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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사슬 정점 SW기업 FAANG, 세계 '꿀꺽'…차·에너지 기업들도 어느새 '눈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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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사슬 정점 SW기업 FAANG, 세계 '꿀꺽'…차·에너지 기업들도 어느새 '눈치보기'

자사 R&D만으로는 한계점 도달…혁신에 대한 탐욕으로 스타트업 마구 사들여

모든 산업의 먹이사슬 정점에 'FAANG'으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기술 기업이 자리매김하면서 세계를 삼키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모든 산업의 먹이사슬 정점에 'FAANG'으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기술 기업이 자리매김하면서 세계를 삼키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FAANG'으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기술 기업이 세계를 삼키고 있다. 한 세기 넘게 거대한 공급망 피라미드의 정점에 군림해왔던 자동차와 에너지 기업들도 어느새 이들의 눈치를 보는 입장으로 전락했다.

2001년 시가 총액 순위는 GE, 마이크로소프트, 엑슨모빌, 씨티뱅크, 월마트 순으로 다양한 산업이 주도했지만 2017년에 이르러 애플,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아마존이 군림하며 판세는 크게 달라졌다.
페이스북도, 아마존도, 넷플릭스도, 구글도 모두 미국 IT 업계를 선도하는 소프트웨어 기술 기업이다. 그 머리글자를 딴 'FANG(송곳니)'은 주식을 견인한다는 의미의 증권 용어로 사용되어 왔다. 현재는 여기에 애플을 더한 'FAANG'이 사용되고 있다.

애플도 '아이폰(iPhone)'과 '맥(Mac)' 등의 하드웨어 판매에서 수익을 올리고는 있지만 'iOS'와 '맥OS'라는 소프트웨어가 애플의 기술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소프트웨어 기술 기업이다.

이들 FAANG 기업의 공통적인 특징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주가가 180%나 뛰었다는 점이다. 참여가 늦은 넷플릭스를 제외한 4개 기업이 2017년 1년간 세계 시가총액 '톱5' 자리를 독점해왔던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최근 시장 우위를 둘러싼 싸움이 끝없이 확대되는 데다가 소프트웨어에 의한 혼란이 가중되면서 자사의 R&D만으로는 한계점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혁신을 찾지 못한 기술 기업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결국 이들은 혁신에 대한 탐욕과 공포에 의해 다음 혁신을 위한 목적으로 스타트업을 마구 사들이고 있다.

스타트업은 창업 후 짧은 기간에 급성장하면서 '엑시트(EXIT)'라 불리는 "주식시장 상장의 길" 또는 "타사에 의한 고액에 인수되는 길"을 최종 목표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벤처 기업을 의미한다. 세계를 제패한 기술 기업들에 'AI 스타트업'은 혁신을 채워줄 최고의 먹잇감인 셈이다.

기업 정보 데이터베이스인 'CB인사이트(CB Insights)'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실리콘밸리 AI 스타트업의 대부분은 당대 최고의 기술 기업들에 인수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0개 정도의 AI 스타트업이 엑시트에 성공한 것으로 기록됐지만 사실 그중 115개는 상장이 아니라 인수된 것이다.
업계 선도 주자라 할 수 있는 구글은 2012년부터 무려 14개의 AI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2013년에는 토론토 대학의 컴퓨터 과학 출신의 딥 러닝과 신경망 업체 'DNN리서치'를 인수하여 이미지 검색을 강화했으며 2014년에는 영국의 '딥마인드테크놀로지'를 인수했다.

이어 2016년에는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의 음성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연 언어 처리 부문의 스타트업 'APT.ai'를 인수했으며 최근에는 대화형 커머스 플랫폼인 '밴터'까지 수중에 품었다.

이외에도 애플은 2010년 시리를 인수한 이후 지금까지 13개의 AI 스타트업을 인수했으며, 아마존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총 5곳의 AI 스타트업을 끌어들였다. 페이스북 또한 2012년 얼굴 인식 '페이스닷컴'을 시작으로 6개의 AI 스타트업을 산하에 두었다.

웹브라우저를 유행시킨 '넷스케이프(Netscape)'의 공동 창업주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의 말처럼 산업을 파괴하는 소프트웨어의 대부분은 스타트업에 의해서 창출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산업의 먹이사슬 정점에 소프트웨어 기술 기업이 자리매김하면서 세계를 삼키고 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