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폭염에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대만, 일본, 독일 등 탈원전을 추진하던 국가들이 속속 원자력 발전 복귀를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정반대로 폭염으로 바닷물이 뜨거워져 일부 북유럽 국가들의 원자력 발전소가 일시 가동 정지에 들어갔다.
원자로는 냉각을 위해 차가운 바닷물을 이용하고 있지만, 기온이 너무 올라가다 보면 안전 가동에 적합하지 않은 온도까지 수온이 상승할 수도 있다. 올여름 기온은 지금까지의 계절 평균을 6~10℃ 웃도는 수준으로 일부 지역의 수력 발전소는 저수량 격감에 따라 전력 가격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
또 유럽 대륙 전력에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한편 공급량이 적어 소비자가 지불하는 전기 요금도 대폭 상승한 상태다. 특히 총 11.4GW의 출력을 보유한 스웨덴과 핀란드가 보유한 원자력 발전소는 댐식 수력에 이어 제2의 전력 공급원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원전 가동 정지가 불가피해지면서 전기공급에 대한 압력은 가중되고 있다.
북유럽의 원자력 발전소는 가압수형 원자로(PWR) 또는 비등수형 원자로(BWR) 중 하나를 사용하고 있는데, 두 종류 모두 바닷물 온도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두 형태를 비교했을 때에 BWR이 PWR보다 더 높은 온도에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바닷물 온도가 일정 수준까지 상승하면 출력을 줄이는 것은 당연하고, 이내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하면 정지시켜야 하는 특징은 똑같다.
스웨덴에서 원자로 7기를 운영하는 국영 전력 회사 바텐팔(Vattenfall)은 BWR 3기가 설치되어 있는 포스마크(Forsmark) 원전을 7월 초 주변의 바닷물 온도가 23도를 웃돌자 1기당 출력을 30~40MW로 떨어뜨렸다. 이어 지난 주말에는 바닷물 온도가 25도를 넘어서자 링할스(Ringhals) 원전에 있는 4기의 원자로 중 900MW의 PWR 1기를 정지시켰다. 핀란드의 전력 대기업 포텀(Fortum) 또한 지난주 수온이 32도에 이르자 로비사 원전의 출력을 줄였다.
스웨덴 최대인 오스카샴(Oskarshamn) 원전 3호기(출력 1.4GW)의 취수구는 깊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폭염에 대한 내성은 다른 원자로에 비해 높다"고 원전을 운영하는 독일 유니퍼 SE(Uniper SE) 산하의 OKG 대변인은 말했다. "바닷물 흡입구는 수심 18m 위치에 있어 냉각수 온도는 자연히 해수면보다 낮다. 하지만 바닷물 온도가 너무 높아질 경우 출력을 떨어뜨려야 할 것"이라고 대변인은 말했다.
일반적으로 오스카샴 3호기는 바닷물 온도가 25도를 넘으면 출력을 저하시키게 되어있다. 지난 7월 31일 시점에서 온도는 20도 이하였다. 마찬가지로, 핀란드 산업전력(TVO)이 운영하는 올킬루오토(Olkiluoto) 원전의 흡입구도 깊은 위치에 있어, 바닷물 온도는 상한선인 27도를 밑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O는 추가 안전 대책으로 비상용 방수로를 마련하고, 일정한 조건에서 사용된 따뜻해진 냉각수를 올킬루오토 섬의 반대편에 방류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한 원전 가동 중지 현상에 대해 노르웨이 수자원 에너지부는 "폭염으로 북유럽의 원자로가 정지하거나 출력을 줄이면, 전력 공급이 줄어들어 전기 요금 압력도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예기치 않은 출력 저하로 전력 가격을 추가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