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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미약품 올리타 개발 중단… "사기다" vs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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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미약품 올리타 개발 중단… "사기다" vs "응원한다"

한미약품 로고.
한미약품 로고.
[글로벌이코노믹 임소현 기자] 13일의 금요일인 어제, 제약업계에는 가볍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한미약품이 내성표적 폐암신약 ‘올리타(성분 올무티닙)’ 개발‧시판을 중단했다고 밝힌 겁니다.

한미약품은 이날 폐암 치료에 사용되는 표적항암제 ‘올리타정200밀리그램’과 ‘올리타정400밀리그램’의 개발 중단 계획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습니다.
식약처는 한미약품과 올리타 개발 중단에 따른 구체적 절차를 협의하고 이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 보호를 위한 안전조치 등의 타당성을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한미약품의 주가는 ‘휘청’했습니다. 이날 한미약품은 0.18% 가량 하락한 54만원에 마감됐습니다. 오전에는 51만원대까지 떨어진 적도 있습니다.

‘수출 대박’의 신화를 썼던 한미약품의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이유. 문제의 약물 올리타가 제약업계에 가져온 충격은 이번뿐이 아닙니다. 올리타는 한미약품이 독일 제약회사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 수출했다가 2016년 9월 권리를 반환받은 약물입니다.

당시에도 한미약품 주가가 폭락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9월 30일,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기술수출계약 해지가 공시되면서 전일 62만원이었던 이 회사 주가는 50만8000원으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호재(1조 규모 기술수출) 공시와 악재(올리타 권리 반환) 공시가 시간차로 올라오는 등 ‘늑장공시’ 논란까지 가세하면서 하락폭은 더 커졌습니다. 12월 29일에는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수출했던 당뇨 신약 계약이 해지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손쓸 새 없이 손실을 봐야만 했습니다.

올리타가 제약업계 뿐만 아니라 증권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던 이유는 2015년 국내 제약업계에 불어닥친 신약 개발 바람 때문입니다.
거슬러 올라가 2015년, 한미약품은 대형 기술수출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는 ‘잭팟’을 터뜨립니다. 2015년 초 10만원 수준이던 한미약품의 주가가 그해 11월 87만원대로 뛰어올랐습니다. 1년도 채 안 돼 주가가 8배나 오른 겁니다. 일각에서는 ‘리스크가 있다’며 거품을 잠재우려 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증권사들은 한미약품의 고공행진이 계속될 것이라며 신나서 ‘매수’ 리포트를 썼고, ‘한미약품의 신화’가 영웅담이 돼 떠돌았습니다.

당시 한미약품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며 제약‧바이오주의 급등이 이어졌습니다. 경기방어주였음이 무색해질만큼 제약‧바이오주는 증권업계에도 ‘뜨거운감자’가 됐습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 주식 부호들의 자산이 크게 늘어나는 사례가 잇따랐습니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한 해에만 10배이상 증가했습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부사장(당시 이사), 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부사장(당시 상무)이 주식 부호 20위권 내에 진입한 것 외에도 여러 친인척과 손주들의 보유주식 평가액도 높게 뛰어올랐습니다.

한미약품의 직원들도 ‘대박’을 맞았습니다. 이듬해인 2016년 1월, 임 회장은 직원들에게 주식 1100억원을 증여했습니다. 주식 증여와 별도로 급여의 200% 성과급도 지급됐습니다. 주식과 성과급을 합쳐 한미약품그룹 임직원들이 당시 받은 금액은 1인당 평균 4500만원 안팎입니다.

이렇게 한미약품의 가치를 최고로 끌어올렸던 것이 바로 ‘신약’입니다. 당시 이 신약 기술 수출 계약 체결만으로 엄청난 돈이 오고 간겁니다. 하지만 최근 올리타의 개발 권한을 사간 중국 지역 파트너사인 자이랩까지 권리를 반환하면서 중국 임상 3상 진행이 불투명해졌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미약품은 올리타의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결정한 것입니다. 한미약품은 올리타의 개발이 완료되더라도 혁신신약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할 것으로 봤습니다.

베링거인겔하임과 계약 해지로 글로벌 개발 속도가 늦어지게 된 데다 현재 올리타와 경쟁 관계에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전세계 40여개 국가에서 시판 허가를 받아 본격적으로 환자에게 투약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국내에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정40밀리그램’과 ‘타그리소정80밀리그램’이 올리타와 동일한 효능으로 허가돼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 약이 작년 말 건강보험 급여를 받으면서 올리타의 임상 3상 진행은 더욱 어렵게 된 겁니다.

올리타의 개발 중단 결정이 허탈하지만, 예상하기 힘든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올리타 개발 중단을 설명할 수 있는 이유가 이렇게나 많은 것은 이전부터 ‘삐걱’거리고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합니다. 한미약품이 올리타를 포함한 자사 신약으로 몇 번 ‘광풍’을 맞고도 무리하게 신약 개발을 추진하다 결국 개발 중단이라는 더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올리타의 개발 중단 소식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주가 조작을 위한 ‘사기’가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진 반면 일각에서는 신약 개발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약이 얼마나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돈과 시장논리. 그 과정에서 환자들은?”, “주가 조작을 위한 스펙 쌓기 약 개발, 개인 투자자들도 옥석을 가려 투자합시다. 정말 안타깝다”, “결국 사기 쳐서 주가 올려버렸네” 등의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상에 “고생했다 도전정신이 백배 낫다. 난 한미약품 응원함”, “나도 응원한다. 한미 덕분에 탈모약 저렴하게 먹어서 너무 좋다. 다음엔 꼭 성공해서 좋은 약 많이 공급해주길”, “신약개발이 쉽나. 바늘구멍이지. 접는다고 비난하면 시작이라도 하겠어?”라고 맞받는 댓글도 달렸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이번 실패를 통해 대한민국 신약개발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는 희망도 내비쳤습니다. “이번 일이 실패라기보다는 곪아 썩은걸 긁어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대한민국의 신약개발로 또다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하고 R&D라는 명목으로 돈만 쓰고 결과물은 없는 회사들 보다는 그래도 뭐가 문제인지를 확실히 알았다면 그것도 하나의 결과물 아닐까요? 파이팅!”,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죠. 다음부터 잘하면 될 일이고”라는 글도 오른 겁니다.

향후 한미약품은 현재 올리타를 복용 중인 환자나 임상 참여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일정 기간 안정적으로 공급을 이어가면서 현재 진행 중인 다른 혁신 신약 후보물질 20여개 개발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국내 제약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와 주식시장도 들썩거리게 했던 한미약품 올리타는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올리타의 개발 중단. 환자보다 돈이 중요한 기업의 욕망이 빚어낸 사기인지, 신약개발의 어려움을 딛고 도전정신을 발휘한 기업의 성장통일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소현 기자 ssosso667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