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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이 쉽게 쓴 연차, 객실승무원에겐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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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이 쉽게 쓴 연차, 객실승무원에겐 '그림의 떡'

- 대한항공, 인력 부족 이유로 연차 사용 반려
- 승무원들, 인사 고과 반영돼 '병가'도 조심스러워

광고대행사 직원을 상대로 한 갑질 논란을 일으킨 뒤 돌연 휴가를 떠났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와 달리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들은 연차 사용이 인력 부족 이유로 반려돼 대조를 이룬다. 사진=대한항공이미지 확대보기
광고대행사 직원을 상대로 한 갑질 논란을 일으킨 뒤 돌연 휴가를 떠났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와 달리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들은 연차 사용이 인력 부족 이유로 반려돼 대조를 이룬다. 사진=대한항공
[글로벌이코노믹 길소연 기자] 광고대행사 직원을 상대로 한 '갑질 논란'을 일으킨 뒤 돌연 휴가를 떠났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와 달리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들은 연차 사용이 반려돼 대조를 이룬다. 인력이 부족하다는 게 반려의 사유다.

물의를 일으킨 총수 일가는 쉽게 쓰는 연차가 객실 승무원들에게는 사실상 ‘그림의 떡’인 셈이다.
26일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 오픈 채팅방에는 대한항공 조양호 총수 일가의 '갑질 황제경영'을 규탄하는 목소리와 함께 객실승무원의 인력 부족 및 연차에 대한 하소연이 쏟아졌다.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인 A씨는 “승무원 아플 때 쓸 수 있는 병가 또는 병휴 제도가 있다”면서 “병가는 고과에 영향이 가기도 하고, 병휴는 본인의 잔여 연차(1년의 연차가 아닌 몇 년 동안 쓰지 못해 쌓여온 수십, 혹은 수백일의 연차)에서 일수를 차감하면서 고과에 영향 없이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플 때 바로 병가내고 치료하면 될 것을 병가를 고과에 혹은 팀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참고 참다가 더 큰 병이 나고 있다”면서 잘못된 인사고과를 꼬집었다.

그는 또 “아프고 싶어서 아픈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회사가 명시한 병가로 신청해야 하는 질병 혹은 병휴로 신청할 수 있는 질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고과에 영향 없는 개인 휴가를 차감하며 병원 치료를 받으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성수기나 인력 부족이라는 이유로 병가로 밖에 못 쉰다는 얘기 듣기가 일쑤라고 한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6년 미사용 연차휴가 적립제도를 도입했다. 문제는 해당 제도를 도입만 했을 뿐 회사가 인력 부족을 이유로 휴가 사용을 반려해 직원들의 연차가 쌓여가고 있다.
결국 참다 못한 승무원이 정부 중재를 요구하는 국민 청원을 제기했고, 국토부까지 나서 부족한 승무원 추가 채용을 권고했지만 대한항공은 기내 탑승 객실승무원 수를 줄이는 대책을 내놓았다.

휴가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노조와 협의회를 거쳐 팀 휴가는 상하반기 각각 5일씩 총 10일 부여하고, 개인 휴가는 팀 휴가 10일 이외 가능한 범위 내 최대한 반영키로 하는 등 휴가 방침을 정했다.

이에 대해 승무원들은 "팀 인사와 연계된 인사 고과가 시정되지 않고, 부족한 인력이 충원되지 않는 한 객실승무원의 연차 소진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