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같이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피해자는 대부분 서민들이다. 경제위기는 생존의 문제다. 경제가 어렵다고 외면한 채 방치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단지 주식투자를 위해서 경제를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 기사나 리포트에서 복잡한 이론과 수치의 프레임을 제외하면 서민이 이해 못할 것도 없다. 6월 이후에 닥치고 있다는 경제위기설을 차근히 들여다보고 진짜 위기가 무엇인지 분석해 본다.
가장 영향력이 큰 외생적 요인는 미국 금리 인상이다. 미국연방준비위원회가 6월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했다. 2020년까지 천천히 금리를 올릴 것으로 대부분 기대했으나 미국 경제가 튼튼해졌다는 신호가 나오자 금리 인상을 앞당기려고 한다. 2008년 금융위기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해 무지막지하게 뿌린 돈을 인플레이션이 오기 전에 거두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이번 금리 인상으로 장기금리와 단기금리의 차이가 좁혀지면(전문용어로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yield curve flattening)) 과거처럼 경기가 후퇴할까 걱정한다. 이는 곧 세계 경제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은 이자를 많이 주는 국가의 통화가치를 상승시킨다. 또한 이자율 상승은 기업활동에 지장을 주고 통화가치 상승과 함께 수출기업에 악영향을 준다.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서 자금이 고금리 자산으로 이탈하여 주식시장을 위축시킨다. 물론 부채가 많은 사람의 경우 이자율이 높아지니 치명적이다. 그래서 더 부정적인 인플레이션 발생이 확실하지 않으면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
세계의 공용통화(기축통화)인 달러의 금리 인상은 취약한 후진국들에 치명적이다. 국제자본이 금리와 통화가치가 올라가는 달러표시 자산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아르헨티나는 IMF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브라질 통화가 폭락했다. 한국도 주식시장에서 3조원 이상의 자금이 이탈해서 주가가 폭락했다. 경제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긴축 발작’이라는 현상이다.
다음 주목해야 하는 외생적 요인은 트럼프 발 보호무역주의 또는 무역전쟁이다. 사실 트럼프뿐만 아니라 그 배경에는 유럽을 장악한 포퓰리즘의 정치 공학이 있다. 국제무역 질서의 붕괴로 수출이 중요한 먹거리인 한국은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 G20에서 포퓰리즘 국가의 GDP 비중은 2007년 7%에서 2017년 41%로 증가했다.
중국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THAAD 미사일과 얽힌 지정학적 문제로 수년간 경제가 위축되어 왔다. 경제가 위축된 상태에서 부동산 대책, 재벌경제 구조조정,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같은 경제정책의 무리한 추진이 청년실업 증가 등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내생요인이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무엇보다 우려해야 할 것은 가계부채로 취약진 중산층과 서민들이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고통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경제는 수요기반의 붕괴로 심각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조수연 그래픽 저널 전문위원 tiger6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