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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야기] 안녕! 내 이름은 하나(HANA)야…이건 비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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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야기] 안녕! 내 이름은 하나(HANA)야…이건 비밀인데

KEB하나은행 을지로 신사옥.이미지 확대보기
KEB하나은행 을지로 신사옥.
[글로벌이코노믹 석지헌 기자]
안녕! 내 이름은 ‘KEB하나은행’이야. 정확히 하자면 호적 이름(법인명)은 ‘하나은행’이야. 영어이름(법인 영문명)이 ‘KEB하나은행’이지.

두개의 이름이 좀 낯설지? 너에게만 비밀을 알려줄께. 실은 내가 좀 복잡한 가보를 가지고 있어.

난 1971년 6월 태어났어. 당시 내 이름은 한국투자금융이었지. 내가 스물살 후반이 되었을 때, 정확히 1998년이랑 1999년에, 충청이랑 보람이와 한 집에서 생활을 시작했어. 이후에 3년 뒤쯤 난 서울이와도 함께 하기로 했지. 복잡하지? 당시 내 애칭이 뭔줄 아니? HSBC. 하나(Hana) 서울(Seoul) 보람(Boram) 충청(Chungchong)의 앞글자를 따서 사람들이 날 그렇게 부르더라.

2015년에는 외환이네와 또 합치면서 사람들은 이제 날 이런 이름으로 부르지 않더라. 외환이랑 합칠 때 내 이름(하나) 앞에는 KEB(Korea Exchange Bank)라는 글자가 붙었어. 그래서 영문이름만 ‘KEB하나은행’으로 개명했지. 외환이네 가족은 6000명, 우리는 8000명 정도였어. 지금은 1만4000명 정도가 한 곳에서 동고동락하고 있어.

참, 최근에 나 이사한거 들었니? 원래 외환이네 집에 있다가 지난해 9월쯤에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건너편에 을지로로 옮겼어. 뭐, 무거운 가구들은 빼고 이사는 거의 다 끝났어.

난 돈도 많이 벌었어. 지난해 3분기까지 1조5132억원이란 돈을 벌어들였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왜 요즘 자꾸 눈물이 나는 걸까.

꽃길만 걸으면 좋겠는데 최근에 우리 집사가 조금 이상해. 원래 3월 까지만 일하기로 했는데 일을 더 하고 싶다고 하는거지. 그래, 난 그 열정까진 높이 평가해.

그런데 방법이 조금 잘못 됐다고 하는거야. 집사를 뽑는 투표단이 있는데, 여기 속한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추천해서 들어가거든. 그런데 여기엔 집사의 고등학교 동문도 있고 집사의 최측근이라는 소문이 무성한 멤버들도 있어. 심지어 집사도 그 투표단 멤버였어. 한마디로 모두 '같은편'이란 것이지. 집사가 계속 일을 할지 말지 투표를 하면, 집사가 이길 수 밖에 없는 게임이라고들 하더라. 결국 집사는 이번에 투표단에서 빠지겠다고 하긴 했지만, 이미 다 같은 편인걸 뭐.

우리 집이 워낙 크다 보니 이런 내용들을 경찰(금융감독원)도 알고 찾아왔을 정도야. 실제로 이것저것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해. 집사가 소위 자기 ‘빽’을 이용해서 특정인만 더 높은 직급을 줬다나? 모두 같이 열심히 땀 흘려가며 일하는 데 말이지. 그리고 최순실이라는 사람 전 남편 동생이 부사장으로 있던 기업한테 돈을 빌려줬는데, 이게 우리 집엔 약 8억5000만원 손실도 입혔어. 우리 가족 구성원들 중 일부는 이런 것들에 대해 집사 입장을 밝히라고 하는데, 그런 의견들이 반영이 안되고 있는 상황이라 답답하지. 고구마 100개 먹은 느낌이랄까?

그래도 일단은 집사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려 해. 혹여 다 잊더라도 이것만은 기억했으면 해. 우리 가족이 계속 성장하려면 구성원들이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거야. 한쪽에서 ‘직진’만 강요한다면 서로에 대한 신뢰도 깨지고 모두가 잘 되고자 하는 사기도 떨어지겠지. 내가 가장 원하는 건 하나야. 우리 가족이 분열되고 반목하지 않는 것.

아무튼 이런 갈등을 어서 봉합할 날이 왔으면 좋겠어. 그럼 다음에 또 만나자!

※이 기사는 'KEB하나은행'을 의인화해 작성한 것.


석지헌 기자 cak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