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의 경우 지난 1월 합병 등을 통해 자본확충에는 주력했지만 막상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 관리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초대형 IB의 핵심사업인 발행어음 인가도 무산돼 일각에서는 무리한 경영을 도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KB증권 관계자는 “유상증자와 합병 등으로 4조원 넘게 늘어난 것이 원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초대형 IB로 지정된 4개의 증권사들의 ROE 수치는 되레 증가했다.
올해 3분기 ROE는 ▲한국투자증권 12.1% ▲NH투자증권 8% ▲삼성증권 6.7% ▲미래에셋대우 6.2% 등을 기록했다. 특히 합병 수순을 겪은 미래에셋대우도 지난해 1분기 4.3%에서 올해 3분기 1.9%포인트 상승했다.
황세운 자본시장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 중 ROE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향후 초대형 IB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진단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는 증시가 전반적으로 호조세를 띠면서 증권사 수익성이 개선된 편”이라며 “내년 수수료가 본격적으로 인하되면 수익성을 위해 IB, WM 등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KB증권의 경우 지난해 합병 과정에서 회계상 대부분의 부실을 털어내면서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지만 지점으로 나가는 큰 고정비의 수입 구조를 극복하지 못한 게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자기자본 규모와 비교했을 때도 차입금은 비율은 높았다. 5대 초대형 IB 증권사 가운데 자기자본 대비 차입금 비율이 절반 이상을 넘는 증권사는 KB증권이 유일했다. KB증권의 차입금 비율은 59.2%로 합병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미래에셋대우(23.5%)의 2배를 훌쩍 넘긴다. 삼성증권은 차입금이 전혀 없고 한국투자증권은 20.7%, NH투자증권은 47.9%였다.
이에 따라 올해 9월 레버리지 비율은 748.1%을 기록하며 지난해 말(635%) 대비 약 113%포인트 늘어났다. 이는 미래에셋대우가 785%에서 718%로, NH투자증권이 872.9%에서 807.6%로, 삼성증권이 751.9%에서 727.0%로 감소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레버리지 비율이란 자회사출자가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지주회사의 재무 건전성 지표 중 하나다. 이 비율이 100%를 넘는 것은 지주회사가 빚을 내서 자회사에 출자(투자)했다는 의미다. 현재 금융당국은 이 비율을 130% 이하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렇게 각고의 노력으로 초대형 IB의 꿈을 이뤘지만 성과없는 무용지물이었다. 금융당국이 KB증권에 대주주 신용공여 문제로 ‘기관경고’조치를 내리면서 초대형 IB의 핵심사업인 발행어음 인가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판매 이틀 만에 5000억원을 모두 '완판'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증권선물위원회에 KB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 안건을 상정했지만 다음 증선위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내렸다. 다음 증선위는 내년 1월 중순 께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달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KB증권에 ‘기관경고’ 조치를 내린 점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월 옛 현대증권 시절 계열사인 현대엘앤알의 사모사채 610억원 가량을 인수해 2013년 계열사 현대유엔아이 유상증자에 200억원을 출자한 점을 문제 삼았다.
실제로 금융투자업 규정 상 신규사업 인가 심사 시 신청인이나 신청인 임원이 법령 위반이나 건전 금융거래질서 위반 사건 등 금융거래질서를 위반할 소지가 없어야 한다는 내용의 조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채권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투자를 위해서는 당연하게 여겨진다”며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빚에 많이 의존하는 외형 확대를 바람직하다고 평가하긴 힘든 만큼 건전성 회복에도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손현지 기자 hyunji@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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