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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침묵할 줄 아는 진짜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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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침묵할 줄 아는 진짜 회의

제임스 홍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제임스 홍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리더는 회의를 리드해야 한다’. 많은 리더는 이렇게 생각한다. 리더는 분명 회의의 최종 책임자다. 모든 회의 관련 사항을 주관하고 조율하는 사람이 리더이다. 하지만 문제는 리더가 리드만 하려 할 때 발생한다. 그들은 침묵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돌아보면 회의는 리더의 연설의 장이 되어 버린다. 리드하려고만 하다 보니 어느새 리더만 말하고 있다.

왜 리더는 회의에서 침묵하지 못할까? 정확히 리더는 자신의 침묵을 용인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의 침묵을 인내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순간 회의에서 아무도 말하지 않을 때 리더는 무언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침묵을 벗어나려고 한다. 이때 리더 대부분이 하는 행동이 있다. 구성원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그리고 구성원으로부터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바로 듣기 원한다. 답변이 늦으면 구성원이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구성원의 침묵을 생각이 없는 것과 동일시한다. 물론 구성원이 바로 답변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짧은 생각과 설익은 말로 답변한 의견은 필시 부작용을 낳는다.
리더가 분명히 알아야 하는 것은 질문의 목적은 답변이 아니라 생각의 시작을 돕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생각을 유지하게 하고 생각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 질문의 목적이다. 따라서 구성원이 생각할 수 있는 침묵의 시간을 주는 게 필요하다. 침묵을 인내하지 않고 특정 누군가를 지명해서 다시 질문하는 것은 좋지 않다. 질문의 목적은 생각의 시작을 돕는 것인데 누군가 지명된 순간 지명 안된 구성원들은 안도하기 때문이다. 안도한다는 것은 생각을 멈추고 답변을 듣는 데 집중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리더는 전체에게 질문을 던지고, 침묵을 인내하고, 전체에게 다시 물어보아야 한다.

리더가 침묵을 인내하지 못하면 회의에 참여한 구성원에게 남은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이다. 순응하거나 아니면 체념하는 것이다. 특히나 구성원이 체념하기 시작할 때 회의는 가짜 회의가 된다. 체념의 정의는 ‘희망을 버리고 아주 단념하는 것’이다. 희망을 버린다는 것은 회의에 대한 의지까지 꺾였다는 것을 말한다.

또한, 리더가 회의에서 구성원의 침묵을 인내하지 못할 때 회의에 참여한 구성원은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지 못한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한 행동이 나중에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한 행동’이란 ‘더 깊이 고민하기 위해 침묵하는 것’ ‘더 좋은 의견을 발산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침묵하는 구성원의 행동이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회의에서도 필요하다. 이러한 심리적 안전감은 회의의 생산성을 높인다. 구성원이 심리적 안전감을 느낄 때 용기를 내지 않고도 말할 수 있는 회의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회의의 그라운드 룰이다. 그라운드 룰이란 회의 참여자들이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약속이다. 서로의 침묵을 인내하겠다는 그라운드 룰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고 회의 참여자들이 모두 따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책 ‘언어의 온도’의 이기주 작가의 말처럼 빈틈없이 빽빽하게 쌓아 올린 탑은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다. 그래서 탑을 만들 때는 묘한 틈을 줘야 한다. 틈이 있어야 탑이 더 튼튼해지는 것과 같이 회의에도 때로는 틈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침묵을 인내하는 용기이다. 마침표 대신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회의의 침묵을 인내하는 건 스스로 멈출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본인의 힘으로 멈출 수 있는 리더라면 회의를 다시 나아가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므로 리더는 침묵을 인내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당신은 얼마나 침묵을 인내하는 리더인가?


제임스 홍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