어음은 이틀 만에 5000억원의 자금이 몰리며 목표를 달성했다.

인기요인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금리다. 1년만기 약정형 발행어음 금리는 연2.30%로 시장예상치인 연1% 후반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고금리인 발행어음으로 돈을 끌어오기는 쉽다”라며 “하지만 발행어음자금을 기업금융 쪽에 50% 넘게 투자해야 하는 등 운용상 제약이 많은데다, 금리이상 벌어야 이익이 나는 구조로 약정금리이상의 수익을 내지 못하면 고금리는 역마진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투자증권은 시간을 갖고 성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이제 팔기 시작한지 한달도 채 안됐는데,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지 않느냐”라며 “ 자산관리부채위원회에서 결정된 금리로 이정도로 수준이면 충분히 운용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금 같은 증권사의 사업포트폴리오 아래 덩치키우기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초대형 IB로 명명된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사업포트폴리오 구성이나 주요 수익창출기반이 중소형 증권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즉 RP 및 파생결합증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 채권으로 운용하는 투자패턴이 엇비슷하고 공모시장의 대규모 인수‧주선에 일부 우위가 있을 뿐 IB영업은 국내의 좁은 시장파이를 놓고 경쟁중이다. 그 결과 ROE도 증시의 변동성에 따라 널뛰기하는 등 여전히 수익구조가 외풍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권대정 한국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실장은 “대형사의 자본 확충이 사업포트폴리오의 구조적 개선이 아니라 단순한 몸집 불리기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며 “업무영역 확장을 통한 차별적 사업모델 구축을 하지 못한 가운데 늘어난 자본이 중소형 증권사의 시장 빼앗기에 소모된다면 초대형 IB(투자은행)가 아닌 소형 CB(상업은행)로 안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bad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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