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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세계, 상생 외치기 전 가맹점주 눈물 먼저 닦아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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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세계, 상생 외치기 전 가맹점주 눈물 먼저 닦아줘야

생활경제부 한지명 기자.
생활경제부 한지명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한지명 기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아프리카 속담이다. 혼자 일을 하는 것이 단기간 성과는 있을지 몰라도 지속성은 담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제는 유통업계에서도 흔한 용어가 되어버린 ‘상생’이란 말도 이런 속담과 궤를 같이 한다.

그 중 여러 해 동안 ‘갑을 논란’을 겪은 편의점업계는 유독 상생이 자주 등장한다. 후발주자로 등장한 신세계도 ‘상생형 편의점’을 앞장 세웠다. 로열티와 위약금이 없고, 심야 영업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최근 신세계의 행보는 상생과는 한참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인천광역시 서구 마전동에서 편의점 ‘이마트24’를 운영하는 이모 씨. 그는 대기업 슈퍼마켓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씨가 입점해 있는 이마트24 편의점 상가건물에 이마트가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노브랜드 전문점’이 오는 2월 말경 출점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편의점과 슈퍼마켓 모두 이마트 자체 PB(자체브랜드) ‘노브랜드’를 판매하게 된다. 가격경쟁력에서 이 씨가 운영하는 이마트24 편의점이 노브랜드보다 훨씬 뒤떨어진다.

이 씨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편의점을 시작했다. 이 같은 상황이 청천벽력일 수밖에 없다. 이 씨는 대기업 슈퍼마켓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갈 예정이다.

씁쓸하다. 결국 ‘상생’을 앞세운 신세계가 편의점과 슈퍼마켓의 출점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간 카니발리제이션(자기시장 잠식) 현상이 일어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규모의 경제가 통하는 유통업계에서 출점은 중요한 수단이다. 가뜩이나 규제로 출점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업계에서 최근 가속도를 내는 신세계의 외형은 가히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점주의 눈물은 외면당했다. 신세계는 당장의 수익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빠르게 실행에 옮겼다. 한 건물에 편의점 이마트24와 노브랜드 전문점이 들어오면 신세계 입장에서는 손해 보지 않을 장사기 때문이다. 여전히 신세계가 외친 상생이 멀어 보이는 이유다.

한 예비 편의점점주는 이번 사태에 “이마트24 출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며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또 다른 점주의 피해가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허울뿐인 ‘상생’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내건 신세계의 실험에 점주의 속은 타들어간다. 말 뿐인 상생 경영에 점주들의 상처가 더 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