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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철강업계와 때 아닌 '내진용 철강재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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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철강업계와 때 아닌 '내진용 철강재 스캔들'

내진용 철강제 사용을 두고 건설업계와 철강업계가 갈등을 빚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내진용 철강제 사용을 두고 건설업계와 철강업계가 갈등을 빚고 있다.
건설업계가 “건설사들이 시공비용을 줄이기 위해 내진용 철강재 사용을 기피하고 있다”는 주장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포항지진 이후 내진설계를 강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오는 내진설계 외면 얘기에 건설사들이 속앓이 중이다. 철강업계는 내진용 철강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건설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포항지진 이후 건설업계에서는 내진설계가 큰 화두였다. 한반도에선 흔치 않은 강진에 국민은 두려움에 떨었다. 금이 간 아파트, 무너진 빌라 소식에 두려움을 느낀 소비자들은 건설사에 내진설계 강화를 요구했다.
포항지진 이후 건설사들은 아파트의 내진설계 수준을 광고하며 적정 기준을 지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건설은 규모 6.5의 지진까지 견디도록 설계하고 있으며 반포주공1단지에 들어서는 디에이치 클래스트에는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림산업은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에 기준 이상인 7.0 규모 지진을 견딜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GS건설은 국토교통부에서 정한 기준을 지키고 있으며 자체 연구를 통해 진동을 흡수하는 제진장치인 댐퍼(Damper)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댐퍼는 지진력을 집중시켜 건물의 흔들림을 줄이고 건물 손상을 방지하는 구조다.

대우건설은 처음 내진설계가 의무화된 1988년부터 모든 아파트에 규모 7.0까지 견디는 설계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댐퍼 등 내진설계를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왔다고 밝혔다. SK건설 등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법정 기준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진설계는 설계 단계에서 법에서 정하는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때 필수로 적용되는 요소다. 현행법은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200㎡ 이상 건축물에 모두 내진설계를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현행법에 내진용 철근 사용 의무화 조항은 없다. 일반용 철근을 쓰더라도 건축 구조 기준에만 부합하면 된다. 이에 근거해 철강업계를 중심으로 건설사들이 비용을 이유로 내진용 철근 사용을 기피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은 최근 연구개발을 통해 형강·철근·후판·강관 등 각 분야 내진용 철강재를 선보였다.

포스코는 지난 1995년 SN강재 상용화를 시작으로 TMCP강, HSA강 등을 개발한 이후 현재 후판 등 내진용 철강재 공급 확대를 추진 중이다. 현대제철은 내진용 전문 철강재 ‘H CORE(H코어)’를 내놓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동국제강 역시 SHN과 내진용 철근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SD600S급 내진용 철근 KS인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철강업계는 최근 내진철근이 일반철근보다 지진 에너지를 16~30%정도 더 흡수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업계는 더 이상 우리나라가 강진으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며 자재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건설사들은 단편적으로 내진설계를 바라보면서 생기는 문제라고 주장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축 구조 기준이 정하는 내진설계 기준에는 건물의 면적, 층수 등에 따라 알맞은 스펙의 자재를 사용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철근의 경우 구조 기준에 맞춰 사용해야 하는 철근의 스펙이 각각 다르다”며 “일반 철근을 사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한 건축 구조 분야 전문가는 “내진설계는 힘에 저항하는 내진, 진동을 제어하는 제진, 진동을 회피하는 면진 세 가지 설계를 통틀어 말하는 것이다. 내진 철강재 사용이 전체 내진 성능을 크게 좌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전체적인 설계가 중요한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제철은 H코어를 일반철근과 같은 가격에 판매한다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철강업체들이 매출을 올리기에 급급해 건설사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출시된 내진용 철강재 사용을 검토는 하고 있다. 확실한 효과가 있다면 당연히 사용할 것”이라면서도 “내진 철강재 하나가 전체 건물의 내진 성능을 좌우할지 의문스럽다”고 전했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