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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IB 발행어음 사업성 시끌, “목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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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IB 발행어음 사업성 시끌, “목매지 않는다”

[글로벌이코노믹 최성해 기자] 황금알을 낳는 신수익원으로 평가받는 발행어음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다. 발행어음 인가가 잇달아 지연되는 등 정책 불확실성으로 사업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게 큰 원인이다. 발행어음시장도 막상 뚜껑을 열자 역마진 우려, 운용 제한 등 한계들이 드러나며 발행어음에 굳이 목매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발행어음 라이선스 프리미엄 시들, 대형증권사 철회 등 방향 수정


발행어음의 몸값이 예전같지 않다. 발행어음을 선보인 지 불과 두 달도 안돼 초대형IB들의 발행어음 구애가 시들해지고 있다. 발행어음은 가입 시점에 이자가 확정되는 약정 수익률 상품이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IB(미래에셋대우, 삼성, 한투, KB, NH투자증권)들이 발행어음(단기 금융업)업무를 할 수 있다.

단 기회가 부여될 뿐 금융당국으로부터 발행어음(단기금융업)인가를 받아야 사업을 할 수 있다.

초대형IB 가운데 당국의 승인을 받은 발행어음 사업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다. 나머지 4개 초대형IB은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이미 삼성증권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미래에셋대우는 공정위 내부거래조사로 발행어음 심사가 보류됐다.

지난해 한 번 발행어음 인가 무산이라는 쓴 맛을 본 KB증권은 아예 심사를 철회한 케이스다. KB증권은 지난 3일 금융위에 인가심사 신청철회서를 제출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0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발행어음 인가안이 상정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아직 심사가 끝나지 않아 다음을 기약한 상황이다.

발행어음은 없는 셈치고 사업 방향을 정하는 곳도 있다. 미래에셋대우가 대표적이다. 발행어음 최대 수혜사로 꼽혔던 미래에셋대우는 발행어음 심사가 보류되자 아예 증자로 방향을 틀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4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12월15일 결의했던 신형 우선주의 발행조건을 확정했다. 발행규모는 7000억원. 실권주를 인수하는 잔액 인수방식임을 감안하면 계획대로 증자가 마무리되면 7000억원의 자금조달이 유력하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발행어음인가가 나지 않더라도 글로벌 투자 등 다양한 비스니스를 통해 충분히 자기자본을 제고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발행어음이나 IMA(종합투자계좌)는 여러 가지 중 하나의 비즈니스이지 목표가 아니다”며 “포괄적 비즈니스는 글로벌 투자로 거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자본에 환입하고 또 다시 투자하는 게 큰 방향”이라고 말했다.

■고금리, 운용규제, 낮은 수익성 등 부담, 한국투자증권 “역마진 아니다”


여기서 의문이 있다. 인가 신청을 자진 철회할 정도로 왜 발행어음의 인기가 식었을까? 이는 KB증권이 제시한 철회 사유에서 잘 나타난다. KB증권은 심사신청 철회 공문을 통해 “금리인상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해서 발행어음 사업성을 재검토하게 됐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KB증권의 발행어음 사업성 재검토 밑바닥엔 발행어음 사업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 차이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처음 발행어음의 판매로 시장을 열었다. 하지만 초기 시장을 지켜본 결과 고금리에 운용제약 규제로 수익 창출이 쉽지 않은 한계를 파악했다는 것이다.

먼저 예상을 뛰어넘는 고금리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1호 발행어음을 출시하며 1년 만기 수익률을 2.3%로 정했다. 이는 당초 예상치인 1% 중후반대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고금리 매력이 부각되며 출시 이틀 만에 5000억원이 완판됐으나 한편에서는 시중의 비슷한 만기상품에 비해 수익률이 높아 지금까지도 역마진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크레디트 전문가는 “발행어음으로 돈을 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금리를 조금만 올리면 돈은 다 들어온다”며 “하지만 돈이 들어오더라도 투자하지 않고 쌓아놓거나 운용을 잘못하면 역마진 날 수밖에 없어 발행어음으로 자금을 많이 끌어들이는 것도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운용 제약도 약점이다. 발행 한도가 자기자본 200% 이내인 발행어음은 조달한 자금의 50% 이상을 기업대출, 회사채 인수, 지분투자 등 기업금융에 투자하도록 못박았다. 특히 중위험중수익 성격의 부동산금융 비중을 30% 이하로 낮춰 리스크의 완충 역할을 하는 버퍼자산이 부족하다는 것도 치명적이다.

리스크를 무릅쓰더라도 수익성이 신통치 않은 것도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은 조달금리뿐 아니라 만기도 정해져 있고, 수익을 내더라도 고객에게 기본적으로 주는 돈이 있기 때문에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수익률도 많아 봤자 100bp안팎으로 2000억~3000억원의 발행어음을 찍어도 손에 쥐는 수익은 20억~30억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때아닌 발행어음 사업성 논란이 불붙으며 1호 발행어음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을 보는 시선도 기대와 우려가 뒤섞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은 나홀로 발행어음에 대한 견제에서 비롯된 근거없는 흔들기라며 역마진 우려는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역마진은 아니고 플러스라고 단언할 수 있다”며 “시장 상황이나 투자처에 따라 발행 규모를 조율하는 등 리스크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bada@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