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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형의 미식가 향연] 맛이 주는 감동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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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형의 미식가 향연] 맛이 주는 감동의 역할

조기형 맛평가사
조기형 맛평가사
맛이 주는 감동의 효과는 맛의 위상을 높이면서 맛의 가치를 문화의 정점으로 끌어올리는 데 있다. 맛은 하루 세 번의 감동을 만들어준다. 맛의 감동은 인류 태초부터 진행되었다. 이러한 경험은 유전자정보에까지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

맛을 원하는 것은 본능의 작용이지만, 몸이 원하는 생존 프로그램의 일환이기도 하다. 인류 진화의 시작은 생존의 열망에서 비롯되었다고 인류학자들이 말하고 있다. 몸은 생존을 위해서 우선적으로 반응하게 되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성욕과 식욕이다. 생존은 종족의 유지와 번식이라는 측면으로 연결할 수도 있지만, 맛은 이렇게 생존의 뿌리와 연결되어 있다.
맛이 주는 감동이 진행될 때에는 몸의 활력을 돕는 호르몬이 많이 방출된다. 이러한 생리현상은 하루 세 번 이상 강력하게 몸을 자극한다. 맛을 즐기는 과정에서 감동을 경험하면 그 효과는 몸과 마음에서 작용을 일으키지만, 맛을 즐기는 방법론에 관심이 적으면 감동의 효과는 미미하다.

맛이 주는 감동은 요리사가 만들어준 실력에서 결정짓는 경우도 있지만, 먹는 사람이 발휘하는 먹는 방법에 의해서 결정되기도 한다. 맛을 즐기는 방법은 수준 높은 미식가들이 대부분 활용하고 있다. 맛을 즐기기 위해서 음식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음식이 가지는 다양한 정보를 파악한다. 맛을 즐기기 위한 방편으로 맛에 대한 신념을 강력하게 구체화시켜 맛을 즐기는 격을 높이는 데 의미가 있다. 그래서 미식가들은 음식에 관련된 학습시간이 매우 많다.

맛을 즐기는 감동을 몸의 신경계 반응으로 볼 때 첫 술로 맛의 전부를 대변하기에는 매우 미흡한 결정이다. 이러한 경우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을 때 평균의 집중력을 사용한다. 하지만, 맛의 자극에 의도적인 집중을 가하면 순간 희열이 솟아오르기도 하지만, 이때는 그 맛의 여운을 길게 늘어지게도 한다. 이렇게 맛을 충분히 즐기는 사람들은 흔치 않은데 맛을 즐길 때 의도적인 집중이 어렵기 때문이다.

맛을 즐기는 1차 만족은 첫술의 만족에서 배부르기 직전까지이다. 그러다가 배가 부르면서 수저를 놓을 때까지 또 다른 만족이 이어진다. 만족은 맛을 즐기는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는 데 만족의 종류와 만족의 함량으로 나누어지고, 인식의 경험 양에 따라서 다르게 작용한다. 수저를 들을 때부터, 수저를 놓을 때까지 경험되는 호르몬 함량은 맛이 주는 감동의 크기로 연결되어 맛의 가치를 결정한다.

점심을 먹고 난 이후 업무를 진행하는 것과 점심을 먹지 않았을 때는 체내의 정신적‧신체적 피로도가 많이 다르다. 식사를 하고 난 이후는 긍정적 호르몬의 방출로 인해 그 전의 피로를 크게 완화시켰기 때문에 업무스트레스를 줄이게 된다. 여기서 맛의 감동이 더욱 많아지면 오전에 쌓인 피로는 더 많이 해소된다. 맛을 즐기는 이유는 원초적인 생존의 의미도 있지만, 이렇게 삶의 풍요에 연결되어 있다.

아이디어를 생산할 때는 몸과 마음에 부정적 저항이 최소 상태이면서 안정적일 때를 기반으로 시작된다. 맛이 주는 감동의 경험시간이 충분하면 오후 근무에 필요한 활력충전 시간으로 작용한다. 맛을 온전히 경험하는 시간만큼 얻어지는 감동을 다른 방법으로 대신하기에는 매우 어렵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들고, 돈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몸의 활력을 깨워내기에 매우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맛의 감동이 자리하고 있다. 오늘은 맛이 주는 감동의 시간을 더 길게, 더 깊이 즐기기 위하여 의도적인 집중을 더해보자.

조기형 맛평가사(『맛 평가론』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