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 있어야 우리도 먹고 사는데 물건이 없어요, 요즘은. 집을 사고 싶어도 못 산다니까? 팔아야 사지.”(노원구 △△공인중개사 대표)
◇ 여기는 완판, 저기는 미분양… 건설사들 ‘속앓이’
거래 절벽이 심화되고 시장 심리가 위축되면서 신규 분양시장의 흥행 성적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지방과 수도권 양극화가 심각하다. 5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0.4% 늘어난 5만9836가구로 집계됐다. 그러나 최근 5년 평균과 비교하면 지방 미분양은 5.1% 늘어난 반면 수도권은 오히려 1.6% 줄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된 이후 거래 절벽이 심화된 양상이다. 지난 4월 한 달 간 서울아파트 거래량은 6229건으로 전달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용인, 동탄 등 투자 수요가 많은 일부 경기지역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같은 지역에서도 4월 전후로 흥행 성적이 갈린다.
지난 1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에 분양한 ‘성복역 롯데캐슬 파크나인 1차’는 1순위에 1만6534명이 몰리며 최고 10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계약도 단기간에 마쳤다.
그러나 바로 옆에 들어서는 2차는 상황이 달랐다.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이후인 지난 5월 11일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고 분양 일정을 시작한 ‘성복역 롯데캐슬 파크나인 2차’는 계약률이 70%대에 그쳤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대기 물량이 많아 미분양 해소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이 많을 것”이라면서 “벌써 할인 분양으로 물량을 털어내는 건설사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제 살 깎아 먹기가 벌써 시작됐다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리스크가 더 크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 사야 돼? 말아야 돼? 실수요자 ‘발 동동’
광진구에 사는 정모씨(36)와 이모씨(34)는 6년 차 신혼부부다. 전세 생활을 청산하고 새 집을 마련하고 싶지만 마땅한 매물을 찾을 수가 없다. 시장 심리가 위축돼 매도자들이 물건을 모두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아직 아이도 없어 이 부부는 100% 가점제인 신규 분양 단지 특별공급은 포기한 지 오래다.
정씨는 “원하는 곳엔 매물이 없고 좀 싸졌다고 아무 곳이나 사기에는 불안하다. 가격이 많이 떨어진 것도 아니다”면서 “사실 지금 집을 사야하는지도 고민이다. 누구는 더 떨어진다고 기다리라는데 살기 좋은 곳은 또 다 오르고 있지 않나. 조금이라도 떨어졌을 때 사야하나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6월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545건으로 지난해(1만4304건) 대비 약 75% 감소했다. 전 달과 비교해도 36% 감소한 수치다.
노원구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매매는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사라진 지 오래다. 매도자들은 오른 가격에 팔고 싶고 매수자들은 비싸게 사고 싶지 않으니 서로 눈치만 보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2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보유세 인상안도 거래 절벽에 한몫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예상보다 낮은 인상액이 매도자들의 ‘버티기’ 심리를 부추겼다는 의견이다.
송파구 잠실역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는 “작년에만 몇 억원씩 오른 아파트를 보유세가 몇 백만원 올랐다고 누가 팔겠느냐”면서 “지레 겁먹고 내놨던 매물들도 다시 거둬들이는 판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진짜 집을 사려는 사람들만 힘들다. 모두 다 버티니까 새 집을 못 구하고 어쩔 수 없이 전셋집을 재계약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 전문가들 “정책과 시장, 좀 더 지켜봐야”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보유세 인상안으로 인한 시장 영향을 파악하려면 실제 개편안이 적용되는 내년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거래동결이나 수요위축 등이 꼭 보유세 개편 때문만은 아니다. 전반적인 시장의 분위기를 여러 가지 요인들이 합쳐져 나눠지는 것”이라며 “내년 세제 개편이기 때문에 아직은 관망하는 분위기가 겹쳐서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다. 내년부터 (개편안이) 적용되기까지 변하는 정부 정책과 시장상황을 좀 더 살필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앞으로 주택시장 핵심 변수는 절반 이상이 정책 변수일 것”이라며 “내놓은 정책들에 시장이 어떤 식으로 반응할 것인지 확인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전했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