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황창규 회장이 강릉에서 ‘세계최초 5G 시범서비스 준비 완료’를 선언하던 31일, KT 본사에서는 경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이었다.
이날 강릉 기자간담회에서 압수수색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황창규 회장은 웃을 뿐 답하지 않는 ‘소이부답(笑而不答)’ 태도였다. KT 5G 축제가 됐어야할 행사가 황회장의 기자회견장이 된 셈이다.
황창규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미래’를 외쳤다. 그가 말하는 미래란 ‘치적 쌓기’로 읽힌다.
황 회장은 ▲미디어 ▲스마트에너지 ▲기업·공공가치 향상 ▲금융거래 ▲재난·안전 분야를 미래 핵심사업으로 육성할 5대 플랫폼으로 제시했다. 청사진은 멋지지만 성과는 눈에 띄지 않는다.
기업·공공가치 향상을 가로막고 있는 당사자는 황회장이다. 그의 이름 앞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란 접두사가 자리 잡고 있다. 황회장은 국정농단 당시 미르·K스포츠 재단에 불법자금 수십억원 출연,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뇌물 사건(e-스포츠협회에 후원금) 연루, 불법부당노동행위 등 의혹을 받고 있다.
회장직 5년차지만 황회장의 성과는 눈에 띄지 않는다. KT의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는 경쟁사인 SK텔레콤의 ‘누구’보다 4개월가량 늦었다. IoT에선 유플러스에 밀리고, 이동통신 사업에선 SK텔레콤에 뒤쳐졌다. 케이뱅크는 시작은 빨랐지만 차별화 실패로 핀테크 시장에서 점점 영향력을 잃고 있다.
황창규 회장은 kt렌탈 매각자금 1조원을 8300여명 직원들의 명퇴 비용으로 사용했다. 8300명이 직장을 잃은 대신 남은 건 단기간의 재무구조 개선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T 전 조직이 ‘평창 5G 올림픽’에 목을 매고 있다. 평창에서 KT가 세계 최초 5G 시범서비스를 선보여 이미지 ‘일발역전’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KT가 평창올림픽에 쏟아 부은 막대한 자금과 인력, 그리고 시간을 보상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KT 내부에서도 ‘평창 올림픽 관심도가 낮다’며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황창규’ 이름 앞에 ‘5G’란 형용사를 추가하기 위해 일어난 대소동으로 끝날지 모른다.
얼마 전 단행한 임원인사·조직개편에서는 황 회장이 측근들이 대거 KT를 떠났다. 임헌문 전 매스총괄 사장, 맹수호 전 CR부문장에 이남기 KT스카이라이프 전 사장 등 전 정권부터 ‘황회장 사람’으로 분류되던 인사들이다. 정치권에서 사퇴 압박을 받는 황회장을 구명하기 위해 핵심 인물들을 떨궈내는 ‘토사구팽’식 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신진섭 기자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