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리딩뱅크 자존심 만큼이나 비싼 ING생명 몸값

기사입력 : 2018-03-13 05:55 (최종수정 2018-08-1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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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권부 손현지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손현지 기자]
숙명의 라이벌인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지난해 비은행 부분에서 희비가 갈렸다.

KB는 순이익 3조원을 돌파하며 9년 만에 신한을 제쳤다. 이는 손보, 캐피탈, 증권 부문의 선전 덕분이다. 지난해 기타영업손익은 전년 대비 9746억원 증가한 4321억원의 이익을 실현했다.

KB는 KB캐피탈과 KB손보의 완전자회사 편입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비은행 기여도는 34%나 늘었다. 상대적으로 신한은 보험, 증권쪽 수익이 부진했다. 순익 대부분을 카드, 은행에만 의존하고 있던 탓에 카드업계의 불황이 본격화되자 순익이 20%나 급감했다.

지난해의 교훈 때문인지 올해 두 리딩뱅크 후보자가 맞붙은 곳은 대형생보사인 ING생명 인수전이었다. 아직 3월 초지만 왕좌자리를 놓고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계열사 다각화는 이제 금융지주 순위를 가르는 열쇠가 됐다.

오래전부터 생명보험사 인수 필요성을 역설해온 KB금융뿐 아니라 신한금융도 ING생명 예비실사에 발을 들이밀었다. 지난해 맛본 쓴맛을 만회하기 위한 설욕전에 적극적이다.

최근 생보업계엔 KDB생명 등 매물들이 등장했다. 그런데 리딩뱅크 주역들은 유독 ING생명에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매각 대상은 ING생명 지분 59.15%. 시가는 2조4000억원 정도로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IPO 이후 오른 주가 효과까지 반영된다면 기업가치는 2조원 후반대에서 3조원을 훌쩍 넘길 수도 있다.

물론 ING생명은 안정적인 자본과 자산이 뒷받침되는 프리미엄 매물임에 틀림없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지급여력(RBC) 비율은 지난해 기준 455%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시장 점유율은 25개 생보사 중 9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ING생명은 체면치레를 위해 선뜻 나서기엔 부담스러운 매물이다. 최소 3조원이란 어마어마한 자본을 확충하려면 외부차입이 불가피하다. 양사 모두 ING생명을 욕심낼만큼 자본 여력이 충분치 않다.

지난해 9월 기준 신한과 KB의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각각 127%, 124.7%다. 양사 모두 금융당국의 상한선인 130%에 거의 도달한 수치다. 추가로 출자할 수 있는 지분 취득 한도는 1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KB금융은 지난 2013년부터 매년 거르지 않고 KB생명, 캐피탈, 손보, 현대증권 등을 인수하느라 차입여력이 빡빡한 상태다. 신한의 경우 지주 내 현금 및 단기 매매금융자산은 2550억원에 불과하다. 2016년 자회사 배당 등으로 축적한 현금을 대부분 상환우선주 소각에 탕진했기 때문이다. 자사주도 보유하지 않은 상태라 M&A에 불리하다.

아울러 FRS17(국제회계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보사를 선뜻 인수하는 건 부담이 크다. 기준금리가 0.1%포인트만 인상된다고 가정해도 RBC비율은 10.9%나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존심을 내세워 대형 생보사 인수를 감행하다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 큰 낭패를 볼 수 도 있다. 큰 리스크가 도사리는데도 ING생명은 사실상 리딩뱅크 왕좌의 핵심 키(KEY)로 보인다. 양사의 고심이 커져갈 수밖에 없다.

KB로선 ING생명 인수가 절실하다. 부진한 KB생명(19위)을 보완해 시장점유율 6위까지 점프할 수 있는 기회다. 신한도 신한생명(6위) 지위까지 위태로운 상황을 손 놓고 볼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조용병 회장은 기존 증권사, 손보사 위주 강화 방침을 밝혔지만 파죽지세인 윤종규호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ING생명를 쟁취해야 하는 상황이다.


손현지 기자 hyunji@g-enews.com

손현지 기자 hyunji@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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