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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콘, 위스콘신 액정 패널 공장 미래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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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콘, 위스콘신 액정 패널 공장 미래 '불투명'

거액 투자 리스크 표면화…프로젝트 완성에 의문

폭스콘이 미 위스콘신에 100억 달러를 투입해 건설하고 있는 액정 패널 공장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자료=폭스콘이미지 확대보기
폭스콘이 미 위스콘신에 100억 달러를 투입해 건설하고 있는 액정 패널 공장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자료=폭스콘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타이완 혼하이정밀공업(이하 폭스콘)이 미국 위스콘신에 건설하고 있는 거대 공장 장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100억달러(약 11조2760억원) 규모의 이 공장은 세계 최대의 EMS(전자기기 수탁 제조 서비스) 업체인 폭스콘이 미국 중서부 위스콘신 주에 계획한 최신형 액정 패널 공장.지난 6월28일(현지 시간) 기공식을 가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기공식에 참석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폭스콘이 위스콘신에 거액을 투자해 액정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지난해 7월 26일. 당초 세계 최첨단의 '10.5세대'로 불리는 거대 유리 기판 사이즈를 채용한 액정 패널 공장을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구상됐다.

새 공장은 마운트 플레전트의 광대한 대지와 미시간호의 수자원을 활용하는데 주 정부 인가를 얻으며 탄력을 받았다. 계획대로 오는 2020년부터 가동되면 일자리 1만3000개를 창출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거액의 투자 리스크가 표면화하면서 프로젝트 완성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액정 공장은 유리 기판과 컬러 필터 외에도 다양한 부자재를 조달하는 공급망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미국 내에는 이러한 공급망이 정비되지 않아 액정 양산에 필요한 부자재는 결국 아시아 지역에서 가져올 수밖에 없다. 결국 추가 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최첨단 10.5세대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유리 기판 등 주요 부자재 제조업체 공장도 동시에 건설할 정도의 대대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계획 초기부터 "미국에서 대형 액정 공장을 가동하기에는 무리"라고 지적해왔다. 게다가 "허풍을 떨고 있다", "그 장소에 무슨 공장을 짓느냐"는 등의 평가도 뒤따랐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폭스콘은 위스콘신 정부로부터 총액 30억달러(약 3조3807억원) 규모의 보조 계획을 이끌어내는 등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올 5월께 "역시 어려울 것 같다"는 견해가 대두되면서 폭스콘은 조금씩 겸손해지기 시작했다. 또 6월 들어 폭스콘 간부는 위스콘신 현지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액정 공장은 6세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10.5세대를 포기할 방침이 굳어졌음을 시사했다.

대신 튀어나온 6세대 공장 건설은 2004년에 가동을 시작한 샤프의 가메야마 제1공장과 같은 규모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액정 패널은 대형 TV 전용이 아닌 스마트폰이나 PC, 자동차 전용이다. 대형 액정에서 중소형 액정 설비로 변경되면 투자도 대폭 감소하게 된다. 미 조사회사 DSCC(Display Supply Chain Consultants)는 "10조원도 필요없다. 2조~3조원 정도면 끝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내에서 대형 LCD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이 '무모하다'고 평가된 이유는 또 있다.

폭스콘은 이미 중국 광저우에 610억위안(약 10조원) 규모의 10.5세대 액정 패널 공장을 건설 중이며,경합을 벌이고 있는 동업계 징둥팡과학기술그룹(京東方科技集団‧BOE)과 화싱광톈과학기술(华星光电技术‧CSOT)도 잇따라 10.5세대 공장 건설 계획을 표명하고 있다. 결국 장래 대형 액정 패널의 공급 과잉 문제로 이어질 것은 뻔하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LG디스플레이(LGD) 또한 파주에 건설하는 10.5세대 공장의 액정 생산 계획을 동결하고 유기 EL의 제조에 단일화할 방침을 굳히고 있다. 따라서 폭스콘이 미국에서 10.5세대 공장 건설을 강행하는 데 따른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동결하는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는 액정 업계 관계자의 말도 이어졌다.

하지만 액정 공장 설비의 크기를 줄인다고 해도 공급망이 정비되지 않은 미국에서 액정을 제조하는 '고비용'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미국에서 액정 공장을 건설하는 폭스콘의 장애물은 여전하다. 이 모든 상황은 "폭스콘의 거대 구상이 차츰 빗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