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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칼럼] 미국 마리화나 합법화 후폭풍 어디까지… 금주법과 마약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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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칼럼] 미국 마리화나 합법화 후폭풍 어디까지… 금주법과 마약의 경제학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마리화나를 합법화 했다, 대마초를 사고파는 것은 물론 흡입헤도 처벌하지 않는다. 미국 마약 정책은 과연 어디로 가는가?  김대호 박사의 분석이다. 사진은 캘리포니아 주에서 마리화나 피는 모습.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마리화나를 합법화 했다, 대마초를 사고파는 것은 물론 흡입헤도 처벌하지 않는다. 미국 마약 정책은 과연 어디로 가는가? 김대호 박사의 분석이다. 사진은 캘리포니아 주에서 마리화나 피는 모습.
[글로벌이코노믹 김대호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마리화나의 합법화를 선언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마리화나를 자유로 사고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마리화나를 피운다는 이유만으로 캘리포니아에서는 더 이상 처벌을 받지도 않는다.

미국에서 마리화나가 합법화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콜로라도 주를 필두로 오리건 주, 워싱턴 주, 알래스카 주 그리고 네바다 주 등이 이미 합법화해 놓고 있다. 미국의 마리화나 합법화는 이처럼 이미 상당수준 진행된 상태다.
콜로라도, 워싱턴, 오리건, 알래스카, 네바다 주 등은 상대적으로 주의 규모가 작은 탓에 대마초 합법화 이후 파장이 그리 크지 않았다.

캘리포니아는 사정이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주이다. 그동안 합법화를 해왔던 콜로라도 주, 오리건 주, 워싱턴 주, 알래스카 주, 네바다 주의 인구를 다 합쳐도 캘리포니아 한 주에 못 미친다.

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 주는 다른 주 사람들의 왕래가 가장 많은 곳이다. 캘리포니아에는 옐로스톤 등 미국의 주요한 관광지가 몰려있다. 디즈니랜드와 할리우드 그리도 실리콘밸리 등 명소들도 캘리포니아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 만큼 캘리포니아의 마리화나 합법화는 미국 전역의 합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캘리포니아 주에는 또 세계 각국으로부터 흘러들어온 이민자도 유난히 많다. 코리안 어메리칸으로 불리는 한국계 미국 동포도 절대 다수가 캘리포니아에 몰려 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캘리포니아의 마리화나 합법화는 비단 미국뿐 아니라 이민자 가족과 친인척을 통해 지구촌 전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가 캘리포니아 주의 마리화나 합법화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그냥 흘려버리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마리화나를 합법화 했다, 대마초를 사고파는 것은 물론 흡입헤도 처벌하지 않는다. 미국 마약 정책은 과연 어디로 가는가?  김대호 박사의 분석이다. 사진은 캘리포니아 주  마약판매 가게의 모습.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마리화나를 합법화 했다, 대마초를 사고파는 것은 물론 흡입헤도 처벌하지 않는다. 미국 마약 정책은 과연 어디로 가는가? 김대호 박사의 분석이다. 사진은 캘리포니아 주 마약판매 가게의 모습.


물론 미국 전체적으로는 마리화나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하다. 대다수의 주에서는 여전히 마리화나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의 수많은 주들은 마리화나를 흡입하거나 판매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량을 소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처벌하고 있다. 전국 곳곳의 교도소에는 마리화나 사범들이 넘쳐흐르고 있다.

그러나 각 주들이 잇달아 합법화 하면 다른 주들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많은 주들은 마리화나 합법화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다른 주들의 사례를 보아가면서 조치를 취하겠다는 주도 여럿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캘리포니아의 합법화 조치는 미국 전역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요즈음 마리화나를 둘러싼 미국의 논쟁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은 없어졌지만 한동안 미국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어왔던 미국의 금주법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 3.1 만세운동이 일어나기 직전인 1919년 미국에서는 헌법을 바꾸는 일이 있었다. 이른바 수정헌법 18조를 새로 삽입한 것이다. 미국 수정헌법 18조는 술의 판매와 음용을 금지하는 것이다. 수정 헌법 18조를 실행에 옮길 구체적인 법으로 볼스테드 법이 만들어졌다. 술의 양조·판매·운반·수출입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었다.

금주법 제정에 앞장선 곳은 기독교 단체들이었다. 농촌지역의 개신교 세력인 "금주 십자군(dry crusaders)"과 개신교 로비 단체인 안티살롱 동맹 그리고 기독교 여성단체인 여성기독교금주연맹 등이 앞장서 금주법을 만들었다.

