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자율주행차 최고의 '적(敵)'은?…비·안개보다 자동세차기

공유
3

자율주행차 최고의 '적(敵)'은?…비·안개보다 자동세차기

세정 성분 씻는 고압 물 분사에 센서 영향받을 수도

자율주행 자동차에 자동세차기는 '최고의 적(敵)'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자율주행 자동차에 자동세차기는 '최고의 적(敵)'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각종 센서로 무장해 주위의 상황을 확인하면서 도로 위를 질주하는 자율주행 자동차 또는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자동차에 그 '눈'이라 할 수 있는 카메라와 레이더의 기능을 빼앗기는 것은 가장 피해야 할 우려사항이다.

또 자율주행 자동차에 야간 주행이나 강한 비, 짙은 안개 등 주변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은 주변에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러나 사실 자율주행 자동차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자동세차기'라는 뜻밖의 약점이 부상했다.
주유소 등에 설치된 자동세차기는 자동차에 탑승한 채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차를 깨끗하게 해줄 수 있는 편리한 도구다. 그로 인해, 세차 기계에 맡겨진 차를 보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전에는 날카로운 브러시로 긁힐 우려 등 악영향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브러쉬 소재의 개량 등으로 실제로 차체가 긁히는 사례도 거의 없어져 사용자는 더욱 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자율주행 자동차에 자동세차기는 '최고의 적(敵)'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차체의 주변 상황을 감지하는 센서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데, 그 센서가 세차 기계에 의해 손상될 우려가 가장 많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례로 세차기가 차체를 씻을 때 분사되는 자동차용 샴푸의 비누 성분이 제대로 씻기지 않으면 센서가 담긴 틈새 부분에 잔류물이 고스란히 남게 되고, 결국 센서는 본래의 성능대로 작동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센서가 오작동하는 것을 운전자가 감안하지 못한다면 고속 주행에서 큰 사고를 야기할 수도 있다.

또한 세정 성분을 씻는 마무리 동작에서 발생되는 고압의 물 분사에 의해 센서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차체 표면에 노출되어있는 센서는 높은 압력이 걸리게 되면 교정이 어긋나 정확한 측정을 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비싼 센서 자체가 파손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세차를 게을리 할 수도 없다. 오히려 자율주행 자동차는 일반 자동차에 비해 더욱 자주 세척해야 한다. 왜냐하면 센서의 장애가 될 수 있는 먼지와 얼룩, 심지어 야간주행에서 달라붙는 벌레의 시체를 완전히 씻어내야만 사양대로의 성능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율주행 자동차 제조회사들은 자동세차기가 아닌 '손세차'로 차체를 세척할 것을 권장한다. 실제 알파벳(Alphabet) 산하에서 자율주행 자동차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웨이모(Waymo)의 시험차량은 협력 업체인 애비스(Avis)가 관리하고 있는데, 반드시 손세차를 해야 한다는 원칙이 정해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비스의 최고혁신책임자(CIO)인 아서 오르두나(Arthur Orduña)는 "취급에 관해서는 분명히 많은 관심과 집중이 요구되는 프로세스가 존재하고 있으며, 세차도 자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세계의 다른 어떤 사례보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웨이모 차량에 실시하고 있다"고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밝혔다.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 개발을 실시하고 있는 다른 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도요타와 앱티브(Aptiv), 드라이브AI(Drive.AI), 우버(Uber) 등의 기업 또한 세차를 할 때 차체에 상처를 주지 않는 마이크로 화이버 소재의 세차용 크로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알코올이나 유리 세정제 등을 병용하여 철저히 예쁘게 갈고 닦아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래 자동차의 '최첨단 기술'이라는 이미지 밖에 없는 자율주행 자동차이지만, 사실은 단순한 세차 부분에서 세상의 어떤 차보다 많은 손이 강요당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드라이브의 편리함을 위해 개발되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향후 드라이브의 여유를 빼앗아 가는 노동의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각 제조업체들은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