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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형의 미식가 향연] 맛을 즐길 때의 전두엽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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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형의 미식가 향연] 맛을 즐길 때의 전두엽 역할

조기형 맛평가사
조기형 맛평가사
맛을 즐기면 전두엽이 활성화 된다. 전두엽은 두뇌의 사령실로 전뇌의 정보를 통합관리한다. 그래서 교육학에서는 전두엽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 노력한다. 전두엽의 활성화는 감각을 그대로 인식할 때 바쁘게 움직인다. ‘사과’라는 단일 정보를 인식하면 그와 관련된 기존 정보와 연계하면서 인식의 함량만큼 반응을 찾아 그 이후에 후속조치를 취한다.

사과의 신맛을 인식하면 신맛은 순간 일어나지만, 지속적 인식으로 이어지면 신맛의 여운을 인식한다. 여기서 일어나는 느낌은 딱히 정해진 고유명사가 아니기에 전두엽에서는 기존 정보와의 융합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단순한 덩어리의 정보가 아니라 포괄적 느낌을 번역하여 기존 정보와 연계하기 때문에 전두엽의 활동은 활발해진다.
예술하는 사람들은 느낌을 경험하는 시간이 많다.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도 감각을 경험하는 시간이 길다. 이렇게 감각의 느낌을 인식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전두엽은 바쁘게 움직인다. 전두엽이 최고의 활성지수를 발휘할 때가 50대에 접어들 때라고 한다. 그래서 나이 들어 연륜이 쌓이면 정보 조합능력이 좋아지면서 다양한 정보의 조합을 엮어서 활용한다. 젊은이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그만큼의 효과가 있지만, 나이든 사람들의 연륜은 전두엽에서 발휘한다.

맛을 인식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전두엽의 활성시간이 길어지는 것으로 전뇌적 활성의 기반을 다지게 된다. 반복 횟수가 늘어나면 습관으로 이어지고 창의력을 이끌어낼 때 매우 유리하게 작용한다. 맛이 주는 감동은 경험의 산물이다. 맛을 느끼는 시간의 길이가 감동의 크기를 확대한다. 이렇게 맛을 즐길 때 두뇌의 반응을 측정하는 연구가 많아지고 있다.

맛은 상황에 따라서 두뇌의 국부적인 현상들이 곳곳에서 반응하지만, 전반적으로 전두엽의 활성이 일어난다. 맛을 즐기는 것은 자기진화의 기반이 된다. 인류학자들이 말하는 인간의 진화는 전두엽의 크기로 이야기한다. 파충류와 포유류의 전두엽크기는 몸무게 대비 인간이 가지는 전두엽 크기보다 작다고 한다. 인간은 전체 두뇌의 1/3이 전두엽이다. 두뇌 연구 중에서 전두엽의 연구는 아직 미개척 연구 분야다. 전두엽이 왜 이렇게 크고 그 기능이 다양한지 아직도 연구가 활발한 영역이다. 하지만 맛이 주는 감각을 인식함으로써 반응하는 역할을 결정적으로 전두엽이 하고 있다.

맛을 온전히 즐기는 것은 전두엽의 활성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운동선수의 감각인식과 예술인의 감각인식과 유사하다. 먹을 때 일어나는 현상은 지극히 경험적이다. 대부분 인식에서 이해와 경험을 구분하기 어렵다. 그런데 먹을 때의 맛은 순수한 경험에 기반한다. 맛은 제대로 인식할 때 미식은 시작된다. 음식에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찾는 기술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맛을 인식하는 방법이다.

맛을 즐기는 방법에 의해서 전두엽이 크게 활성화 되기도 하지만, TV를 보면서 맛을 즐기면 전두엽의 활성은 훨씬 줄어든다. 맛을 즐기면서 맛에 대하여 하나하나 설명하면 맛을 이해하게 되는데 이렇게 먹을 때는 전두엽의 활성화가 작을 때이다. 맛은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인식할 때 그 맛의 감동이 많아진다. 오늘은 맛이 주는 감동을 그대로 느끼면서 전두엽의 활성화를 기대해본다.


조기형 맛평가사(『맛 평가론』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