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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류석훈 안무‧이윤경 연출의 'Sequence & The Road'…삶, 살아가기와 해탈에 걸린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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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류석훈 안무‧이윤경 연출의 'Sequence & The Road'…삶, 살아가기와 해탈에 걸린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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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훈 안무‧이윤경 연출의 'Sequence'
2018년 7월 4일(수), 5일(목) 8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댄스컴퍼니 더바디’(Dance Company The Body, 대표 류석훈) 기획공연으로 서울문화재단 예술작품지원 선정작인 류석훈(중국 동북사범대학 석좌교수) 안무, 이윤경(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총괄주임교수) 연출의 『Sequence & The Road』(시퀀스 & 더 로드)가 ‘삶을 담다’라는 부제를 달고 무대에 올랐다. 춤의 달인인 류석훈・이윤경 커플은 노련하고, 냉정하게 안무와 연출의 힘을 보여 주었다.

『Sequence & The Road』는 1부 『Sequence』, 2부 『The Road』로 구성되어 있다. 팔인 군무의 『Sequence』, 듀엣의 『The Road』는 ‘댄스컴퍼니 더 바디’의 신념인 일상적 소재의 추상성 탐구를 구현한 대표적 작품이었다. 작은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이미지 구축과 노련하면서도 냉정한 균형의 심오한 미학적 성찰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믿음으로 축조한 ‘더 바디’의 현재적 실체는 창의적 춤 안무력과 빈틈이 없는 완벽한 기교로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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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훈 안무‧이윤경 연출의 'Sequence'

『Sequence』는 한국현대무용진흥회가 주최한 2017 대한민국무용대상 경연에서 ‘문화부체육부 장관상’ 수상과 2017 SCF(서울안무페스티벌)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삶의 흔적인 여러 개의 씬이 모여서 큰 줄기인 시퀀스를 이룬다. 삶은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짠 시퀀스의 조합이다. 보통 영화 한 편은 아홉 개의 시퀀스로 구성된다. 『시퀀스』에서 무용수들의 미세한 움직임들은 씬에 해당되며, 시퀀스는 미학적으로 승화되도록 큰 줄기로 짜여 진다.

춤의 도입부에 춤 언어들이 하나씩 자라잡고, 추상성이 강조된다. 구상을 털면 드러나는 사람들의 민낯, 삶의 모습들이다. 그들은 각자의 색깔로 인생을 살아간다. 무용수의 분주한 움직임과 색조 변화는 삶의 분주함과 개성, 심리적 변화를 담는 상징이다. 움직임의 파장, 하나의 에너지가 둘이 되고 둘은 여러 에너지로 확장되며, 추출된 에너지는 큰 울림으로 번진다. 기회주의적 무리로 존재하면 이성과 윤리는 실종되고 폭력과 야만이 고개를 드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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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훈 안무‧이윤경 연출의 'Sequence'

삶의 다양한 모습들이 수평적 관계 속에 몸의 충돌과 연관되어지고, 지속적 반작용은 또 다른 질감의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구성의 디테일은 공간에 대한 제3의 의미공간을 창출한다. 유닛이 된 무용수들은 불타는 음파를 찾아드는 오선지위의 불나비처럼 자신들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한다. 개인의 기교가 모여 압도적 일체감을 보여준 작품은 힘을 우위로 한 해외의 현대 무용단들과는 달리 한국적 정서로 강약의 포인트를 찾아 힘을 안배하는 지혜를 견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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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훈 안무‧이윤경 연출의 'Sequence'

양용준의 미니멀한 추구의 디테일한 박자와 북소리를 오버랩 시켜 소리를 확장한 음악연출은 에너지를 한 층 더 증폭 시키는 효과를 주었다. 현대 공연예술의 확실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신 호의 섬세한 조명 디자인은 무용수들의 연기를 실루엣 효과와 모던함을 강조하는 빛의 질감으로 도포하여 작품의 미학적 아름다움이 돋보이게 만들었다. 각 부문 예술가들의 창의성이 결집된 『Sequence』는 몸의 확장성을 효율적으로 살린 드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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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훈 안무‧이윤경 연출의 'The Road'
『The Road』는 2014년 춤비평가협회로부터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동행의 삶을 ‘길’에 비유한 작품은 초연(2014) 당시의 한 시간짜리 작품에서 솔로 부분들을 삭제하고 듀엣용 45분 분량의 작품으로 재구성한다. 간절한 소망을 담은 부부(류석훈, 이윤경)의 기원은 오체투지의 행위로 시작하여 기도로 마무리된다. 춤교본으로 기능하는 두 사람의 정상급 기량은 잠들지 않고, 젊은 날의 삶을 이어 온 흔적 위에 기도로 바른 집을 짓 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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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훈 안무‧이윤경 연출의 'The Road'

두 사람이 삶에 접근하는 태도는 ‘예술의 길’ 못지않게 삶을 살아가는 자들의 삶도 진지함을 알린다. 일상에서 찾은 예술도구의 활용, 커플이 두 손에 낀 빨간 고무장갑은 일상의 소원을 상징한다. 두 사람은 지극정성으로 솟대로 향해 나아간다. 수행 길에서 만난 사연들은 생략되고 가는 길은 멀지만, 우호적인 외부와 달리 내부에서 피어오르는 삶에 대한 갈증은 신비감에 쌓여있다. 사선(斜線)에 걸린 솟대를 향하는 시선은 냉정하며 엄숙한 제의(祭儀)적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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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훈 안무‧이윤경 연출의 'The Road'

한참동안 관객들은 두 사람의 정면 얼굴을 볼 수 가 없다. 한 걸음 한걸음 솟대를 향하여 가는 의식은 같지만 다른 의미를 달고 진행된다. 앞서가는 여인과 따르는 사내는 과거의 한과 절규의 길을 현대적 시각으로 담는다. 한국적 움직임과 호흡을 기본으로 절제・발산・에너지 분배의 움직임이 조화롭게 어울린 동시대적 춤은 아리랑의 애환을 동인(動因)으로 삼는다. 그들이 문화적 기억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써 내려간 행위는 몸신화가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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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훈 안무‧이윤경 연출의 'The Road'

안무가는 정신적 틀을 세우고 심리적 흐름을 증거할 장치를 세웠다. 무대세트로 간결하게 일관된 소망을 상징하는 솟대 느낌의 빨간 기둥이 설치되어 있다. 음악은 ‘아리랑’과 류인상의 ‘구음’이 현대적 사운드와 버물어져 현대인들의 애닲음을 표현해 낸다. 조명은 인간 내면의 아픔과 삶의 현대성을 표현하면서 ‘아리랑’곡과 조화를 이루는 미온(美溫)을 강조한다. 삶은 살아가는 방식에서 변칙 수용 불가의 굳건한 자세, 길 위의 붉은 열정인 지속을 전제한다.

류석훈 안무, 이윤경 연출의 『Sequence & The Road』는 가끔 삶과 예술을 혼동하는 예술가들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다. 낙원을 잃어버린 아픔은 화석처럼 심화되어 전류를 투입해야만 빛을 발하고, 자신을 태워 고귀한 춤을 추어야만 존재의 이유를 찾는다. 연(緣)들이 흩어져 있는 거리의 등불은 향유(香油)가 있어야 한다. 이 공연에는 가시면류관을 쓴 예수와 피에타의 열정이 숨어 있었다. 하수상한 시절은 진지하게 예술을 일구는 사람들이 필요한 때이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예술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