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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아이코스 궐련형 전자담배 옹호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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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아이코스 궐련형 전자담배 옹호자들에게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글로벌이코노믹=조규봉 기자] 애연가들 사이에 아이코스(IQOS) 유해성 논란이 여전하지만, 그 누구도 시원하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이코스를 피우는 애연가들도 뭐가 뭔지 모르고 잎담배보다 건강하다고 하니 갈아타게 됐다는 얘기만 늘어놓는다. 잎담배보다 실제 건강에 더 좋은 것 같다는 말도 덧붙인다. 냄새가 나지 않고 아이코스를 피운 후 다음날 잎담배보다 피로감을 덜 느낀다는 게 애연가들이 체감하는 건강성이다. 결국 아이코스는 유해성 논란보다는 애연가들의 경험치를 근거로 유해성 논란이 잠식돼 가는 분위기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제는 아이코스 예찬론자들도 생겼다. 잎담배보다 훨씬 건강하게 흡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예찬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또 있다. 바로 며칠 전 미국 식품의약처(FDA)의 ‘위험 저감 담배 관련 제품(MRTP) 연구’ 결과다. 이 연구에서는 아이코스의 유해물질이 일반담배 대비 상당히 감소했다고 보고됐다. 특히 이번 연구는 자문위원회(TPSAC)의 검증과 논의를 거쳤다며 신뢰성을 더했다. FDA 자문위원회 측도 유해한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이 줄어들 것이라는데 1명만 반대하고 나머지 8명은 모두 동의했다. 이런 상황만 놓고 보면 마치 아이코스가 필립모리스의 말대로 정말 건강에 덜 해로운 담배처럼 생각되기 십상이다. 일부 언론도 이런 내용을 아이코스 입장에서만 보도했다. FDA가 아이코스의 유해성 감소를 인정했다고. 유해성을 주장하던 스위스 베른대학 레토 아우어 박사가 틀렸다고 말하고 있다. 아우어 박사는 아이코스가 건강에 덜 해롭다고 홍보한 필립모리스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해 “살충제 성분인 아세나프텐이 아이코스에서 일반담배보다 약 3배나 많이 검출됐고 발암 물질인 아크롤레인·포름알데히드는 일반담배 대비 각각 82%, 74% 수준”이라고 자체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정말 FDA는 필립모리스의 손을 들어 준 걸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공식적인 발표는 전무하다. FDA의 연구결과를 일부 언론이나 애연가들이 재해석해서 마치 건강에 덜 해로운 것처럼 포장한 게 문제다. FDA 연구 결과에는 '다만'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아이코스가 ‘일반담배(3R4F)’보다 아크롤레인과 벤조[a]피렌은 90% 이상, 포름알데히드는 80% 이상 줄었으나, 그 결과만으로 질병 발병률이나 사망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FDA식 표현대로 사전 확인한 결과 아이코스에 유해한 화학물질은 줄었지만 질병에 관한 불완전한 정보를 발견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우리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게 있다. 표현방식에 따라 인지하는 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인데, FDA의 연구결과를 일부 언론과 애연가들이 건강에 덜 해롭다고 재해석하는 부분이 그렇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다시, FDA 연구결과를 올바르게 해석하자면 아이코스 연구 결과 질병에 관한 불안전 정보를 발견했기 때문에 유해하다고 해야 맞다. 유해 화학물질은 줄었으나, 질병 발병률이나 사망률과는 별개라는 말도 유해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그것이 많고 적음에 따라 달라질 수 없다. 소량의 유해 화학물이라도 인체에는 치명적이어서 질병 발병률을 높이고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어서다. 아이코스 연구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줄었다고 해서 건강에 덜 해롭다는 주장과 보도들이 잘못된 이유다.

기획재정부 통계에 따르면 아이코스로 대표되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지난해 5월 출시 후 7개월 만에 8000만갑이나 팔렸다. 이치에 맞지 않는 내용을 홍보하거나 이를 그대로 믿는 애연가들이 더 이상 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첨언하면, FDA에만 의존하지 말고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일 좀 했으면 한다. 아이코스 유해성 논란에 해명은커녕 묵묵부답이다. 그저 발암물질 9종의 검사를 해야 하겠다고 얘기한 게 전부다. 그러면서 아직 검사에 착수하지도 않았다. 하는 ‘척’만 하고 있다.


조규봉 기자 ckb@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