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PET 분자수준 분해 돌연변이로 '슈퍼효소' 탄생

공유
4

PET 분자수준 분해 돌연변이로 '슈퍼효소' 탄생

英 국립포츠머스대 발표, 완전 재활용도 기대

쓰레기 처리장에서 발견된 효소를 기반으로 연구를 진행하던 실험실에서 돌연변이를 통해 'PET'를 분자 수준까지 분해할 수 있는 '슈퍼효소'가 우연히 탄생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쓰레기 처리장에서 발견된 효소를 기반으로 연구를 진행하던 실험실에서 돌연변이를 통해 'PET'를 분자 수준까지 분해할 수 있는 '슈퍼효소'가 우연히 탄생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자연의 힘으로 분해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알려진 'PET'를 분자 수준까지 분해할 수 있는 '슈퍼효소'가 탄생했다.

쓰레기 처리장에서 발견된 효소를 기반으로 연구를 진행하던 실험실에서 돌연변이를 통해 '우연히' 탄생한 이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최근 발표됐다.
영국 국립 포츠머스 대학(University of Portsmouth)의 존 맥기한(John McGeehan) 교수 연구팀이 그야말로 우연히 돌연변이에 의한 슈퍼호소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2016년 일본의 쓰레기장 속에서 발견된 '플라스틱을 먹는 박테리아' 연구를 진행하던 중 돌연변이에 의해 페트병을 분해할 수 있는 새로운 효소를 만들어냈다.

맥기한 교수는 "뒤늦게 우리가 효소를 개량한 것을 알게 되어 충격적이었다"며 "위대하고 진정한 발견"이라고 놀라움을 표현했다. 본격적인 페트병의 완전 재활용 실현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연구팀은 플라스틱 분해 효소의 구조를 상세하게 분석하기 위해 영국 다이아몬드 광원 연구소(Diamond Light Source)에서 태양광의 100배나 강한 X선을 조사해 원자 구조를 살피고 있었다. 그런데 X선 에너지가 그 내부에 있던 효소에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돌연변이 된 이 효소는 페트병을 분해하기 시작해 5일 만에 완전히 분해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이는 바다에서 자연 분해되는데 몇 세기의 시간이 걸리는 것에 비하면 아주 극히 짧은 시간이다. 또한 추가 연구를 통해 현재 5일 걸리는 분해 속도를 더욱 끌어올려 고속화도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맥기한 교수는 "이 효소를 사용해 플라스틱을 분자 수준까지 분해하여 문자 그대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또한 "이를 통해 석유 소비를 줄일 수 있으며 수자원 환경에 존재하는 플라스틱 량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나타냈다.

2018년 현재 전 세계에서는 1분당 100만개의 플라스틱 병이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그중 재활용되는 것은 겨우 14%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매립되거나 해양 쓰레기로 떠돌아다니며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등 오염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던 최신 재활용 기술에는 한계가 있어 겨우 페트병을 분해해서 카펫용 섬유로 사용하는 것이 주류다. 결과적으로 어떠한 재활용 기술로도 충분한 분자 수준의 분해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돌연변이 효소를 이용하여 분해하게 되면 종래보다 훨씬 빠르고 고차원적인 분해가 가능하다. 향후 이 기술이 실용화되면 페트병을 분해해 다시 페트병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이 효소를 고온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극한 미생물(박테리아)'에 이식함으로써 활동 영역을 넓힐 가능성도 기대된다. 페트병 소재의 용해가 시작되는 섭씨 70도의 환경에 효소를 이식한 박테리아를 투입하는 것으로 "일상적인 온도 환경보다 10~100배 빠른 속도로 분해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맥기한 교수는 설명했다.

이외에도 해양 등 환경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을 개량된 효소박테리아를 사용해 분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래에는 이 효소박테리아를 바다에 살포해 해양을 오염시키는 플라스틱을 모두 분해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될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멜버른 RMIT 대학의 화학자 올리버 존스(Oliver Jones)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내용을 보여 주었으며, 사회에서 확대되고 있는 쓰레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강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용화까지는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 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