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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음식윤리와 자동차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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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음식윤리와 자동차윤리

김석신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김석신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음식문화나 자동차문화는 많이 익숙한 표현인 반면, ‘음식윤리’나 ‘자동차윤리’는 좀 낯선 편이다. 그런데 최근 자율주행자동차와 더불어 자동차윤리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브레이크가 고장 난 채 달리는 자동차의 전방에는 5명이, 우측에는 1명이 일하고 있고, 좌측은 낭떠러지라고 할 때 직진할 것인가? 좌회전 할 것인가? 우회전할 것인가? 이런 극단적인 예 말고도 보행자의 생명을 존중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친환경을 주요정책으로 삼는 면에서 자동차윤리와 음식윤리는 비슷한 면이 많다.

음식윤리의 핵심원리에는 자연과의 공존의 측면에서 생명존중의 원리와 환경보전의 원리가 있고, 인간과의 공존의 측면에서 정의의 원리와 소비자 최우선의 원리가 있으며, 음식의 본질적 요소의 측면에서 절제와 균형의 원리와 안전성 최우선의 원리가 있다. 그런데 이 여섯 가지 원리를 자동차윤리에도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명존중의 원리는 응급환자를 살리려 병원으로 옮길 때는 물론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것에도 당연히 적용된다. 더욱이 자동차는 사람이나 소, 말 등의 힘 대신 동력을 사용하는 것이므로, 생명존중의 원리에 따라 음식윤리에서 가축의 생명을 존중하듯, 운전 중 야생동물의 로드 킬도 조심해야 할 것이다.

환경보전의 원리는 음식윤리의 농약에 의한 환경오염처럼 자동차에 의한 매연, 미세먼지, 오존 발생 등에 적용할 수 있다. 이 원리에 따라 휘발유는 납이 없는 무연휘발유로 오래전에 대체되었고, 자동차 홀짝수 운행을 하거나 노후 디젤차 운행을 금지하기도 한다. 최근 전기자동차로 옮겨 가는 추세도 환경보전의 원리 때문이다.

정의의 원리를 지키지 않는 최근 예로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사건을 들 수 있다. 또한 가짜 참기름을 속여 팔아 음식윤리를 위배하는 것처럼, 가짜기름을 속여 파는 행위도 정의의 원리를 지키지 않는 흔한 예이고, 농산물의 원산지를 속이듯 중고차 마일리지를 속여 매매하는 행위도 여기에 해당한다.

소비자 최우선의 원리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음식윤리에서 음식을 만들거나 파는 행위의 궁극적인 목적이 먹는 소비자를 위한 것처럼, 자동차를 만들거나 파는 행위도 자동차를 타는 소비자를 위한 것이다. 이 원리에 따라 내수용 자동차와 수출용 자동차의 품질과 가격에 차이가 난다면, 국내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대우하지 않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절제와 균형의 원리의 측면에서, 과식이나 탐식이 몸의 균형을 깨뜨려 비만을 초래하는 것처럼, 절제하지 않는 자동차 소비, 예를 들어 초호화 자동차라든가 흠집만 생겨도 엄청난 수리비가 드는 자동차 등을 무절제하게 구입하는 행위는 사회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원리에 따라 자동차 구입이나 사용에도 절제와 균형이 필요하지 않을까.

안전성 최우선의 원리의 경우, 음식윤리의 병원성 대장균 식중독처럼 급발진을 불러일으키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과속하여 사고를 내거나 다른 차와 연쇄 충돌하여 대형 사고를 내는 것도 안전성 최우선 위배사례가 될 것이다.
이렇게 음식윤리의 핵심원리를 자동차윤리에 적용해볼 때, 두 윤리는 참 많이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명존중, 환경보전, 정의, 소비자 최우선, 절제와 균형, 안전성 최우선의 여섯 가지 핵심원리는, 음식을 만들고 팔고 먹을 때는 물론 자동차를 만들고 팔고 탈 때에도, 우리 모두가 염두에 두고 지키려 애써야 할 윤리 원리라 할 수 있다.


김석신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