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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제 석검형(磨製石劍形) 새겨진 고령 봉평리 암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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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제 석검형(磨製石劍形) 새겨진 고령 봉평리 암각화

[김경상의 한반도 삼한시대를 가다(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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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봉평리 암각화
원래 바위를 덮고 있던 퇴적층을 제거한 후에 노출된 바위의 전체 크기는 450×210㎝ 정도이다. 바위의 최하단부는 북쪽이 높고 남쪽이 낮은 비스듬한 형태를 하고 있으며, 앞쪽 바닥도 일부 암반이 노출되어 있다. 원래 암각화는 바위의 전면(全面)에 새겨진 것으로 추측되나, 상부 2/3 정도는 풍화작용으로 박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바위면 하부의 280×90㎝ 정도 되는 범위에서만 암각이 확인된다.

암각화의 그림은 우선 바닥면에서 160㎝ 정도 위에 있는 바위면 중앙 상단부에 지름 10㎝, 깊이 4㎝ 정도의 바위 구멍이 한 개 파여 있다. 그 아래 바닥으로부터 90㎝ 정도 되는 바위면에 대략 열다섯 개 정도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제작 방식은 폭 1㎝ 내외, 깊이 2~3㎜의 규모로 바위면을 쪼아 파기하고 난 다음 여러 차례 문질러 음각선으로 형태를 표현하였다.
봉평리 암각화에서 확인되는 암각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먼저 바위면의 오른쪽에는 마제 석검형(磨製石劍形) 암각이 세 개 정도 확인된다. 오른쪽의 것(석검 1)은 석검을 아래로 향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이며, 길이 17㎝, 폭 5㎝, 선의 굵기는 1~2㎝ 정도이다. 특히 이 석검 주변에는 짐승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이는 선각이 그려져 있어, 석검이 짐승을 찌르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중앙의 것(석검 2)은 길이 14㎝, 폭 4㎝, 선의 굵기는 1㎝ 정도이다. 왼쪽의 것(석검 3)은 길이 24㎝, 폭 5㎝, 선의 굵기는 1~2㎝ 정도이다. 이 세 개의 석검형은 모두 돌칼이 아래로 향한 모양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왼쪽에는 톱니 모양의 기하문이 새겨져 있다. 규모는 길이 25㎝, 선의 굵기 1㎝ 내외이다. 그 위쪽에는 말굽형으로 보이는 암각이 새겨져 있다.

다음으로 바위면의 왼쪽에는 비파형 동모형의 암각이 아래로 향하게 표현되어 있다. 크기는 길이 15㎝, 폭 9㎝, 선의 굵기는 1~1.5㎝ 내외이다. 역시 아래를 향하고 있는 무경식 석촉(無頸式石鏃)도 새겨져 있다. 크기는 길이 12㎝, 폭 9㎝, 선의 굵기는 1~2㎝ 정도이다. 그 외에도 가운데의 성혈을 중심으로 한 겹의 원을 둘러놓은 원형암각(圓形岩刻)이 4~5점 정도가 확인된다. 그와 함께 바위면 전체에서 지금 현재로서는 형태를 파악할 수 없으나 사선을 그어놓은 선각과 20여 개 내외의 쫀 흔적이 곳곳에 있다. 세밀한 검토를 거치면 보다 많은 형태의 암각이 파악될 것으로 본다.

한편 이곳에서 남쪽으로 10m 정도 떨어진 산록의 수직 바위면 하단에서 세로로 길쭉한 홈을 파놓은 여성 성기형 암각이 추가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형태는 이전에 조사된 별자리형 바위구멍이 있는 쌍림면 하거리의 여성 성기형과 유사하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논의되지 못한 암각화와 별자리형 바위구멍 유적과의 관련성이나 성격 등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김경상 다큐멘터리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