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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아 사회②] 불티나는 로또, 모바일 게임 ‘랜덤 박스’, 그리고 도우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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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아 사회②] 불티나는 로또, 모바일 게임 ‘랜덤 박스’, 그리고 도우미들

[글로벌이코노믹 신진섭·백승재 기자] [한방사회①] “오늘밤도 가즈아~” 가상화폐에 빠진 2030

[한방사회②] 불티나는 로또, 모바일 게임 ‘랜덤 박스’, 그리고 도우미들


[한방사회③] "강남 가즈아!" 가상화폐 판과 다를 것 없는 부동산 판

[한방사회④] '한 방'의 우울한 속내… '임금'과 '노동'의 좌절

가상화폐뿐이 아니다.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로또, 모바일 게임 ‘랜덤 박스’, 그리고 노래방 도우미로 뛰는 여대생들. 이들 모두가 ‘한방 사회’를 읽어낼 수 있는 대목들이다.

일견 별자리처럼 보이는 로또 패턴분석표. 독립 시행에선 패턴 분석이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오늘도 대박의 꿈을 안고 통계와 씨름한다.
일견 별자리처럼 보이는 로또 패턴분석표. 독립 시행에선 패턴 분석이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오늘도 대박의 꿈을 안고 통계와 씨름한다.

“다음 번호는 10번 대에 몰릴 것으로.” “4번, 13번이 유력합니다.” 온라인 로또 예측 사이트에서 돈을 받고 번호를 찍어준다. 전형적인 ‘도박사의 오류’다. 과학적으로는 어불성설이다. 로또 추첨은 독립 시행으로 전 회차의 번호가 이번 회차의 번호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로또 예측 사이트는 성업 중이다.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을 믿는 법이다.

지난해 로또복권은 하루 평균 104억원어치가 팔려 '일확천금'을 노린 이들이 역대 가장 많았다. 복권은 경기가 나쁠수록 소비가 늘어나는 '불황형 상품'으로 꼽힌다. 정부 관계자는 “작년 635개 점포가 새로 늘어 총 판매점은 7230개가 됐다"며 "로또 판매는 경기 국면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듣는 이는 많지 않다. 로또 판매점은 그간 도처에 있었고 사는 것은 접근성이 아닌 의지의 문제에 가깝기 때문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모바일게임에는 천편일률적으로 삽입돼 있는 시스템이 있다. 바로 한방에 좋은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뽑기형 아이템’이다. 수많은 이용자들은 매일 적게는 수천 원에서 많게는 수만 원의 돈을 지불하고 1% 미만의 확률에 도전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게임 분야 전문 취업포털 게임잡과 남녀 직장인 582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게임’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 74.2%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었다. 이 중 ‘모바일 게임을 하며 현금 결제를 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직장인은 61.8%다. 이들이 모바일 게임 현금 결제에 사용한 비용은 한 달 평균 4만6000원이었다.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들은 이용은 무료로 하되 게임 내 랜덤성 아이템을 구입해야만 남들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한다. 한 온라인 게임의 최상급 아이템 획득 확률은 로또 2등 당첨 확률과 비슷하다.

국내 굴지의 IT기업에 다니는 A씨(42)는 한 모바일게임에 2000만원 정도를 ‘투자’했다. 그는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우월감을 느낄 수 있다는 데에서 뽑기 아이템의 묘미를 찾았다. “그래봤자 직장인이에요.” 좋은 대학교를 나오고 성실하게 월급을 모아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비해 게임 속 자신의 캐릭터는 수백만 원을 투자하면 금세 강자가 된다는 것. 경제적 불황기에 소비자 만족도가 높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사치품의 판매량이 증가하는 현상을 ‘립스틱 효과’라고 부른다. 그는 직장인들의 모바일 게임 투자도 어쩌면 불황형 소비에 가까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생들이 학자금을 벌기 위해 벌이가 좋은 노래방 도우미나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많은 노래방들이 일명 ‘아가씨 손님’ 영업을 하고 있으며 아가씨로 불려오는 여성 중 또 많은 수가 여대생들이다.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B씨는 하룻밤에 10만여 원을 번다고 했다. “다른 알바하면서 등록금 벌고 공부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요. 오후 수업으로 몰아넣고 3~4시쯤에 퇴근해요.” 그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2차를 나가지는 않지만 떳떳하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고도 말했다. 우울한 생각 자체를 몰아내려고 애쓴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강남구에서 유흥업소 실장으로 일하는 C씨는 "업소에 대학생, 취준생들이 많이 있다"며 "투잡을 많이 뛰다보니 예전처럼 직원이 제어되지 않아 골치 아프다"고 말했다.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