당시 기독교 단체들은 술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생각했다. 술 때문에 범죄가 생긴다고 본 것이다.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면 알코올 중독과 약물 남용 도박 그리고 살인강도 같은 강력범죄도 막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마리화나 캔디  이미지 확대보기
마리화나 캔디


금주법 시행 이후 실제로 범죄는 줄었다. 수정헌법 18조를 시행하는 14년 동안 알코올 소비량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미국의 인구당 범죄 발생 비율도 20% 이상 감소했다.

문제는 부작용이었다. 술을 사고팔지 못하도록 하자 비밀리에 마련하기 위한 각종 탈법과 편법이 생겨난 것이다. 이 와중에 가장 큰 돈을 번 조직이 바로 미국의 마피아다. 알 카포네가 지휘하던 마피아는 은밀하게 술을 만들어 비싼 가격에 넘기는 방법으로 큰돈을 벌었다. 마피아뿐 아니라 직 지역의 갱스터 범죄 조직도 이때 본격적으로 생겨났다. 금주법 때문에 오히려 술값이 올라간 측면이 있다. 그 비싼 술을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오히려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도 생겨났다.

미국은 결국 1933년에 와서 금주법을 철폐하기에 이른다. 금주를 규정한 수정헌법 제18조를 폐기하는 또 다른 수정헌법 제21조를 만들어 헌법에 삽입한 것이다. 미국의 헌법 개정은 이처럼 수정헌법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헌법에 금주 조항이 무력화된 것은 1933년 12월5일이다. 수정헌법 18조가 1919년 1월16일 비준되었으니 1933년 12월5일 철폐될 때까지 무려 14년 동안 미국에서는 적어도 법상으로는 술을 사고 팔 수도, 제조할 수도, 마실 수 도 없었던 것이다.

금주법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금주법은 인간의 욕망을 무조건 법으로 막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주는 산 교훈이 되었다. 억지로 통제하면 부작용이 오히려 더 클 수 도 있다는 사실을 금주법은 말해주고 있다. 경제학 교과서에서도 정부의 지나친 개입을 비판할 때 금주법의 사례를 곧잘 인용하고 있다.

요즈음 미국의 일부 주가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것도 그 근본적인 이유는 금주법의 교훈과 맞닿아 있다. 마리화나를 규제해도 제대로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합법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마리화나를 규제하기 시작한 것은 공교롭게도 금주법을 철폐한 직후였다. 금주법의 철폐로 돈줄을 잃은 마피아와 갱스터들은 발 빠르게 마약으로 옮겨갔다. 술 대신 마약으로 비밀장사를 시작한 것이다.
마리화나를 사겠다고 줄을 서 있는 모습.이미지 확대보기
마리화나를 사겠다고 줄을 서 있는 모습.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마리화나를 합법화 했다, 대마초를 사고파는 것은 물론 흡입헤도 처벌하지 않는다. 미국 마약 정책은 과연 어디로 가는가?  김대호 박사의 분석이다. 사진은 캘리포니아 주에서 마리화나 피는 모습.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마리화나를 합법화 했다, 대마초를 사고파는 것은 물론 흡입헤도 처벌하지 않는다. 미국 마약 정책은 과연 어디로 가는가? 김대호 박사의 분석이다. 사진은 캘리포니아 주에서 마리화나 피는 모습.


금주법 당시의 술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마리화나도 범죄 조직이 주로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가격이 비싸지는 것은 물론이고 선량한 사람들도 범죄로 빠져드는 악순환이 생겨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같은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는 합법화시키는 것이 더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주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 일부 주들이 잇달아 마리화나를 합법화한다고 해서 마리화나의 중독성을 과소평가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마리화나가 몸에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마리화나 합법화를 단행한 미국의 주에서도 마리화나는 여전히 몸에 나쁜 것으로 되어 있다. 마리화나를 피다가는 직장도 제대로 구하기 어렵다.

미국의 마리화나 합법화는 각 개인이 자신의 몸을 스스로 해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규제의 부작용을 막아보자는 미국적인 발상이다.

여기에는 또 조세 수입을 늘리겠다는 당국의 의지도 담겨 있다. 술과 담배처럼 정부가 직접 통제하면서 그동안 범죄조직이 가져갔던 독점적인 이윤을 세금으로 걷어보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의 마리화나 합법화가 한국에는 적어도 당장은 어울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대호 기자 yoonsk82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