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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투자증권, SK증권 인수 '적신호'… 18위 진입 꿈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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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투자증권, SK증권 인수 '적신호'… 18위 진입 꿈 무너지나

금융당국 "자금조달구조 문제있다"... 심사 ‘안개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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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손현지 기자]

케이프의 SK증권 인수합병(M&A)이 재차 도마에 올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케이프투자증권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케이프투자증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자꾸만 미루고 있어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케이프투자증권의 SK증권 인수안은 몇 가지 문제가 있어서 심사중”이라며 “현재의 자금조달구조나 프라이빗에퀴티(PEF)형태로 승인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라 계속 논의중”이라고 답변했다.

지난해부터 대형 증권사들 초대형IB 사업 등에 주력하며 발행어음을 통한 대규모 투자사업을 진행한 가운데 수수료 인하·무료 정책을 펼쳤다. 이로 인해 중소형 증권사와의 양극화는 심화됐다.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브로커리지부문이 전체 수익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초대형IB 발행어음 사업 기준)뿐 아니라 3조원 이상(금융투자사업자)기준과도 동떨어진 중소형 증권사는 새로운 수익창출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DGB금융과 하이투자증권 합병을 비롯해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 매각의사를 나타냈다. 자기자본규모를 늘리고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케이프투자증권 역시 SK증권을 인수해 새로운 사업을 도모하려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SK증권이 증권업계에 매물로 등장할 당시, 케이프투자증권과 큐캐피탈이 인수 경쟁을 벌였다.지난 8월 SK증권이 지분 10%(약 600억원)가량을 최종적으로 케이프투자증권측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중소형 증권사의 반란을 예고했다. 10% 지분은 SK그룹이 보유한 전량이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케이프투자증권은 단번에 SK증권의 최대주주로 등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심사를 코앞에 두고 인수합병의 꿈이 무산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케이프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게 아직 전달 받은 것은 없다”며 “지난 2015년 케이프인베스트먼트가 LIG투자증권을 인수할 당시만 해도 같은 방식이었지만 무난히 합병에 성공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SK증권은 리테일에 주력하고 케이프투자증권은 IB사업에 매진해왔지만 향후 부동산 투자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며 “향후 SK증권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1500억원을 유상증자에 투입해 지분을 현행 10%에서 30%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만일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불승인이 난다면 몸집을 불리려던 케이프투자증권의 꿈은 무산된다. 지난 3분기 말 기준으로 SK증권(4346억원)과 케이프투자증권(2076억원)의 자기자본 규모를 합하면 자기자본 6000억원 중반대로 뛰어오른다. 실제로 합병된다면 업계 18위권까지 안착할 수 있게 되는 셈이었다.

한편, 두 회사의 합병안이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시너지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시선도 상당하다. 업계전문가는 두 회사 모두 주력 사업에서 조차 경쟁력을 잃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신평은 보고서를 통해 “투자중개 수익 감소 뿐 아니라 고객 이탈로 리테일 기반이 총체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업경쟁력 유지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실제로 지난해 SK증권의 리테일 시장점유율은 2.2%를 기록하며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리테일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편인데도 불구하고 대형사의 무료 수수료 공세에 입지가 좁아진 것이다.

케이프투자증권도 마찬가지다. 한신평은 “케이프투자증권의 인수 및 주선 수수료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졌고 신재생에너지와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 분야도 경쟁사가 늘어나며 사업기회 포착이 어려워졌다”며 “IB 부문 수익 의존도가 컸던 기존 사업전략에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손현지 기자 hyunji@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