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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실적' 애플 자사주 매수·배당금 껑충 왜?… 가격 경쟁력 하락 등 단점 감추기 위한 '페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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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실적' 애플 자사주 매수·배당금 껑충 왜?… 가격 경쟁력 하락 등 단점 감추기 위한 '페이크'

애플은 그동안 디자인과 브랜드 파워를 지렛대로 가격을 인상시켜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더 이상의 혁신을 보여줄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따른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애플은 그동안 디자인과 브랜드 파워를 지렛대로 가격을 인상시켜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더 이상의 혁신을 보여줄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따른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1분기 예상을 웃돈 실적을 기록한 애플은 1000억달러(약 107조5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외치며 주주 배당금을 16%나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플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위기의 순간을 무사히 넘긴 챔피언의 세레머니와 같다"며 지극히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애플이 '아이폰(iPhone)'에서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에 '오버액션'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의외로 많은 부분에서 애플의 단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으며, 결산발표 이후 당당했던 애플의 태도 또한 "초라한 뒷모습을 감추기 위한 페이크에 불과했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애플의 매출은 611억달러(약 65조707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이를 외형적으로만 단순하게 풀이하면 대단한 성장력이라고 칭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서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올랐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분석해 보면 애플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가격이 1000달러를 넘는 '아이폰 X'에 대한 수요는 애플의 약점을 고스란히 내비쳤다. 이는 애플의 가격 결정력이 수준 이하로 떨어졌음을 시사하고 있다. 결국 올해 1분기 애플은 더 많은 스마트폰 부속품과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서비스에 집중한 결과 더 많은 돈벌이를 할 수 있었다.

이어 견고한 재무제표를 배경으로 10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소식을 추가하면서 주주에 대한 배당도 끌어올렸다. 이 또한 혁신이라고 주장하며 야심차게 준비한 아이폰 X와 신제품들이 채우지 못한 빈자리를 메꾸기 위한 조치라고 풀이할 수 있다.

애플에 의해 세상에 이름을 내비친 스마트폰은 탄생한 지 10년이 지나면서 시장은 성숙해지고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따라서 향후 충성고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할 제품이 등장하지 않으면 투자자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올 가능성이 있다. 한마디로 "혁신이 없는 한 스마트폰 시장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표현할 수 있다.

시장 조사 기관인 IDC의 추계에서는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0.5% 감소했고, 향후 5년간 연간 증가율은 3% 미만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그동안 애플은 타사의 고객을 빼앗으며, 수익을 지켜 왔지만 앞으로 이 또한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기술 발전의 속도가 늦어지고 있는 보편적인 추세로 인해, 어느 제조업체도 앞으로의 성장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실제 애플의 1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 밖에 늘지 않았다. 이는 성능이 대폭 개선됐다고 강조하는 데 비하면 매우 초라한 성적이다.
애플은 그동안 디자인과 브랜드 파워를 지렛대로 가격을 인상시켜왔다. 1분기 아이폰의 평균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1%나 상승했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하드웨어의 가격이 일반적으로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플의 이 같은 선택은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애플이 더 높은 가격을 설정할 수 있었는지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다.

결국 소비자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아이폰 X의 가격은 판매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올해 1분기 아이폰의 평균 가격이 전분기와 비교해 9% 가량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애플은 결코 가격을 낮추지 않았다. 이를 두고 애플 최후의 자존심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대다수는 "애플의 가격 결정력이 수준이하로 낮아졌다"고 풀이하고 있다.

그나마 애플의 자존심을 지켜준 것은 다른 수입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앱 스토어와 음악 스트리밍 등 서비스 분야의 1~3월 매출은 31% 증가한 91억달러(약 1조2900억원)를 기록했다. 게다가 아이폰용 헤드폰의 판매가 늘어난 상황과 '기타 제품'의 매출도 38%나 증가해 40억달러(약 4조3020억원)에 달했다.

이는 애플 전체 매출의 20%를 넘는 수준이다. 즉 아이폰 탄생 10주년이라는 더없이 좋은 상황과, 그동안 애플의 신모델을 기다려온 충성고객의 갈망을 애플은 채워주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야심작 아이폰 X를 대신한 다른 수입원의 수익을 통해 주주의 근심을 덜 수 있었다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애플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가까운 장래에 안심을 줄 수 있다고 해도 흥분하기 쉬운 하이테크 투자자의 관심을 오래 붙들어 두기에는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애플이 비밀리에 준비하고 있는 비장의 카드를 더 이상 보여주지 못한다면 투자자의 압력은 더 강해질 것이며, 결국 애플의 우위는 무너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애플의 1분기 실적을 칭찬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