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공룡 집사’의 권력 남용

기사입력 : 2017-12-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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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권부 석지헌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석지헌 기자]
금융권 스튜어드십 도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선방은 KB금융이 날렸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연임을 확정 짓는 심층 면접 하루 전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입장을 밝혔다. 신한금융그룹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하나금융지주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스튜어드십을 ‘글로벌 스탠다드’라며 선택을 넘어 의무로 특정하게 분위기를 몰고 간다는 논란도 있다. 그 논란의 중심에 국민연금이 있다.

국민연금은 내년 하반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추진한다. 큰 저택의 집안일을 맡은 집사(steward)처럼 기관투자자가 고객의 돈을 관리해준다는 데서 유래한 스튜어드십. 이름은 멋지고 그럴 듯하다. 문제는 도입한 다음이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을 시행하면, 자본시장에는 공룡 한 마리가 들어서는 셈이다. 목줄이 없는 공룡.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기관투자자가 특정 기업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해 주요 주주가 된 경우는 물론 주식 단 한 주를 갖고 있더라도 자신이 보유한 지분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여기서 상장기업 지분을 5% 이상 보유할 경우 ‘주식 등 대량보유 보고 의무’에 따라 1% 이상의 변경이 생길 때마다 이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5% 룰’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이 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 연기금들이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추천하거나 상장사에 배당 확대를 요구해도 경영 참여로 보지 않겠다는 쪽으로 조항을 완화한다고 한다. 주요 대기업 지분의 평균 9% 정도를 갖고 있는 ‘공룡’ 국민연금이, 기업의 지배구조에 앞장서도 괜찮다는 것인가. 독립성 없는 기관투자자가, 기업 경영에 개입해도 된다면 그것이 바로 관치경영 아닌가.

KB금융의 단일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9.79%)이다.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달 20일 KB금융 주주총회에서 노조가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참여연대 출신 하승수 변호사 선임 건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 대표적이다.

2010년 영국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처음 도입된 이후 현재 미국, 캐나다, 일본등 20여 개 선진국이 시행하고 있으나, 스튜어드십 코드가 실제로 기업가치를 개선했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힘들다. 스튜어드십이란 어디까지나 기금관리 책임자들이 대리인으로서, 수탁자의 뜻을 받들어, 안정성과 수익성을 달성하라는 일종의 윤리규정이다. 국민연금이 기업의 대주주가 되어, 기업경영에 간섭하라는 게 그 취지는 아닐 것이다.

누구를 위한 스튜어드인가. 금융당국에 묻고 싶다.


석지헌 기자 cake@g-enews.com 석지헌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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