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니의 전국 팔도 맛집 탐방(62) 성미당] 전주비빔밥 그 깊은 맛에 빠지다

​
전주의 맛 여행은 비빔밥으로 시작하여 비빔밥으로 끝난다. ​그만큼 전주에는 비빔밥 맛집으로 소문난 곳들이 많기 때문에 그곳을 다 가기 위해서는 다른 먹거리를 포기해야 한다.

누구나 전주에 간다면 어디에서 전주비빔밥을 먹을까. 필자처럼 한번쯤 고민하게 될 것 같다. 전주비빔밥은 평양냉면, 개성탕반과 함께 조선의 3대 음식으로 꼽혔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우리 음식의 스테디셀러였다.
오색오미(五色五味)의 비빔밥은 외국인들에게 불고기와 더불어 가장 친숙한 메뉴다. 필자가 외국을 다녀보면 비빔밥을 시켜 먹는 외국인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비빔밥을 바라보는 그들은 먹는 내내 감탄사를 연발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이렇다. 첫번째로 한그릇에 담겨진 색상의 아름다움에 반하고 두번째로 각각의 음식을 먹다가 한데 섞어서 먹는 종합적인 맛에 반한다. 비빔밥은 담백하면서도 고소하고 맵지도 않기에 외국인에게 제격이다. 특히 비빔밥은 손님에게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서 비빈 밤과 비빌 밥으로 나누어진다.

전주에 유명한 비빔밥은 집집마다 맛의 색깔이 다르다. 전주 중앙회관에서는 손님 앞에서 직접 비벼준다. 비비는 내공이 그 맛을 한층 끌어올리는 것 같다. 밥알 하나하나에 재료 하나하나가 어우러지는 맛은 환상적이다.

그리고 가족회관은 비빌 밥이다. 비벼 먹는 재미가 있다. 어떻게 비벼 먹는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빈 밥이다. 이미 밥에 양념을 비벼서 나온다. 그 비빈 밥의 대명사가 바로 성미당이다. 비빔밥은 흔히 젓가락으로 슥슥 비벼서 먹는 맛이라고 하지만 성미당의 비빔밥은 이미 비벼져 나온다.

역대 대통령이 즐겨찾는다는 성미당은 1965년에 문을 열었다. 투박하게 차려진 반찬들 사이로 뜨겁게 데여진 유기그릇에 화려한 고명이 돋보이는 비빔밥은 맛을 보기 전에 미감(美感)에 빠지기에 충분했다. 화려한 고명을 걷어내면 고추장 양념에 비벼져 있는 숨은 밥알이 보인다. ​고슬고슬한 밥에 양념이 미리 베여 풍미감을 느낄 수 있다. 풍미감이 더해진 밥에 나머지 모든 재료가 섞여 만들어낸 맛은 하모니를 이루는 듯 완벽했다.

성미당의 비빔밥은 보여지는 미감(美感)에 맛의 미감(味感)이 더해진 두 가지 맛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화려함 속에 깊은 맛을 내는 비빔밥. 다양한 맛이 모여 하나의 맛을 만들어 내는 하모니는 맛의 진정한 모델이다.


권후진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