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가 그렇다. 치적 쌓기 부작용의 전형적인 예다. 부작용은 국민혈세를 좀먹고 부정부패로 나라를 일순간 곤경에 빠뜨린다.
이명박 정부의 해외 자원외교에 비하면 4대강 사업의 실패는 ‘새발의 피’다. 총 예산 44조원이 투입됐지만 혈세만 축내고 오히려 투자하고 개발한 땅을 복구해줘야 하는 막대한 2차 비용까지 생겨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이 대통령 최측근들로 구성된 공기업 사장들은 자원외교 실패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모래 위에 짓는 집은 무너질 것이 예상되지만, 어쨌든 집은 지어놓지 않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들에게 집이 무너지는 결과는 나중 일이다. 그러나 급하게 쌓은 치적의 과욕은 화를 자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된 데 대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이룬다는 목표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한다”고 16일 밝혔다.
18일 진보진영에선 공약 불이행으로 문재인 정부의 사회경제 개혁 후퇴를 비판하는 성명을 준비 중에 있다. 성명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은 강하게 성공적으로 추진하면서 유독 사회경제 개혁에는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할 예정이다.
최저임금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오르면 아르바이터의 형편은 그나마 좀 더 핀다. 하지만 가게 주인의 갑(甲)질과 눈치는 더더욱 심해질 것이 뻔하다. 또 임금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며,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때문에 몰락할 것이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당장 타깃이 된 건 편의점 본사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2010년 1만7000여 곳이었던 편의점은 2016년에는 3만2600여 곳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18년 7월 현재까지 추정하면 4만여곳도 넘는 게 편의점 점포다. 한 집 건너 편의점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울 정도다. 편의점 업계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졌고 점주와 아르바이트생들의 삶의 질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그마저도 이제는 아예 형편이 없어졌다.
최저임금의 유탄은 지금 서민경제 곳곳에 떨어져 오히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형국이다. 황금알까지는 아니어도 한국경제는 그간 꾸준히 성장해왔다. 성숙기에 접어든 한국경제는 점진적으로 또 다른 사회경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초점이 맞춰진 상태다.
최저임금은 2년 새 29%나 올랐다. 치적은 이것으로도 족해 보인다.
/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조규봉 기자 ckb@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