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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시금고 쟁탈전’ 돌입… 신한·우리은행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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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시금고 쟁탈전’ 돌입… 신한·우리은행 ‘2라운드’

하반기 지자체 금고 관리운영 주체 선정 절차 돌입
이자수익으로 지출하는 출연금 ‘지나치다’는 비판도

왼쪽부터 신한 KB국민 우리 KEB하나 NH농협은행 본점 전경.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신한 KB국민 우리 KEB하나 NH농협은행 본점 전경.
[글로벌이코노믹 석지헌 기자] 지방자치단체 금고를 차지하기 위한 은행권 대결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34조원 규모의 서울시 금고를 둘러싸고 치열한 쟁탈전을 펼쳤다. 하반기 서울 25개 자치구와 인천 등 시·구금고 쟁탈전도 이들 은행 간 대결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지자체 금고 운영 금융기관을 새로 선정하는 곳은 서울시에 이어 서울 25개 자치구와 인천시, 전라북도, 제주도, 세종시 등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금고 규모는 16조원. 현재 25개 구청 가운데 24개 구청의 1금고를 우리은행이 관리하고 있다.

예정된 입찰만 29개… 신한·우리 ‘2파전’ 예상


서울시 산하 25개 자치구는 중구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금고지기 선정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연간 10조원의 수신고를 올릴 수 있는 인천시도 8월 초 시금고 공모를 실시한다. 최종 선정은 9월 초로 예정돼 있다. 지난 19일 마감된 서울 중구 구금고 운영 사업자 입찰에는 신한과 우리, KB국민, NH농협은행 등이 신청서를 냈다. 구금고로 선정된 은행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구의 세입금 수납·세출금 지급과 유휴자금 보관·관리 등 역할을 수행한다.

업계는 이번 구금고 영업전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대결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는 100년 넘게 서울시 금고지기를 맡아온 우리은행이 대부분의 지자체 금고도 함께 맡아온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지자체에서 서울시 세입금의 수납업무도 하기 때문에 서울시와 같은 전산망이 구축돼야 한다. 이에 우리은행이 입찰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던 것.

서대문구 전 재무과 지출팀 관계자는 “구금고 선정 과정에서 서울시 금고 수납시스템 구축 여부가 평가항목에 포함돼 있다”며 “타 은행들이 지자체 금고를 점하려 해도 우리은행이 그간 독자적으로 마련한 수납시스템에 막혀 들어오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03년 간 서울시금고를 맡아 온 우리은행을 밀어내고 금고지기 자리를 따내는 성과를 거뒀다. 그 여세를 몰아 나머지 25개 지자체 구금고도 쟁탈하겠다는 각오다. 신한은 내년 서울시 제1금고 시스템 전면개편을 예고하면서 구금고까지 영역을 넓히겠단 복안이다.

신한에 제1금고를 내준 우리은행도 각오가 남다르다. 우리은행은 현재 △서울 구금고 25개 중 24개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 △국내 최대 기관거래 은행으로 다져진 노하우와 전산운용능력, 50여명의 공금영업부 전문인력 등을 내세워 경쟁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결국 출연금… 이자수익으로 출혈경쟁 ‘우려’

은행권이 시금고를 쟁탈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는 것은 출연금이다. 지자체마다 시금고 선정 기준이 되는 항목은 조금씩 다르지만 은행마다 신용도와 재무구조 안정성, 금고업무 관리 능력, 대출·예금금리 적합성 등의 조건 등은 대동소이하다. 협력사업비에 해당하는 출연금이 금고지기 선정 여부를 판가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수천억원에 달하는 출연금을 들여 시금고 영업전에 뛰어드는 은행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번 서울시금고 자리를 따내기 위해 약 3000억원의 출연금을 지불했다. 이는 2금고로 선정된 우리은행이 제시한 1250억원의 2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출연금의 출처도 은행들이 고객들로부터 벌어들인 이자수익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고객들 시선 역시 곱지 않다.

구금고 입찰은 다음달부터 본격화한다. 영등포구청이 내달 초부터 제안서 신청을 받고 그 외 자치구들은 8월부터 속속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석지헌 기자 cak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