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기업의 명과 암] 121살 동화약품, 리베이트 얼룩·실적회복 난항

착한기업, 독립운동 도 기업 명예 뒤 그늘
유광열카드 승부수, 변화 주도할 적임자?
위기, 활명수로 연명... 실적하락 극복 과제

기사입력 : 2018-04-1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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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임소현 기자]
동화약품이 유광열 신임 사장을 선임, 전사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동화약품은 ‘착한기업’의 대표주자였다가 ‘리베이트 기업’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제약업계의 장수기업 중 하나다. 올해로 121년을 맞는 동화약품은 2013년 리베이트 사태가 강타한 이후 각종 노력에도 불구, 실적 회복에 난항을 겪고 있다. 동화약품은 돈에 눈이 멀어 회복하지 못할 과오를 저질렀고, 과거 경영자들이 피와 땀으로 쌓아놓은 명예는 퇴색되고 말았다. 동화약품이 꺼내든 ‘유광열’ 카드가 손지훈 전 사장(현 휴젤 대표이사)의 노력에도 더뎠던 실적 회복을 이끌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하며 국민을 사랑했던 회사, 그 찬란했던 역사가 어그러진 동화약품의 위기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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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약품 로고.
‘나라사랑 착한기업’, ‘대표적인 독립운동 후원 기업’, ‘우리 민족의 생명을 살린 기업’.

동화약품을 설명했던 이름들이다. 올해로 창립 121년을 맞는 동화약품 전신인 동화약방 창업자 민강 사장은 1920년대에 까스활명수를 팔아 얻은 수익으로 임시정부에 군자금을 댔다. 민 사장은 1910년에 국내 최초로 부채표 활명수를 상표 등록했다. 당시 조선 백성들은 소화불량과 위장병을 많이 앓았는데, 탕약 외에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일찍 손을 쓰지 못하면 목숨을 잃는 일이 많았다.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는 뜻의 활명수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후 활명수는 소화불량 식욕감퇴 과식 구토의 개선에 도움을 줘 동화약품의 효자 상품이 됐다. 연간 1억병 넘게 생산되고 연매출만 400억원에 이른다.

동화약품의 ‘착한’ 역사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 민 사장은 임시정부와의 연락책을 맡으면서, 자신의 약방을 서울 연통부 사무실로 사용하기도 했다. 현재 동화약품 본사가 있는 서울시 중구 서소문로9길 14가 실제 서울 연통부가 있던 곳이다. 민 사장은 임시정부에 발송할 비밀문서를 목판에 새기다 발각되는 등 독립운동 연루 사실이 드러나 두 번의 옥고를 치렀다.

이 같은 동화약품의 독립운동 정신은 후대 동화약품 경영자에게 이어졌다. 5대 사장으로 동화약방을 인수한 보당 윤창식 선생은 민족 경제 자립을 목표로 하는 ‘조선산직장려계’ 총무 활동을 하다 옥고를 치른 민족주의자다. 7대 사장인 윤광열 명예회장은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학교) 재학 시절, 일본에 학도병으로 강제 징집되자 탈출해 상하이 주호지대 광복군 중대장을 맡았다.

이런 역사를 자랑하는 동화약품이었지만, 2013년 리베이트 정황이 밝혀지며 이면에 숨겨진 어둠이 드러났다. 당시 동화약품은 지난 2010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전국 1125개 병‧의원에 자사 의약품을 사용하는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 2013년 11월 시정명령 등과 함께 검찰에 고발됐다.

업계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동화약품의 제품인 메녹틸, 이토피드, 클로피 등 13개 품목을 처방한 의원들의 처방실적에 따라 사례비를 제공했다. 사례비는 대부분 현금·상품권·주유권 등으로 제공했다. 의사가 거주하는 원룸의 임차보증금·월세 및 관리비를 대납하기도 했고 1000만원의 상당의 홈씨어터·골프채를 제공하거나, 명품지갑 등을 주기도 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면서 더욱 충격을 줬다. 이는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3호 부당하게 이익을 제공해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특히 2010년 11월은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 때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업체는 물론,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도 처벌되는 제도다. 이 제도가 시행된 후에도 동화약품이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관련 대상자 행정처분 및 관련 의약품의 상한금액 인하 조치를 추진했다. 골다공증치료제 리세트론정 등 8개 의약품이 불법 리베이트와 연루돼 1개 품목만 제외하고 모두 최고 20% 인하율이 적용됐다.

동화약품은 리베이트로 인해 이미지 타격 뿐만 아니라 실적까지 악영향을 받았다. 실제 리베이트 사태가 터지고 난 후 동화약품의 매출은 한동안 내리막길을 걸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화약품의 매출액은 2012년 2234억원에서 2013년 2202억원, 2014년 2135억원으로 계속 떨어졌다. 체질개선을 내세워 다국적제약사 박스터코리아 대표로 있던 손 사장을 영입한 후에는 2015년 2232억원에서 2016년 2375억원, 지난해 2589억원으로 조금씩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매출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110억원으로, 소폭이지만 지난 2016년(113억원)에 비해 또 2% 떨어지는 등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2011년 동화약품은 영업이익 256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영업이익은 7년 전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2012년만 해도 100억원 수준이었지만 2013년 리베이트 이슈가 터지자 21억원으로 주저앉았고, 2014년에는 78억원을 기록했지만 판매관리비가 줄어든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2015년 다시 48억원으로 떨어진 영업이익은 2016년에서야 일반약 판매 증가로 인해 100억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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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화약품 제공
이처럼 실적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화약품은 화이자 컨슈머헬스케어 한국 및 일본 대표, DKSH코리아 헬스케어 대표 등을 지내고 의약품 유통업체 지오영에서는 영업총괄 사장을 맡았던 유 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임명했다. 손 전 사장은 2016년부터 2년간 동화약품을 이끌었던 바 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유 사장은 다양한 산업군에서 조직관리와 신사업 개발을 진두지휘한 전문가”라며 “120년 전통 동화약품이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기업비전과 전사적인 변화를 주도할 적임자”라고 말했다. 10여년간 제약업계에 몸담아온 유 사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동화약품을 보다 원대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전 임직원과 함께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120년 기업 동화약품이 독립운동가를 후원한 ‘착한기업’의 이미지에서 ‘리베이트 기업’으로 타락한 것은 순식간이었다. 당시 제약업계에서 리베이트의 오명을 썼던 기업은 동화약품뿐이 아니지만 동화약품의 리베이트 정황이 업계에 큰 충격을 줬던 이유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의약품은 생산자와 최종소비자 사이에 의사 및 약사가 연결고리 역할을 하므로 이들의 취향 및 소견에 의해 의약품 소비가 영향을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며 “전문의약품시장은 지속적인 대내외 환경변화 요인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 속에서 준법경영을 위해 CP(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운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제품 및 영업력 강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가 특정한 주요 마케팅 대상을 가진 특수한 업계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리베이트를 정당화시키지는 않는다. 이제 동화약품을 설명하는 이름은 조금 달라졌다. 121년 역사 속 명과 암을 가진 기업이 됐다. 동화약품이라는 회사를 사람들에게 알렸던 생명을 살리는 물, 활명수는 그저 동화약품의 연명을 돕고 있다.


임소현 기자 ssosso6675@g-enews.com

임소현 기자 ssosso6675@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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