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1억짜리’ 호반건설 29년 만에 8조원 규모 ‘대호(大虎)’로… 김상열 회장의 경영비결은?

공유
2

‘1억짜리’ 호반건설 29년 만에 8조원 규모 ‘대호(大虎)’로… 김상열 회장의 경영비결은?

아파트사업으로 시작, 방송·레저까지 진출

신년사를 하고 있는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신년사를 하고 있는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MOU체결 등 절차를 모두 거치면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된다. 13위 호반건설이 어떻게 시공평가 3위인 대우건설을 잡아먹을 수 있는 대호(大虎)가 될 수 있었을까?

KDB산업은행은 31일 오후 2시 여의도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호반건설을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은 산은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40%에 우선 대금을 지급하고 나머지 지분(10.75%)은 산은에 3년 뒤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을 제안했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지분을 주당 7700원, 총 인수가로는 약 1조6200억원을 제시했다.

이날 자리한 전영삼 산은 자본시장부문 부행장은 “호반건설의 자기자본이 충분히 입증됐다”면서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그의 말대로 호반건설은 중견건설사지만 탄탄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에 해당하는 공시대상대기업집단에 호반건설을 포함시켰다. 지난해 기준 호반건설의 총자산은 8조원으로 추정되며 영업이익은 1조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성 자산도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은 올해로 29년된 회사다. 초기 김상열 회장이 28세에 1억원을 가지고 창업한 호반건설의 창업 당시 직원은 5명이었다.

호반건설은 광주광역시 외곽의 작은 임대아파트 사업으로 첫 발을 뗐다. 이후 호반건설은 광주 북구 문흥택지개발지구, 삼각동 아파트 단지사업 등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광주를 거점으로 사세를 넓혀갔다.

IMF사태 때 김 회장은 그동안 쌓은 자본으로 땅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헐값에 내놓은 땅들은 지금의 호반건설을 만든 밑거름이 됐다.

김 회장은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경영으로 유명하다. 항상 현금성 자산을 일정 이상 보유함으로서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은) 안정성을 추구하는 경영방침을 고수하는 편인 것 같다”면서 “덕분에 대금결제가 늦는 경우가 거의 없어 업계 평판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안정적인 재무를 기반으로 호반건설은 사업을 계속 확장해왔다. 호반건설은 호반건설주택, 호반하우징, 호반토건 등 건설부문에서 영역을 지속적으로 넓혀왔다.

호반건설은 KBC광주방송, 제주 퍼시픽랜드 등 건설부문 이외에 방송·레저 쪽에도 손이 뻗어있다. 특히 KBC광주방송의 경우 전국 지역방송국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규모로 최근 신사옥으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는 최근 M&A시장에 자주 얼굴을 내민 호반건설이 현금성 자산을 이용해 본격적인 사세확장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대우건설 인수가 잘 마무리되면 호반건설은 국내 3위 수준의 대형건설사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M&A에 항상 진정성을 가지고 성실히 임해 왔고,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은 호반건설로는 매우 크고 의미있는 결과”라면서 “이번 딜이 성공한다면 대우건설의 뛰어난 기술력과 우수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호반의 풍부한 자금력과 신속한 의사결정의 기업문화를 접목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과연 호반건설이 최종적으로 웃을 수 있을 지 관심이 더욱 모아지고 있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