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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구 前우리은행장 기소… '청탁 명부' 만들어 점수미달자도 합격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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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구 前우리은행장 기소… '청탁 명부' 만들어 점수미달자도 합격시켜

서울 회현동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회현동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
[글로벌이코노믹 석지헌 기자] 검찰이 우리은행 공채에서 청탁을 받고 합격자를 조작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을 업무방해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2일 서울북부지검 형사 5부는 이 전 행장과 남기명 전 국내부문장, 인사 담당자 4명 등 총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인사 청탁 명부를 만들어 관리해 합격 여부를 결정했다. 금융감독원, 국가정보원 등 은행 유관기관에서 인사청탁이 들어오면 가급적 서류전형에서 합격시켰다.

합격 조건에 미달한 지원자도 인사 청탁 명단에 있는 사람의 자녀일 경우 '합격점(●)'을 찍어 합격시켰다. 기존 합격권에 있던 지원자는 불합격 처리되고 말았다.

실제 채용 점수 51점을 받았지만 청탁 명부에 없던 지원자들은 떨어졌고 채용 점수 36점을 받은 지원자는 합격했다. 36점을 받은 지원자는 고위공직자와 연관돼 있었다.

이들은 채용 직후 청탁 명부와 평가 기록을 파기했으나, 관계자 조사와 인사부 서버를 디지털포렌식으로 분석한 결과 증거가 발견돼 기소를 피할 수 없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부터 우리은행 본점과 면접이 이뤄진 안성 연수원, 인사부 등을 3차례 압수수색한 바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신입사원 공채에서 국가정보원이나 금융감독원, 은행 주요 고객의 자녀와 친인척 등 37명을 특혜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은행 주요 임직원들은 지위 등을 이용해 채용 과정에 개입하려 했고 일부 직원은 처조카를 채용하도록 주거래 고객의 이름을 도용해 압력을 행사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후 금감원 요구에 따른 우리은행의 자체 감사 결과 일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남기명 그룹장과 이대진 검사실장, 권호동 영업본부장 등 3명이 직위해제됐다. 이 전 행장은 지난해 11월 사임했다.


석지헌 기자 cak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