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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vs건설사 ‘홈 IoT 전쟁’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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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vs건설사 ‘홈 IoT 전쟁’ 승자는?

[글로벌이코노믹 백승재 기자]

#1.
남자가 집안에 들어서자 미세먼지를 털어주는 에어샤워가 작동된다. 남자가 방에 들어서자 곧 그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가 나온다. 욕조에는 그가 퇴근길 스마트폰으로 설정한 온도로 물이 가득 받아져 있다.

#2.

휴일 아침, 여자는 일어나자마자 손을 내젓는다. 큰 창문을 가리고 있던 커텐이 열린다. 곧 침대가 곧추세워지며 자동으로 TV가 켜진다. 머리맡에 놓인 AI(인공지능) 스피커는 오후에 그가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미래 공상 영화에서 자주 봤던 장면들이다. 그러나 머지않아 현실에서 이런 일들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IoT(사물인터넷) 기술 덕분이다. 통신사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건설사들 역시 “홈 IoT 영역에서는 밀리지 않겠다”며 독자적인 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IoT 영역은 우리가” 이통3사, 생태계 조성에 방점


이동통신사들은 일찍이 IoT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홈 IoT에 집중해왔다. 홈 IoT가 앞으로 IoT시장 생태계의 중심에 설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대형건설사들은 물론 중소건설사들과도 앞다퉈 협약을 맺었다. 자사 플랫폼 확산으로 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SKT, KT, LG유플러스는 가정 내 IoT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수의 건설사들과 협약을 맺고 있다. 또 사용 편의성 제고를 위해 인공지능 스마트홈 서비스 기능 업데이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이미지 확대보기
SKT, KT, LG유플러스는 가정 내 IoT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수의 건설사들과 협약을 맺고 있다. 또 사용 편의성 제고를 위해 인공지능 스마트홈 서비스 기능 업데이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SK텔레콤은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국내 약 40개 건설사들과 제휴하고 자사 플랫폼 공급을 추진 중이다. 최근 글로벌 통신시장분석업체 오붐(Ovum)이 조사한 스마트홈 서비스 경쟁력 평가에서 세계20개 이통사 중 독일 도이치텔레콤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KT 역시 대림산업 등과 협약을 맺고 홈 IoT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자체 음성인식 인공지능 ‘기가지니’를 접목한 스마트홈 시스템을 구축하고 생태계 조성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 2월 KT는 홈 IoT 제어기능을 강화한 ‘기가지니2’를 출시한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30종이 넘는 홈 IoT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통3사 중 홈 IoT 영역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건설사와의 제휴는 물론 쿠쿠전자 등 가전 회사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홈 IoT를 통한 IoT 가전기기 제어 영역에서 보다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집에서는 안 밀려!” 건설사들 독자적 기술 개발 박차


건설사들은 이통사와 협력을 통해 홈 IoT 기술을 발전시킴과 동시에 자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삼성 래미안 갤러리에 ‘래미안 IoT 홈랩’을 오픈했다. 사전 신청만 하면 누구나 앞으로 래미안 아파트에 들어설 홈 IoT 기술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삼성물산은 하드웨어 중심이었던 기존 IoT 기술을 사용자 중심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연내 상용화를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내 들어서는 단지들부터 자체 개발한 IoT기술들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물산 직원들이 문정동 래미안 갤러리 내에 마련된 ‘래미안 IoT 홈랩(HomeLab)’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물산이미지 확대보기
삼성물산 직원들이 문정동 래미안 갤러리 내에 마련된 ‘래미안 IoT 홈랩(HomeLab)’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은 홈 IoT 서비스에 삼성전자의 AI인 ‘빅스비’를 접목했다. 삼성전자는 출시하는 각종 홈 IoT가전에 홈랩의 기술을 접목시키고 있다. 삼성 제품들 간의 호환성을 높여 삼성만의 자체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방침으로 보인다.

GS건설은 지난 11월 스마트홈 전담 부서 ‘스페이스팀’을 구성하고 자체 홈 IoT 서버인 ‘자이서버’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대오토에버와 손을 잡고 자체 스마트홈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음성인식 기술이 적극 도입될 예정이며 집에서 차를 직접 조작하는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차량 조작 기술 개발의 경우 현대차그룹 내에서 협업도 이뤄지고 있다”면서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2월 입주를 시작한 ‘경주 현곡 푸르지오’에 자체 개발한 스마트 지진감지 경보시스템을 적용했다. 단지 내 지진계를 설치해 지진 발생 시 지진대응 행동요령을 자동으로 거실 월패드를 통해 알리는 시스템이다. 지진단계별 감지 시 가스밸브 차단, 엘리베이터 정지, 실내조명 점등 등이 자동으로 실시된다.

포스코건설은 자체 보안 솔루션 ‘더샵 지키미’에 ‘지능형영상감지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단지 내 CCTV 영상을 자동으로 분석해 폭력, 침입, 방화 등 위험을 감지하면 이를 방재실에 즉각 통보하는 일종의 AI 시스템이다.

SK건설은 SK텔레콤과 함께 개발한 지능형 공기정화시스템 ‘스마트 에어케어’를 지난해 5월 분양한 ‘보라매 SK뷰’ 견본주택에 접목했다. 스마트 에어케어는 계절과 상황별 특성 등을 고려해 실내 공기질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기술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통신사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IoT 시장에서 홈 IoT 부문만큼은 건설사들의 입지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서 “주거공간에서 건설사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영역이 분명히 있다. 통신사와 시너지를 유지하면서 건설사만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소비자들에게도 더욱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