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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창사 이래 최대위기…뿔난 금융당국 고강도 제재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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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창사 이래 최대위기…뿔난 금융당국 고강도 제재 예고

전산입력 실수, 현금배당을 주식으로 입고, 주가 출렁
모럴해저드·허술한 내부통제 도마, 당국 특별점검 실시

[글로벌이코노믹 최성해 기자] 삼성증권 초유의 배당사고가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초기엔 황당한 주문 실수에 그쳤다. 하지만 명백한 배당오류주식을 일부 직원들이 증시에 내다팔며 모럴해저드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체가 없는 이른바 유령주식을 입고한 사실이 확인되며 논란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모습이다.

■자산관리 명가 위상 흔들, 애널리스트까지 순매도 가세


자산관리의 명가 삼성증권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발단은 대형 증권사라고는 믿기지 않는 초유의 황당한 주문 실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증권이 지난 6일 오전 9시 30분쯤 우리사주 조합원 직원(2018명)에게 현금배당(28.1억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담당직원의 전산 입력 실수로 삼성증권 주식(28.1억주)을 입고한 사고가 발생했다. 즉 우리사주 보유 직원들에게 배당금 1000원을 1000주로 잘못 입력하며 주식으로 넣어준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증권 1000주를 보유한 우리사주직원들은 갑자기 100만주로 주식이 늘며 보유가치도 3980만원(지난 5일 3만9800원, 종가 기준)에서 398억원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사고 직후 일부 직원들이 순매도에 나서며 모럴해저드도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삼성증권의 일부 직원(16명)은 이날 오전 9시35분부터 10시 5분 사이에 착오로 입고된 주식 중 501만주를 주식시장에서 매도했다. 여기엔 투자자들의 최일선에서 시장 및 기업분석으로 판단을 돕는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포함돼 충격을 주고 있다.

금감원 측은 “삼성증권의 일부 직원은 회사의 경고메시지 및 매도 금지 요청에도 불구하고 착오 입고된 주식을 주식시장에 매도하는 등 심각한 도덕적 해이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 정도는 약과다.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발행되고 매매체결까지 이루어지는 등 주식거래 시스템 전반에 걸쳐 심각한 문제도 노출됐다.

현행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현금배당은 일반주주와 달리 예탁결제원을 거치지 않고 발행회사가 직접 업무를 처리한다. 삼성증권의 경우 발행회사로 배당업무와 투자중개업자로서의 배당업무가 동일한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짐으로써 시스템상 오류 발생 개연성이 뒤따랐다. 그 결과 실제 발행되지 않은 주식이 착오로 입력돼 입고될 수 있는 배당사고가 발생했다.

발행되지 않은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이 증시에서 거래되면서 법적으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가 증권사 전산 조작만으로 가능하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 청원글에 참여한 인원이 지난 10일 기준으로 2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 “정작 회사나 경영진의 사과는 빠졌다” 불만


우려되는 대목은 이번 배당사고에 대한 사과와 관련 삼성증권과 당국의 눈높이가 다르다는 사실이다.

비판이 거세지자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이사는 지난 8일 우리사주 배당금 사고와 관련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구성훈 대표는 “배당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부 직원들이 매도해 주가의 급등락을 가져온 것은 금융회사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될 잘못된 일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투자자들께 머리 숙여 사죄했다.

또한 신뢰회복을 위해 ▲투자자 피해에 대한 최대한의 구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 직원에 대한 엄중문책 ▲철저한 원인 파악과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을 덧붙였다.

그 일환으로 다음날 투자자 민원접수 및 피해보상 응대를 위한 ‘투자자 피해구제 전담반’을 설치했다. 사고 발생일인 6일 이후 피해 투자자 접수는 지난 11일 11시 기준 총 591건, 이 중 실제 매매손실 보상 요구는 107건으로 집계됐다.

이학기 고객보호센터장 상무를 반장으로 금융소비자보호팀과 법무팀 등 삼성증권 내 유관부서 임직원으로 구성됐으며 민원 접수와 법무상담 등 피해투자자의 신속한 구제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을 바라보는 당국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지난 9일 “삼성증권의 사과문에 직원 실수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내용은 있었으나, 정작 회사나 경영진의 사과는 빠졌다”면서 “이에 유감을 표명하고 향후 적극적으로 책임감을 갖고 이번 사고를 수습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미흡한 사과에 대한 논란이 일자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는 다음날 간담회에서 “지난 금요일에 고객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했고, 일요일에 제 명의로 사과 말씀을 드렸는데 워낙 수습에 정신이 없어서 일부 놓친 점이 있는 것 같다”며 “워낙 창피하고 참담해서 놓쳤을 뿐 본의는 그런 것이 아니고 경영진 포함해서 회사 자체의 사과까지 당연히 포함이 되어있다”고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이어 구대표는 지난 11일 사고관련 투자자 간담회에서도 "이번 사고에 대해 삼성증권의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사후 수습에 총력을 기울여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 국민연금 평가액 3거래일 동안 470억원 증발…주요 연기금 거래중단


한편 후유증도 심각하다. 삼성증권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은 이번 배당사고 여파로 최근 3거래일 동안 보유주식 평가액이 약 470억원 증발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삼성증권의 2대주주로 지분 12.43%(1109만7693주)를 보유했다.

특히 시스템리스크 우려가 커지며 연기금들도 삼성증권과 거래를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국민연금 측은 "금융사고 발생에 따른 거래 안정성 저하에 대한 우려로 9일자로 삼성증권과 직접운용 거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교직원공제회 등 다른 빅3 연기금들도 삼성증권과 직접 운용과 간접(위탁) 운용 모든 부문에서 주식 거래를 잠정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사태가 금융시장 전체의 신뢰성 문제로 확대됨에 따라 금감원은 삼성증권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조치를 예고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9일부터 열흘 동안 삼성증권에 대해 결제이행 과정 특별점검 및 현장검사를 실시 중이다.

이번 배당 오류사고가 허술한 내부통제에서 비롯된 만큼 기관주의나 기관경고 등 법인 차원의 제재가 확실시된다.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성이 무너진 만큼 최악의 경우 면허 취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일부 직원의 문제라기보다는 회사 차원의 내부통제 및 관리시스템 미비에서 비롯됐다”며 “점검 및 검사 결과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제재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bada@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