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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우울한 잔칫날, 황회장 치적 쌓기에 조직이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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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우울한 잔칫날, 황회장 치적 쌓기에 조직이 휘청

KT 황창규 회장이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31일 경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KT 본사와 광화문 지사를 압수수색했다. 계열사와 임원들이 다수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해당 사건의 영향은 황회장의 거취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KT 황창규 회장이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31일 경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KT 본사와 광화문 지사를 압수수색했다. 계열사와 임원들이 다수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해당 사건의 영향은 황회장의 거취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글로벌이코노믹 신진섭 기자] 가는 날이 장날이더라니.

KT 황창규 회장이 강릉에서 ‘세계최초 5G 시범서비스 준비 완료’를 선언하던 31일, KT 본사에서는 경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이었다.
경찰은 지난해 KT가 일부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KT 임원들이 계열사를 통해 각종 명목으로 구매한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 본사로 보낸 뒤 자신들의 이름으로 국회의원들에게 후원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황회장의 국감 출석을 막기 위한 ‘비용’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강릉 기자간담회에서 압수수색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황창규 회장은 웃을 뿐 답하지 않는 ‘소이부답(笑而不答)’ 태도였다. KT 5G 축제가 됐어야할 행사가 황회장의 기자회견장이 된 셈이다.

황창규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미래’를 외쳤다. 그가 말하는 미래란 ‘치적 쌓기’로 읽힌다.

황 회장은 ▲미디어 ▲스마트에너지 ▲기업·공공가치 향상 ▲금융거래 ▲재난·안전 분야를 미래 핵심사업으로 육성할 5대 플랫폼으로 제시했다. 청사진은 멋지지만 성과는 눈에 띄지 않는다.

기업·공공가치 향상을 가로막고 있는 당사자는 황회장이다. 그의 이름 앞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란 접두사가 자리 잡고 있다. 황회장은 국정농단 당시 미르·K스포츠 재단에 불법자금 수십억원 출연,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뇌물 사건(e-스포츠협회에 후원금) 연루, 불법부당노동행위 등 의혹을 받고 있다.

회장직 5년차지만 황회장의 성과는 눈에 띄지 않는다. KT의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는 경쟁사인 SK텔레콤의 ‘누구’보다 4개월가량 늦었다. IoT에선 유플러스에 밀리고, 이동통신 사업에선 SK텔레콤에 뒤쳐졌다. 케이뱅크는 시작은 빨랐지만 차별화 실패로 핀테크 시장에서 점점 영향력을 잃고 있다.
황 회장의 궤적에서 미래를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 지난 2014년 황창규 회장은 매각한 ‘알짜배기’ KT렌탈을 롯데에 매각했다. 미래먹거리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달았다. 롯데렌탈은 고공행진중이다. 렌탈 사업은 IoT, AI 등 ‘미래 먹거리’와 연결성이 짙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황 회장은 취임후 비통신사업 계열사들을 하나하나 정리했다. 커넥티비티(연결성)이 중요시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 단기간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미래를 매각한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황창규 회장은 kt렌탈 매각자금 1조원을 8300여명 직원들의 명퇴 비용으로 사용했다. 8300명이 직장을 잃은 대신 남은 건 단기간의 재무구조 개선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T 전 조직이 ‘평창 5G 올림픽’에 목을 매고 있다. 평창에서 KT가 세계 최초 5G 시범서비스를 선보여 이미지 ‘일발역전’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KT가 평창올림픽에 쏟아 부은 막대한 자금과 인력, 그리고 시간을 보상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KT 내부에서도 ‘평창 올림픽 관심도가 낮다’며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황창규’ 이름 앞에 ‘5G’란 형용사를 추가하기 위해 일어난 대소동으로 끝날지 모른다.

얼마 전 단행한 임원인사·조직개편에서는 황 회장이 측근들이 대거 KT를 떠났다. 임헌문 전 매스총괄 사장, 맹수호 전 CR부문장에 이남기 KT스카이라이프 전 사장 등 전 정권부터 ‘황회장 사람’으로 분류되던 인사들이다. 정치권에서 사퇴 압박을 받는 황회장을 구명하기 위해 핵심 인물들을 떨궈내는 ‘토사구팽’식 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신진섭 기자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